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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목] 평화나눔학교6: 통일경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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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7-13 ㅣ No.853

[평화나눔학교 강의 지상 중계] (6 · 끝) 통일경제론



- 임을출(베드로) 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북한을 보려면 여러 측면에서 관찰해야 한다. 정치, 군사, 안보, 사회문화, 경제 등 다양한 시각으로 북한을 관찰할 때 북한의 실제 모습이 보인다.

무엇보다 북한을 공부하려면 현대사를 알아야 한다. 북한의 모든 대내외 정책에는 북한 정권이 수립되고 3대 권력 세습이 이뤄지기까지 세습에 따른 정책 계승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자신의 아버지인 김일성의 정책을 계승하고, 김정은은 아버지인 김정일과 할아버지인 김일성의 정책을 이어나간다. 경제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의 경제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지속되어온 부분이 더 많다. 정권 수립 이래 바뀌지 않고 지속된 경제 부분의 핵심이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이다.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는 모든 생산 수단이 국가 소유이다. 토지, 노동(사람), 자본이 생산 수단인데 노동과 토지 이 두 수단이 사실상 김정은의 소유이다. 북한의 경제는 정권 유지에 필요한 돈을 북한 정권이 어떻게 잘 흡수하는가와 관련되어 있다. 토지와 노동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때 김정은은 통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북한에 현재 대단히 많은 건설이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 군인이 동원된다. 군인들과 건설 기술자, 일반 근로자가 건설에 동원된다. 그렇게 체제가 지탱되고 재원이 확보된다. 지금 북한이 해외에 근로자를 많이 파견하고 있는데, 파견된 근로자가 해외에서 돈을 벌면 그 돈의 상당 부분을 북한 정권이 가지고 간다. 김정은 입장에서 해외 파견 근로자 관리만 잘해도 대단히 많은 국가 재정을 확충할 수 있다.

우리가 북한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인권, 정치, 군사, 안보 이런 측면에서 논하면 북한이 굉장히 암울한 존재로 각인된다. 그러나 북한에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바로 경제이다. 북한 경제에서 바뀌지 않는 게 무엇이라고 했나. 바로 사회주의 체제다. 사회주의 체제는 배급제이다. 그리고 김일성이 살아있을 때는 이 배급이 끊기지 않고 나왔으며 1970년대에는 북한이 남한보다 식량 사정이 나았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북한 주민이 ‘불사의 인간’이라고 착각했던 김일성이 사망하고, 북한에는 고난의 행군기가 찾아온다. 신이 죽고, 식량 지원이 끊긴 상태에서 북한 주민은 생존을 위해 의지할 수 있는 새로운 신을 만든다. 바로 ‘돈’이다. 북한 사람들은 돈 이야기만 하면 눈을 번쩍 뜬다. 북한 전역에 장마당이 자발적으로 생길 정도로 돈이 북한 주민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 것이다.

희망적인 것은 통일의 여러 측면, 가령 심리적 통일, 정치적 통일, 사회적 통일은 이루기 어려우나 남북 간의 경제적 통일은 가장 쉬운 부분이라는 점이다. 북한과 경제 협력을 할 때 북한 토지와 인력을 이용하고 북한 지역에 우리 기업이 진출하면 세계와 경쟁할 때 경쟁력을 높일 기회가 올 것이다.

우리가 다른 나라에서 비싸게 사올 수밖에 없는 자원, 에너지를 북한이 가지고 있고 북한의 질 좋은 인력을 경쟁력 있는 비용으로 활용한다면 앞으로 30년간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이 같은 경제 협력이 북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통일 이후 북한에 들어갈 인프라 비용을 경제 협력을 통해 사전에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 비용의 핵심은 남북한의 경제적 격차를 메우는 비용이다. 그런데 경제 협력이 시작되면 통일 이전부터 그 격차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경제 협력으로 북한의 자원을 우리나라 기업이 개발하고 제조업을 발전시켜 기업의 수입이 많아지면 세수 역시 늘어 교육, 보건의료, 복지 등에 투입해야 하는 정부 재원이 늘어날 수 있다. 이런 선순환 과정을 통해 통일 이후 늘어날 복지 비용에 대한 예산도 마련할 수 있다.

* 이번 호로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산하 평화나눔연구소에서 마련한 평화나눔학교 2기 강의의 지상 중계를 마칩니다.

[평화신문, 2015년 7월 12일, 임을출 베드로 교수(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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