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문화사목] 영화 칼럼: 잃어버린 아이들 - 내 아들을 찾을 수 있을까요?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9-27 ㅣ No.1269

[영화 칼럼] 영화 ‘잃어버린 아이들’ - 2015년(국내 개봉 2021년) 감독 팽삼원


내 아들을 찾을 수 있을까요?

 

 

감히 누가 “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아픔에 ‘대신에’와 ‘만약에’는 없습니다. 중국 고사(故事)는 ‘모원단장(母猿斷腸,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이라고 했지만, 그 어미가 아니고는 진정으로 알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들여다보고 나누고 기억해야 합니다. 그 아이와 어미에게는 또 하나의 ‘희망’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실종 아이의 이야기는 대부분 실화입니다. 그만큼 여전히 세상 곳곳에서 그런 비극이 계속되고 있으며, 어느 하나 ‘모원단장’이 아닌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잃어버린 아이들> 역시 유괴로 사라진 두 살 난 아들을 찾아 나선 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레이저콴(유덕화 분)은 집을 떠나 15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때론 노숙을 하면서 오토바이에 아들 사진을 인쇄한 깃발을 달고 중국 전역을 돌아다닙니다. 길에 있어야 아들한테 덜 미안하고, 그 애가 어디 있든 아빠가 찾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를 바랍니다. 혼자서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부주의로 손자를 잃었다는 죄책감으로 살고 있는 어머니,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없는 아내를 볼 자신이 없습니다. 길 위의 날들은 그가 살아야 할 이유이자, 스스로에게 내린 벌이기도 합니다.

 

부모를 잃은 아이는 어떤 심정일까요. 네 살 때 유괴되었고, 양부모 밑에서 자란 청년 쩡솨이(정백연 분)는 기억이 없으니 꿈에서라도 태어난 곳과 엄마를 만나길 간절히 바랍니다. 그러나 한 번도 엄마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는 세상에 대고 외칠 수 있지만, 난 그럴 수도 없었어요. 처음에는 부모님을 만나기 전에 내가 죽을까 걱정했는데, 크고 나니까 내가 찾기 전에 부모님이 돌아가실까 봐 겁이 나요.”

 

“부모가 어떻게 자식을 잃을 수 있느냐.”는 쩡솨이와 “세상에 자식을 잃어버리고 싶은 부모는 없다.”는 레이저콴이 오토바이 수리점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 마음을 위로하면서 아버지와 아들처럼 함께 부모와 아들 찾기에 나섭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쩡솨이가 새롭게 기억해낸 ‘한 마을에서 두 아이가 동시에 유괴되었다.’는 사실과 그 사실을 공유한 인터넷과 제보의 힘으로 친부모를 만납니다.

 

모든 잃어버린 아이들과 부모들이 이런 해피엔딩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레이저콴은 다시 오토바이에 깃발을 달고 길을 떠납니다. 유괴로 18개월 된 딸을 잃어버린 젊은 엄마는 한 청년의 신고로 경찰이 유괴범을 잡고 아이를 되찾은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해 강물에 몸을 던집니다.

 

길에서 만난 승려는 레이저콴의 “아들을 찾을 수 있을까요? 제 아들은 살아있나요?”라는 물음에 부처님의 ‘인연’이라는 화두로 답을 대신합니다. 주님이라면 어떤 말씀을 주셨을까요.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 나는 너를 내 손바닥에 새겼고 너의 성벽은 늘 내 앞에 서 있다.(이사 49장)’가 아닐까요. 영화는 그렇게 끝났지만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인 궈강탕은 7년 후인 2021년 7월 기적처럼 아들을 찾게 했으니 말입니다. 이처럼 레이저콴이 메모장에 마지막으로 쓴 ‘아이는 부모에게 돌아가 행복하게 살았다.’가 세상 모든 실종 아동들과 부모들에게 현실로 찾아오기를.

 

[2021년 9월 26일 연중 제26주일(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서울주보 4면, 이대현 요나(국민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



1,366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