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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사목] 영성 - 외로운 사회와 치유적 현존: 말기환자 영적 돌봄으로 절망 대신 희망 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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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1-07 ㅣ No.1129

가톨릭대 간호대 · 호스피스연구소 국제영성학술대회, ‘영성 : 외로운 사회와 치유적 현존’


말기환자 ‘영적 돌봄’으로 절망 대신 희망 전해야

 

 

가톨릭대 간호대학과 가톨릭대 간호대 호스피스연구소가 10월 26일 공동주최한 2018 국제영성학술대회에서 발제자들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 박준양 신부, 벨기에 앤 밴덴호크 쿠루벤대 신학·종교학 교수, 호주 피오나 가드너 라트로베대 사회복지학 교수, 제주관광대 이지영 교수, 가톨릭관동대 서임선 교수.

 

 

말기환자들에게 절망 대신 희망을 선사하기 위해 국내외 관련 가톨릭학자들이 서울에 모여 ‘영적 돌봄’을 논의했다.

 

가톨릭대학교 간호대학(학장 송경애)과 가톨릭대학교 간호대학 호스피스연구소(소장 용진선 수녀)는 10월 26일 서울 반포동 가톨릭대 성의회관 마리아홀에서 2018 국제영성학술대회를 열었다.

 

‘영성 : 외로운 사회와 치유적 현존’을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에는 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 박준양 신부 이외에도 벨기에 앤 밴덴호크 교수(쿠루벤대 신학·종교학)와 호주 피오나 가드너 교수(라트로베대 사회복지학), 제주관광대 이지영 교수, 가톨릭관동대 서임선 교수 등이 참석했다.

 

용진선 수녀는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 삶이 나아질 줄 알았지만, 현실은 오히려 인간을 외롭게 만든다”며 “고통 받는 이들이 영적 돌봄 안에서 위로와 치유의 여정에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영적 돌봄, 사회적 약자 돌봄으로 승화돼야

 

‘영적 돌봄을 통한 사회적 치유’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맡은 박준양 신부는 의료 현장뿐 아니라 사회 전체로 ‘영적 돌봄’이 널리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환자들은 자신이 단순히 치료의 객체적 대상이거나 의료 정보의 수취인임을 넘어, 전인적 인격체로서 돌봄 받을 수 있기를 원합니다. 환자가 정보지시적 차원을 넘어 의미통교적 차원에서 자신의 처지와 상황을 마주하고 대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영적 돌봄’입니다.”

 

영적 돌봄은 말기환자들에게 그들이 지금 체험하는 한계 상황을 넘어서는 새로운 초월적 의미체험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도록 돕는 것이라고 박 신부는 설명했다.

 

“영적 돌봄을 통해 이뤄지는 초월적 의미통교 안에서 사랑과 연민의 체험이 가능해지면, 쇠락해진 육체적 상황 속에서도 환자는 자신이 사랑 받을 가치가 있는 고귀하고 존엄한 존재임을 자각합니다. 또 자신의 근원적 존재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이것이 영적 돌봄을 통해 이뤄지는 역설적인 전인적 통합이지요.”

 

박 신부는 특히 영적 돌봄이 지향하는 온전함은 곧 사회적 차원의 평화 개념과 연결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 현장에서의 영적 돌봄 실천이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신부는 사회 안에서 사람들 사이의 새로운 관계성 정립에 영적 돌봄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적 돌봄을 통해 이뤄지는 환자와 돌봄제공자 사이의 인격적 만남은, 사회 안에서 고통 받는 이들에 대한 돌봄의 감수성을 증대시키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돌봄의 가치를 함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도교는 이미 초기 전통부터 영적 돌봄의 정신이 살아 있고, 이를 사회적 차원에서 널리 실천하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박애 정신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이 보여준 육화적이고 구속적인 사랑을 반영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병자들을 찾아가고, 사회적으로 가난한 이들을 도우라는 사명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영적 돌봄, ‘희망’ 선물하는 것

 

