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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사회] 새로운 사태 반포 120주년과 사회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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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5-28 ㅣ No.837

"새로운 사태" 반포 120주년과 사회교리


사회교리, 그리스도 인생관의 본질적 요소

 

 

교황 레오 13세는 120년 전인 1891년 5월 15일 「새로운 사태」라는 제목의 사회회칙을 반포했다. 가톨릭교회 역사상 첫 번째 사회회칙이다.

 

'노동조건에 관하여'라는 부제가 달린 이 회칙은 19세기 산업화 과정에서 드러난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에 대한 사회주의자들의 해결법과 이론을 분석, 비판하고 교회정신에 입각해 새로운 사회경제 질서 원리를 제시하고 있다. 흔히 「노동헌장」이라고 불린다. 「새로운 사태」 반포 120주년을 맞아 이 회칙을 소개한다. 또 사회교리와 역대 교황들의 주요 사회회칙에 대해 알아본다.

 

 

첫 번째 사회회칙 "새로운 사태"

 

교황 레오 13세는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이 소수 자본가의 생산수단 독점에 기인한다고 인식했다. 이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인식과 흡사하다. 하지만 그들의 재산 공유화 주장은 단호하게 비판했다. 재산 공유화는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주며, 인간의 자연권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레오 13세는 사유 재산권은 인간의 이성적 본성에서 유래하며, 인간은 자신의 이성으로써 필요한 것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인간이 결실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할 때 노력만큼 대가를 받고, 노력의 대가에는 인간의 인격이 그대로 각인된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레오 13세는 이 회칙에서 빈부격차와 노동자의 현실 개선책으로 국가의 강력한 개입과 노동조합의 육성보호를 꼽았다. 또한 복음을 전하며 공동선을 추구하는 교회 역할을 분명히 밝히면서 "국가도 공동선을 실현하기 위해 보조적으로 경제문제에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동자 문제에 적극적 지침을 제시한 「새로운 사태」는 가톨릭 사회교리 분야의 '대헌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새로운 사태」는 이후 비오 11세의 「사십주년」과 함께 사회교리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초석이 됐다.

 

국가는 다수와 소수 이익을 올바로 조정하고 정의에 따라 공동선을 찾아야 한다. 사진은 2009년 도시개발 논리와 철거민의 생존권이 충돌해 발생한 '용산사태'현장을 방문한 당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최기산 주교.

 

 

사회교리란?

 

사회교리란 말 그대로 사회문제에 관한 교회 가르침이다.

 

그 본질을 모르는 이는 "교회가 왜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내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교회 사명은 인간의 구원과 복음화이며,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다. 사회교리는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그리스도인, 더 나아가 구원의 부르심을 받은 모든 인간이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할 것인가를 도와주는 지침서다.

 

물론 교회는 사회문제 전문가 집단이 아니다. 그렇기에 사회 구조의 틀을 제시하거나 전문적 문제에 개입하지는 않는다. 다만, 사회 구성원인 인간이 사회ㆍ경제 문제에 깊은 영향을 받기에 이에 대한 가르침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 가르침은 성경의 계시와 교회 전통을 토대로 한다.

 

최기산 주교는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가 2004년 발간한 「간추린 사회교리」 한국어판을 펴내면서 "사회교리는 그리스도 인생관의 본질적 요소인 만큼 모든 신자는 반드시 이것을 알고 실천해야 한다"며 "이것이 사회를 복음화하는 효과적 수단이며, 교회의 모든 교육활동에서 신자들에게 사회교리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신앙의 근본이 되는 '믿을 교리'와 달리 사회교리는 시대적 변화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사회교리란 말 대신 사회적 가르침, 가톨릭 사회론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현재 서울ㆍ광주대교구, 대전ㆍ춘천ㆍ인천ㆍ수원ㆍ청주교구 등이 사회교리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사회교리의 세 가지 원리

 

사회교리의 가장 중요한 기본원리는 '인간 존엄성의 원리'이다. 이는 다른 원리의 기초가 된다. 여기서 '공동선', '보조성', '연대성'의 원리가 파생된다.

 

▶ 공동선의 원리 = 사회교리는 공동선을 "집단이든 구성원 개인이든 더욱 충만하고 더욱 쉽게 자기완성을 추구하도록 하는 사회생활 조건의 총화"(사목헌장 26항)라 정의한다. 즉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조건인 셈이다.

