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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목] 프란치스코 교황님 방북으로 한반도에 평화 찾아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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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1-07 ㅣ No.1130

[대담] 예수회 민족화해위원장 김연수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님 방북으로 한반도에 평화 찾아오길”

 

 

프란치스코 교황 방북이 성사될 수 있을까? 9월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 정상회담 중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교황을 북한에 초청하는 문제와 관련한 대화를 나눈 사실을 청와대는 뒤늦게 공개했다. 곧바로 한국교회는 교황의 북한 방문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았고 언론들은 앞다퉈 교황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이 가능한지, 교황의 북한 방문이 성사되기까지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등을 다룬 기사를 쏟아냈다. 

 

교황이 외국을 방문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준비가 필요하다. 더구나 종교의 자유가 없고 천주교 신앙공동체가 파괴된 북한 방문은 더욱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것은 교황 방북이 실제 성사될 경우 한반도와 전 세계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그만큼 클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한국교회 내 두 번째 북한학 박사이면서 북한 방문 경험이 있는 예수회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김연수 신부를 만나 교황 방북 성사 가능성, 한국교회가 기울여야 할 노력 등을 들었다.

 

- 본지 장병일 편집국장(왼쪽)과 김연수 신부가 10월 26일 서울 신수동 예수회센터에서 교황 방북 가능성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대담자: 장병일 편집국장 

날짜: 2018년 10월 26일

장소: 서울 신수동 예수회센터

 

 

- 장병일 편집국장(이하 장 국장) :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으니 교황에게 북한 방문을 요청드리면 어떻겠느냐고 말했고 김 위원장이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면 열렬히 환영하겠다”고 답변하면서 교황 방북이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됐습니다. 이후 10월 18일 문 대통령이 교황을 만나 김 위원장의 뜻을 전달했고 교황은 “북한에서 초청장이 오면 꼭 답변을 주겠다. 나는 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이런 일련의 상황들을 지켜보는 김연수 신부님의 개인적인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 김연수 신부(이하 김 신부) : 먼저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교황님을 만나 보도록 제안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이 천주교 신자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도 문 대통령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교황님이 2013년 즉위하시고 첫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언급하셨고 그 이후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기도하시고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교황님은 많은 현안 문제 가운데서도 난민, 생태, 평화를 늘 말씀하셨습니다. 교황님은 평화의 사도로서 분쟁이 있는 곳은 어디라도 찾아갈 준비가 돼 있는 분입니다. 미국과 쿠바가 국교를 정상화 하는 데 역할을 하셨고, 팔레스타인을 방문하셨을 때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분리해 놓은 8m 높이의 분리장벽 앞에서 5분간 멈춰서서 기도를 올리셨습니다. 로힝야 박해 문제가 대두됐던 미얀마를 방문하시기도 하셨습니다. 그밖에 분쟁이 있는 곳을 찾아 다양하게 중재 역할을 하셨죠. 

 

교황님에게 오랫동안 갈라져서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는 한반도는 특별한 곳일 것입니다. 저의 개인적인 바람은 교황님이 ‘평화의 사도’로서 북한을 방문하셔서 한반도의 평화가 앞당겨지는 날이 오는 것입니다.

 

- 장 국장 :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교황이 북한에 방문하려면 북한의 종교자유와 인권 침해 문제 등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교황청이나 한국교회가 북한에 교황 방북을 전제로 종교자유와 인권침해 문제를 거론하면 북한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일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교황 방북 전 북한의 종교자유와 인권 침해 등 민감한 현안을 다루는 것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지요.

 

- 김 신부 : 교황님은 아무런 조건 없이 가실 것 같습니다. 교황님은 김정은 위원장이 세계에 문을 열고 평화의 길로 가려는 노력을 지지하고 북한이 바라는 번영의 길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실 것 같습니다.

 

- 장 국장 : 북한의 천주교회 공동체는 남북 분단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완전히 파괴돼 현재 사제와 수도자는 단 한 명도 없고 소수의 평신도들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소수의 평신도들마저 진짜 신자가 아닌 동원된 신자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가톨릭 공동체가 존재하지 않는 북한에 교황이 방문하는 것은 어디에서 의미를 찾아야 할까요.

 

- 김 신부 : 교황의 국가 방문은 사목적인 차원에서 교회 신자들을 돌보고 신앙심을 일깨우기 위해서 이뤄집니다. 남한 교회 안에서 북한 천주교 신자들의 ‘진정성 문제’는 계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에 사제와 수도자들은 없지만 엄연하게 천주교 신자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해방 후 오랫동안 힘들고 어렵게 신앙생활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들은 보편교회와 단절된 채 고아처럼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북한 유일의 성당인 평양 장충성당에 하루빨리 사제를 모시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북한 천주교 단체인 ‘조선카톨릭교협회’에서 발행한 교리서는 “교우들은 천주께 어린양들을 위하여 하루빨리 훌륭한 사제를 보내주시기를 간절히 빌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사제 파견을 기도하고 기다리고 있는 북한 신자들에게 교황님의 북한 방문은 기쁨과 희망을 전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교황님의 방북은 평화의 사도로 종교적인 이해관계를 초월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구 사회에서는 여전히 북한에 대한 불신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과연 북한이 핵을 포기 할 것인가’라는 불신도 있는데 교황님의 방북이 이뤄진다면 시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해 봅니다. 미국도 교황님의 북한 방북을 바라보며 북한에 대해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 장 국장 : 앞선 질문에서 나왔듯 교황 방북 전에 북한의 종교자유와 인권 침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교황 방북이 성사되면 북한에 신앙공동체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를 걸고 있기도 합니다. 교황 방북이 실제 성사된다면 종교 방면을 포함해 북한에 어떠한 사회적 변화가 나타나리라고 예측하십니까. 