첫 번째 이야기 ‘영적 돌봄과 실무’를 주제로 발제한 앤 밴덴호크 교수는 영성적 측면을 설명할 때 항상 ‘호흡’에 비유한다고 밝혔다. 사람은 늘 호흡을 하지만 대체로 인지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호흡 때문에 살 수도, 죽을 수도 있다.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영성이 없다면 우리 삶은 무의미합니다. 나무가 우거진 숲에서 숨을 크게 들이마실 때 상쾌하고, 호흡을 긍정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비록 삶의 마지막을 앞두고 있다 하더라도 하느님을 통해 영성을 깨닫게 된다면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밴덴호크 교수는 만약 호스피스 환자가 삶의 의미 밖에서 분노와 불안감을 느낀다면, 주변 모두가 영성적 감수성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성적 측면에서 ‘희망’은 환자들에게 가장 중요합니다. 호스피스 환자들은 ‘왜 나인가?’라고, 또 ‘나는 죽어가고 있습니다’라고 울부짖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마음을 돌봐줘야 합니다. 그분들에게 관계가 지속되고 있음을 느끼도록 하고, 삶의 의미를 다시 찾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는 말기환자들에게 각자 궁극적 희망이 무엇인지 깨닫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임종 전 성모마리아를 만났다고 밝힌 한 환자를 이야기하며, 밴덴호크 교수는 “그분의 희망이 성모님 모습으로 보여진 것”이라고 말했다.

 

“죽음 뒤에 과연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각자 희망하는 바가 다를 것입니다. 우리는 희망이 있기에 미래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말기환자들에게 새로운 미래와 희망을 찾도록 도와줍시다. 희망은 인간에게 가장 큰 선물입니다.”

 

밴덴호크 교수는 말기환자들이 마지막 순간에 감사와 사랑을 표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감사의 마음은 긍정적 영성을 심화시킵니다. 감사할 줄 안다는 것은 영성적으로 선함을 행하고, 주어진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합니다.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 좋은 삶의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교회가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영적 돌봄 위한 ‘교육’ 필요

 

두 번째 이야기 ‘영적 돌봄과 교육’은 피오나 가드너 교수가 맡았다. 그는 우선 ‘영성’에 대해 “삶의 의미를 주고 자신을 넘어서는 것에 대해 인지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최근 의료와 복지 등 많은 영역에서 영성 교육을 실무에 도입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영성은 결국 삶의 의미를 깨닫도록 돕기 때문이지요. 특히 상실과 죽음, 트라우마 측면에서 영성 교육 도입에 대해 관심이 많고, 어떤 학자들은 삶의 모든 영역에 영성 개념을 포함시킬 것을 주장합니다.”

 

영성에 대한 관심이 이토록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의료진들이 환자를 영성적 측면에서 돌보는 노력은 아직 부족하다고 가드너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의료진들이 영성의 가치를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현장에서는 환자에게 종교나 영성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직까지 영적 돌봄에 대한 자신감이 없고, 부작용을 걱정하는 의료진도 있다고 그는 밝혔다.

 

가드너 교수는 말기환자 의료진들에 대한 영적 돌봄 교육 필요성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설명했다.

 

“환자는 자신의 영적 문제와 관심에 대해 누구와 가장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을까요? 이 대화에 영성이 포함되면 환자뿐 아니라 관계된 모든 이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저의 사목연구 프로젝트는 지역사회에 영적 교육을 강화시키기 위한 노력입니다.”

 

가드너 교수는 연구를 위해 호주 내 여러 지역에서 완화의료 관계자를 만나고, 자문단을 구성하면서 정보를 발굴했다. 그는 연구를 통해 영적 교육이 완화의료에 대한 인식 개선에 큰 도움이 됐음을 밝혀냈다. 또 의료진들이 영적 교육을 받음으로써 영적 돌봄에 대한 자신감이 커지고, 자신의 의료 행위와 가치 등을 더욱 폭 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적 교육을 통해 의료진들은 영성에 대해 더 빨리 자각하고, 환자를 더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게 됩니다. 이렇듯 영성을 실무에 반영할 때 말기환자들이 미래에 대해 긍정적 희망을 갖게 되고, 하느님나라의 영성을 받아들이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가톨릭신문, 2018년 11월 4일, 우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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