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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반려견에게 엄마를 자처하는 아내의 행동 찜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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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1-09 ㅣ No.291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22)



질문) 반려견에게 ‘엄마’를 자처하는 아내의 행동 ‘찜찜’

제 아내는 개를 무척 사랑합니다. 식사할 때도 개와 함께 할 정도입니다. 물론 식탁 위에서 함께 먹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같은 시간에 밥을 먹어야 하는지 의문이네요. 아내에게 이야기를 해봤지만 그게 그렇게 신경 쓸만한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더 이야기하면 아내가 기분 나쁠까봐 참았습니다만, 솔직히 저는 아내가 스스로를 개한테 ‘엄마’라고 부르는 것도 이해를 못하겠거든요. 왠지 소름이 돋고, 기분이 찜찜합니다.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아내가 기분 나쁘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아니면 제가 잘못이라면 어떻게 생각을 바꿔나가야 할까요?


답변) 남편이나 다른 가족들에게 정을 못 느끼는 건 아닌지

우선, 아내가 남편이나 다른 가족들에게 어쩌면 큰 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짚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자신을 개의 ‘엄마’라고 말한다면 집안에 모성을 느낄 수 있는 아이가 없을 가능성이 있거나, 여성으로서 충분히 모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한 건 아닌지도 물어봐야겠지요. 물론, 요즘엔 특별히 가족에 대한 불만이 없어도 개나 고양이를 한 가족처럼 생각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들을 모두 모성, 혹은 가족애가 부족하다고 매도할 수는 없겠지요. 세상을 보는 가치관에 따라, 인간보다 어쩌면 더 충성스럽고 정직한 애완동물들에게 더 많은 애정을 쏟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비난할 권리는 없습니다.

다만, 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데, 애완동물을 보는 태도가 다르다면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이 많을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결혼하기 전, 아이를 가질지, 직업을 가질지 여부를 따지는 것처럼 애완동물을 한 가족으로 삼을지 말지에 대해서도 미리 따지는 젊은 커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결혼을 한 상태에서 배우자나 다른 가족이 애완동물 때문에 서로 마음 상할 경우가 있습니다. 집안에서 나는 냄새, 누가 배설물을 치울 것인지, 또 먹이는 누가 주며, 병원은 누가 데리고 갈지, 애완동물에 드는 돈은 어떻게 해결할지, 여러 갈등들이 생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가족이라면 새로운 식구를 들일 때 서로 충분히 조율하듯 의논을 거쳐서 애완동물을 데리고 오는 것이 맞겠습니다.

그렇다면 일단 데리고 있는 애완동물을 대하는 태도가 서로 다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이들은 귀하처럼 개와 같이 밥을 먹는 것이 불편한 사람도 있고, 스스로를 개 엄마라고 부르는 것이 불편한 사람들도 분명 있습니다. 한데, 아내에게 그런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면, 부부간의 대화가 부드럽고 솔직하게 이루어지는 것 같지는 않네요. 어쩌면 힘들고 외로워 보이는 아내의 감정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지만, 비난하지 않는 선에서 남편 되시는 분의 기분을 토로하는 것이 첫째 단계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참았다 하시고, 때로는 강아지가 아니라 부부만 같이 밥을 먹었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해 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예컨대, “만약 당신이 나하고 밥을 먹을 때 항상 시부모님이 옆에 계셔서 365일 함께 식탁에 앉게 된다면, 과연 남편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을 수 있을까?”라고 물어보신다면 아내가 남편의 기분을 이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아내가 고집한다면, 때로는 아내가 강아지와 식사를 한 후 나는 따로 밥을 먹는 것이 낫겠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강아지가 옆에 있을 때는 당신이 해 놓은 맛난 밥상에 집중할 수가 없어서, 아무리 맛있는 요리를 해 줘도 좋은지도 모르니, 요리 솜씨가 너무 아깝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것도 좋겠지요.

한편으로는 아내가 남편하고 단둘이 있을 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대화 거리가 없다거나, 별다른 애정이 없어서 꼭 강아지를 옆에 두는 것은 아닌지도 점검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아내로서는 남편이나 아이에게 받지 못하는 사랑을 강아지에게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는 있겠습니다.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는 독자 여러분들의 참여로 진행됩니다.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삶에서 겪는 어려움을 나누고 싶은 분은 아래 주소로 글을 보내주십시오.

※ 보내실 곳 133-030 서울특별시 성동구 무학로 16 (홍익동 398-2)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담당자 앞
· E-mail: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6년 1월 10일, 이나미(
리드비나 · 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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