 

- 김 신부 : 문규현 신부(전주교구 원로사목자)는 1989년 북한을 방문했을 때 8월 13일 주일에 장충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북한 방송은 미사 장면을 방영했습니다. 이는 북한의 많은 사람들이 통일을 향한 문 신부의 염원을 보면서 천주교회와 사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리고 1992년 전에 발행된 북한 사전들은 종교와 관련된 용어들을 부정적으로 서술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1992년에 발행된 북한 사전들을 보면 사제를 포함한 종교와 관련된 모든 문구들을 사실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북한 당국이 종교와 종교인을 다르게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북한 주민의 대부분은 교황의 존재를 알지 못합니다. 만약 교황님이 북한을 방문하신다면 교황이 어떤 분인지 알려질 것이고 천주교가 어떤 종교인지도 알려질 것입니다. 무엇보다 북한 사회에서 교황님이 평화의 상징으로 알려진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북한을 방문하시게 되면 남북 천주교뿐만 아니라 종교간 교류가 활성화될 가능성은 높습니다.

 

2015년 12월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님을 포함한 주교단과 사제단 등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1년에 5~6회 정도 대축일에 남한에서 북한으로 정기적인 사제 파견에 합의한 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후 남북 정세가 변화하면서 아무런 진척이 없었습니다. 교황 방북이 이뤄지면 장기적으로는 북한에 사제가 상주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고 북한에도 점차 종교자유가 늘어날 것이라 봅니다.

 

- 장 국장 : 교황님은 예수회 출신이십니다. 예수회 카리스마와 교황의 북한 방문 추진에 어떤 연관성을 찾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 김 신부 : 예수회 카리스마는 ‘활동 중에 관상’입니다. 예수회원은 세상 안에서 활동하는 관상가가 되기를 원합니다. 활동하는 관상가는 모든 것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을 발견하고 모든 것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일에 사랑으로 기꺼이 협력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세상 속에서 당신을 드러내시며 일하시는 분이시고 활동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그리고 당신이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에 대한 사랑으로 표현됩니다.

 

교황님은 교황님이 되시기 전 대중교통을 이용하셨습니다. 세상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그들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교황님은 지금도 성삼위께서 세상을 바라보시는 마음을 느끼며 하느님께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일 것입니다. 그래서 아파하고 고통받는 사람이 있는 곳, 분쟁이 있는 곳을 기꺼이 찾아가고자 하십니다. 북한은 그분이 가셔야 할 평화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황님은 예수님께서 요한복음 5장 17절에서 “내 아버지께서 여태 일하고 계시니 나도 일하는 것이다”라고 하신 말씀을 실천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 장 국장 : 김희중 대주교께서 10월 18일 문 대통령이 교황청에서 교황님과 만나 방북 문제를 논의한 것과 관련해 “한국 천주교회는 한반도의 항구한 평화 정착을 위한 남북한과 교황청의 노력을 지지하며 평화의 도구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교황 방북과 관련해 한국천주교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또 신앙인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신부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 김 신부 : 첫째, 신자들이 한국천주교회 안에 일치를 이루고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사명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하느님의 자녀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반대로 평화를 방해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자녀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다. 평화는 이뤄도 되고 이루지 않아도 되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꼭 이뤄야 하는 하느님의 사명입니다. 교황님의 방북이 평화를 이룩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깊이 공감하고 평화로운 방북이 될 수 있도록 모두가 하나가 돼 협력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 한반도에 평화가 자리잡기를 지속적으로 기도해야 합니다. 교황님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1차 남북 정상회담이 있기 전에 평화의 하느님께 기도하자고 전 세계인에게 호소하셨습니다. 무엇보다 한반도가 평화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북한 실상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습니다. 천주교 안에 일부는 여전히 북한을 이념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면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제 변화하고 있는 북한을 받아들이고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저도 북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조금씩 공부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장 국장 : 질문에 없더라도 교황 방북 문제와 관련한 의견을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김 신부 : 문 대통령이 교황청을 방문했을 때 여러 가지 파격적인 대우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교황님의 문 대통령에 대한 호의와 신뢰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황님도 문 대통령이 진정성을 가지고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높이 평가하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교황님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한반도의 평화가 자리잡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2015년 10월에 평양 장충성당을 방문해서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제가 만나 본 북한 천주교 신자들은 하루 빨리 장충성당에 사제를 모시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미사를 드릴 때 진지하게 참석하는 모습을 보았고요.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성당에 들어오는 신자들은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달지 않고 미사에 참석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단과 응원단들은 남한에까지 와서도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달고 있지 않았습니까. 북한 당국이 종교행사에 참석하는 이들에게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달지 않는 것을 허용한다는 것은 종교의 고유성과 특수성을 일정 부분이라도 인정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북한 신자들이 천주교 세례를 받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세례대장도 장충성당에 비치돼 있었습니다.

 

[가톨릭신문, 2018년 11월 4일, 정리 박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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