예화ㅣ우화

[부부] 눈썹 없는 여인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1 ㅣ No.398

눈썹 없는 여인

 

 

한 여자가 있었다. 어느모로 보나 남부러울 데 없을 것 같은 이 여자는 큰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그건 눈썹이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항상 짙은 화장으로 눈썹을 그리고 다녔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러던 그 여자에게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다. 남자는 늘 여자에게 다정하고 따스하게 대해 주었고 둘은 결혼을 했다. 그러나 여자는 그 눈썹 때문에 항상 불안한 상태에서 일년이 지나고 이년이 지나면서도 여자는 자기만의 비밀을 지켜갔다. 행여 남편에게 들켜 남편이 자신을 싫어하거나 따뜻한 눈길이 사라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속에서. 그렇게 삼 년이란 세월이 무사히 지나갔다.

 

그런데 이 부부에게 예상치 않던 불행이 닥쳐왔다. 상승일로를 달리던 남편의 사업이 일순간 망하게 된 것이다. 둘은 길거리고 내몰리고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이 연탄배달이었다. 남편은 앞에서 끌고 부인은 뒤에서 밀며 열심히 연탄을 배달했다.

 

그런데 어느 날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던 오후, 언덕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리어카의 연탄재가 날라 와 부인의 얼굴은 온통 검뎅 투성이가 되었다. 눈물이 나고 답답했지만 부인은 닦아낼 수 없었다. 혹시나 자기의 비밀이 들켜버릴까봐. 그 때 남편이 걸음을 멈추고 아내에게 다가와서, 수건을 꺼내 아내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남편은 아내의 눈썹 부분만은 건드리지 않고 얼굴의 다른 부분을 모두 닦아주었다. 그렇게 눈물까지 다 닦아준 후 다정하게 웃으며 남편은 다시 수레를 끌기 시작했다.

 

[출처 미상]



2,278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