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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신앙과 심리: 아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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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3-26 ㅣ No.247

[신앙과 심리] 아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

 

 

A자매가 부모 상담을 신청한 것은 군 제대 후 방안에서 칩거하고 있는 아들에게 폭행을 당한 후 도움을 받고 싶어서였다. 중학생 때부터 왕따를 당해 친구관계가 힘들었던 아들은 전학을 원했으나 부부간에 의견차이가 많아 부부싸움이 잦았다. 견디다 못한 아들은 전학을 안 해주면 자살하겠다고 했다. 할 수 없이 반대하는 남편을 두고 친정동네로 아들과 이사를 했다. 그러나 아들은 전학 후 고등학교에 가서도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자 화가 나면 엄마를 폭행하기 시작했다. A자매는 이 사실을 차마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영장이 나와 입대 후 훈련을 받으면 개선될 것을 기대했으나 아들은 관심사병으로 분류돼 정규 훈련에서 제외되다가 제대했다. 

 

아들이 엄마를 폭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이 아들을 때리며 호되게 나무란 후 아들의 폭행은 멈추었다. 하지만 두려움으로 집에서 아들과 단둘이 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매는 상담을 신청했고 남편의 귀가시간에 맞춰 함께 집에 들어가며 남편에게도 상담을 권했다. 아내가 고집을 부려 이사 간 사실에 화가 나 의도적으로 가족에게 무심했던 남편은 뒤늦게 마음을 돌려 상담을 받게 됐다. 

 

학창시절 집단 따돌림 혹은 괴롭힘을 받게 되면 무기력에 빠져 적절한 대인 관계를 맺지 못하고 컴퓨터나 스마트 폰에 몰두하거나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게임중독에 빠지는 경향이 높다. 가족들의 무관심 또는 과도한 관심이 그러한 경향을 강화시키기도 한다. 부모들은 한숨을 쉬며 걱정하지만 자녀에게 실제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아빠의 무관심과 엄마의 과보호라는 이 가정의 문제는 우리나라 부모자녀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모든 가정에는 규칙이 있다. “남자는 강해야 한다”, “남아일언 중천금” 혹은 “남자는 눈물을 흘리면 안 된다” 등. 매우 가부장적이며 엄격한 규칙 아래서 자란 남편은 50대인 지금도 자신의 아버지 불호령 앞에 경직되는 아들이다. 그러한 부성의 대물림으로 그도 아들에게 엄하고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다.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아내의 몫이라 생각하고 아들의 학교생활에 무심했고 왕따를 호소하는 아들의 나약함을 비난만 했다. 아내가 아들을 전학시키려고 친정에 갔을 때 가장으로 자신이 무시당한 기분이었고 화가 났다. A자매도 세상의 욕망에 따라 아들이 공부 잘하고 돈 잘 버는 사람이 되기를 원했기에 성적을 다그치며 비난해 아들이 엄마에게 폭력을 행사하는데 일조한 면이 있다. 

 

가족은 인간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견고하고도 핵심적인 구성체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식으로 맺어진 오늘날의 가족 구도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모든 인간적인 가치의 출발점이자 귀속점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물결과 세계화의 거친 풍랑은 이 소중한 정신적 안식처마저도 뿌리째 흔들어 ‘오늘날 과연 아버지가 존재하는가?’, ‘진정한 부성이 존재하는가?’라고 묻게 된다. 

 

과거와 달리 가족의 생계만을 책임지는 역할로 전락해버린 오늘날의 아버지들. 과도기적인 문화의 희생자인 가부장적인 아버지들이 이제 위기를 맞고 있다. 무거운 짐을 짊어진 아버지들은 자아의 성공보다는, 자신의 경제적인 성공이 가족들에 의해 평가받는 것임을 알고 있다. 결국 오늘날 부성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는 가정의 위기, 사회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경험적 가족상담사 사티어는 가족체계 가운데서 무엇보다도 부부생활을 중시한다. 많은 부부들이 사랑을 파괴시키는 이유는 서로 같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어느 부부도 서로 동일할 수 없다. 부부는 항상 다른 부분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특히 자녀교육에 있어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비난하고 상대가 자신과 같아질 것을 요구하는 것은 부부가 멀어지는 중대 요인이 된다. 부부의 차이를 건설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방법을 찾아 자기 성장의 디딤돌이 되게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결혼은 한 순간 사랑의 감정이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며 가정생활을 성공시키는 것 역시 과정이다. 

 

사티어는 또한 부부들은 대부분 자녀들을 위하여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무거운 책임을 느낄 것이라 전제하며, 부모들은 내 아이가 어떤 인물이 되어졌으면 하는 기대감보다 내가 자녀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더 초점을 맞출 것을 당부한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위한 일이라고 자신의 소망과 기대를 자녀들에게 부과하고 있으나 이런 일은 자녀의 정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최대한 자녀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자녀를 위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 부모가 되는 길은 끊임없는 배움과 헌신이 요구된다. 

 

A자매 부부는 일관된 가정규칙이 없어 아들에게 부모의 뜻을 강요하며 얼마나 많은 혼란을 주었는가를 알게 되었다. 지금 남편은 열심히 아버지 역할을 배우며 새로운 가정규칙을 만들어가고 있다. 자녀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느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보여주느냐 이다. 부모가 행복한 삶을 사는 것. 소유 중심의 삶에서 존재 중심의 감사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성 요셉 성월을 맞이하여 성 요셉께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따라 예수님을 키우신 성소가 이 시대 모든 아버지의 등대가 되기를 기원한다. 

 

“성 요셉, 모든 아버지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 유정인(리디아)씨는 한국 가톨릭 상담심리사 및 한국 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상담심리사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외침, 2015년 3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글 유정인(유리심리상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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