 

국가는 공동선을 달성해야 하는 특별한 책임이 있다. 국가는 개인과 집단의 이익, 다수와 소수 이익을 올바로 조정하고 정의에 입각해 공동선을 찾아야 한다. 특히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 중요하다. 가난한 이들은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 제반 결정과정에 참여할 길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는 가난한 이들을 당신 현존의 표징으로 여기셨다.

 

▶ 보조성의 원리 = 사회 여러 조직을 질서있고 조화롭게 조정하는 원리다. 하위 조직체가 할 일을 상위 조직체가 대신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안 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사회는 개인이 더욱 잘되게 도와주고, 상위 조직체는 하위 조직체가 더 잘되게 도와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 스스로 사회문제에 식별력을 높이고 그 해결을 위해 참여해야 한다.

 

▶ 연대성의 원리 = 모든 사람은 서로 연대되어 있고 서로에게 책임지는 것을 말한다. 연대성의 핵심은 바로 '주고받는 관계'다. 하지만 세상은 심각한 불균형으로 이 관계가 성립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교회는 그 이유가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 독점욕에 기인한다고 말한다.

 

기아에 허덕이는 제3세계 아이들. 그리스도적 사랑에 벗어난 인간의 이기심과 독점욕이 힘 없는 아이들을 굶주림에 허덕이게 한다.

 

 

역대 교황의 주요 사회회칙

 

▶ 「40주년」(1931년, 비오 11세)= 「새로운 사태」 반포 40주년을 맞아 나온 회칙으로 1929년 대공황으로 드러난 금융기관들의 영향력 확대와 사회적 모순을 우려하며 사회 계층의 연대와 협력을 강조했다. 사유재산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가르침도 제시했다.

 

▶ 「어머니요 스승」(1961년, 요한 23세)= 교회는 진리와 정의와 사랑으로 부름 받아 모든 사람과 진정한 친교를 이루고, 경제성장은 인간 존엄성을 촉진하는 게 목적이라고 역설했다.

 

▶ 「지상의 평화」(1963년, 요한 23세)= 평화와 인간 존엄에 관한 회칙. 평화는 모든 시대의 인류가 깊이 갈망하는 가치로, 진리ㆍ정의ㆍ사랑ㆍ자유 안에서 하느님께서 설정하신 질서를 존중할 때 비로소 회복된다고 강조했다. 당시 국제사회는 핵무기 확산과 냉전체제로 평화를 위협받고 있었다.

 

▶ 「민족들의 발전」(1967년, 바오로 6세)= 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에서 경제ㆍ사회생활에 관해 다룬 내용에 중요한 요소를 덧붙여 발전시킨 회칙. 저개발국에 대한 선진국의 지원을 촉구했다.

 

▶ 「노동하는 인간」(1981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첫 사회회칙. 인간의 기본 선(善)이며 경제활동의 일차적 요소이고, 모든 사회문제의 열쇠인 노동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노동영성에 관한 윤곽을 제시하고 노동자 권리를 옹호했다.

 

▶ 「백주년」(1991년, 요한 바오로 2세)= 「새로운 사태」 반포 10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회칙. 「새로운 사태」에 담겨 있는 풍부한 기본 원리들을 재발견하고 현대사회의 문제를 인간 중심으로 해명하고 제삼천년기를 바라보도록 권고했다.

 

▶ 「생명의 복음」(1995년, 요한 바오로 2세)= '인간 생명의 가치와 불가침성에 관하여'라는 부제를 단 이 회칙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모든 인간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고, 받들기를 촉구하는 교황의 절박한 호소다. 생명윤리를 체계적, 함축적으로 설명했다.

 

▶ 「진리 안의 사랑」(2009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세계 경제위기, 극심한 빈부격차, 인간 존엄성 훼손 등으로 신음하는 인류 사회에 '하느님 진리 안에서의 사랑 회복'이라는 처방을 내렸다. 또한 "제3세계 빈곤은 인간의 존엄성을 망각한 채 발전을 추구하는 데서 빚어진 비극"이라며 정의와 공동선 회복을 촉구했다.

 

[평화신문, 2011년 5월 15일, 백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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