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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명동 대림특강3: 이웃과 함께하는 사회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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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1-01 ㅣ No.142

명동성당 대림특강 (3) 이웃과 함께하는 사회교리

사랑은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는 것



우리가 배운 가톨릭 교리의 핵심은 바로 사랑이다. 사회교리는 그 사랑의 본질을 이 사회 안에서 어떻게 녹여내고, 어떻게 행동하고 실천하며 표현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저는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 이 병을 앓는 사람들은 하루하루가 절망의 늪이다. 언제일지 모르나 결국 실명하게 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마치 사형선고를 받은 느낌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중도장애인이 되면 '공황-거부-분노 폭발'의 심리적 변화를 겪게 된다. 제가 강력히 분노하고 절망하던 때 아내가 뇌종양에 걸려 수술을 받았다. 당시는 제 시력이 조금 남아있을 때였는데 아내는 자신의 병석만 지키지 말고 머지않아 완전히 실명하기 전에 여행이라도 다니면서 아름다운 것, 좋은 추억을 많이 담아두라고 권했다.

그때 우연히 공지영 작가의 수필집에서 '사랑은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라는 사랑에 관한 아주 멋진 정의를 발견했다. 그렇다. 나는 내 병, 내가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지 못해서 무려 5년을 절망 속에 살았는데, 뇌종양에 걸린 아내는 오히려 제 상처를 다 끌어안아 받아들이고, 자신의 아픔보다 제 고통을 먼저 염려했다.

지난해에 아주 감동적 사랑을 받았다. 천안에 사는 40대 근육병 환자가 제게 안구를 기증하겠다고 했다. 그분은 사지가 마비돼 움직일 수조차 없는 분이었다. 그분 말씀을 듣고 하염없이 울었다. 하지만 안구를 받을 수 없었다. 의학적으로 가능하지 않고, 이미 이식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큰 사랑을 받았다고 말씀드렸다.

요즘은 아홉을 가진 사람이 열을 채우려고, 하나밖에 갖지 못한 사람의 것을 욕심내는 시대라고 한다. 그런데 하나밖에 갖지 못한 그분은 저를 위해 남은 하나를 내어주겠다고 했다. 이미 아홉을 잃은 자신에게 하나는 있으나마나 하기에 이 하나만 있으면 완벽해지는 다른 사람에게 주고 싶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제가 아홉이나 갖고 있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우리는 이기심과 갖은 욕망으로 이 세상을 매우 추악하고 위험한 곳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토록 많은 예술인, 현자들이 사랑을 외치는 이유는 그만큼 세상에 사랑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사회는 곧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들 역시 사랑이란 이름으로 자녀들에게 이기심과 부조리한 모순을 강요하고 있다. 정말 모순이다. 이런 모순된 사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사랑을 실천하고 표현할 것인가'하는 문제의 해답을 얻으려면 끊임없이 주님을 생각하면서 묵상해야 한다. 그리고 기도해야 한다. 그것만이 해답이다. '사랑은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님께서 바로 우리에게 그렇게 오시지 않았나.

사랑하는 그분이 오시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기에 대림시기는 가장 감미롭고 희망에 찬 시기다. 그렇다면 우리는 마음속에 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맞을 채비를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음속에 늘 쌓여있는 욕심과 욕망 같은 먼지들을 청소해야 할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그 사람을 멀리하는 이기적 마음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

나는 지금 몇 개나 갖고 있을까. 갖고 있는 것에 감사함보다는 어제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안타까움, 억울함을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가진 것보다 남이 가진 것이 더 커 보여서 배 아파한 적은 없는가. 상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억울해 하지는 않나. 이런 것들에 대해 좀 더 깊이 묵상하면서 그분을 맞이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교리의 핵심인 사랑을 실천할 때 정말 소중한 것은 내가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라고 했다. 누군가 나를 음해하고 매도하고 이유 없이 손가락질하더라도 결국 '내 탓이오'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 신앙인들이 가져야 할 사랑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늘 그 상처를 받아들이지 못해 고통 속에서만 살게 된다.

주님 사랑 안에서 사는 우리가 남을 배려하지 못해,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지 못해 고통스러워한다면 참으로 슬픈 일이다. 문제는 사랑을 실천하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저 주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사랑을 실천하며 살고 싶다. 그것이 잘 안 되는 것은 제 욕심 때문이다.

[평화신문, 2011년 12월 25일, 이동우(마르코, 방송인), 정리=서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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