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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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시어머니를 향한 화가 치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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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5-11 ㅣ No.259

[묻고 답하고] 시어머니를 향한 화가 치밀어요



묻고 : 저는 중학생 아이 둘을 둔 40대 주부입니다. 현재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아 별거 중에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남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시어머니가 계십니다. 무시하는 말투는 기본이고, 한 가정으로서 인정해주지 않으셨어요. 그런데 별거 중인 지금, 시어머니를 향한 화가 치밀어 올라 힘듭니다. 누군가 제가 꿈꿨던 가정을 산산조각 만들었다는 생각에 견딜 수 없이 화가 납니다. 화가 나면 남편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까지 퍼붓고 막무가내가 됩니다. 저도 제 자신이 점점 무서워집니다.


답하고 : 혼인은 무엇보다 두 사람의 결정입니다. 사랑하기에 혼인을 합니다. 때로는 집안이나 다른 사람이 반대를 해도 사랑하기에 혼인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살다보면 결혼이 두 가족이나 다른 두 환경의 결합임을 느끼게 됩니다.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게 되니 충돌은 당연합니다. ‘어떻게 풀어가는 가’가 숙제이지요. 둘이 똑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면 서로가 존중될 수 있을텐데, 무게추가 한 쪽으로 기우는 것이 현실이지요.

무엇보다 자매님은 대단히 소중한 존재입니다. 하느님의 창조물이며, 자매님이 살아왔던 문화도 소중합니다. 남들의 인정과는 상관없이, 다른 문화와는 같지 않아도 자매님의 집안에서 배운 것들에는 좋은 것들이 많고 이에 대한 자부심을 먼저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여유로운 눈길로 남편의 입장 더 나아가서는 시어머니의 입장도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던데, 남편이 두 문화 사이에 낀 새우 모습이네요. 그 동안은 어머니에게 배웠는데, 이제는 아내의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그 충돌의 여파를 고스란히 받게 되지요. 한쪽 편을 들면 다른 편에서 서운해하니, 남편이 어렵겠네요. 잘해보고 싶지만 그렇게 못하는 남편의 입장을 조금 더 깊이 생각하는 여유를 가지면 좋겠네요. 깊은 대화를 더 많이 나누어 보세요. 남의 편처럼 보일지라도 그 속에는 언제나 아내가 있을 것입니다. 깊숙이 숨어있는 자신을 함께 꺼내보세요.

시어머니가 쉽게 바뀔까요? 바뀌면 좋은데… 시어머니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현명할 것 같네요. 먼저 한 여인으로서 시어머니가 살아오신 세월을 그려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게다가 시어머니는 대한민국의 힘든 세월을 온몸으로 살아오신 분이실텐데… 그러고 나서 시어머니와 깊은 대화를 나누어보면 어떨까요? 이해는 할 수 없더라도 서로의 입장을 듣는 것만으로도 출발점은 될텐데… 시어머니의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봅시다. 언젠가는 그런 시어머니를 이해하고, 너무 심할 때는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더 잘해드릴 걸’하는 후회감이 밀려온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내 생명보다 더 소중한 아이들에게 퍼붓는 것은 또 하나의 폭력이고 상처이며, 악순환입니다. 이왕 별거중이시니 먼저 나를 찾고, 함께 대화하면서, 기다림의 시간을 갖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시기를 놓치면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때로는 시어머니에게 깊이 순종하면서도 두 사람만 있을 때에는 두 여인으로 변하는 무서운 방법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그 깊은 곳에는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외침, 2014년 11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김길민 신부(광주성당 주임, 교구 사법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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