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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 수원교구 대리구제,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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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0-31 ㅣ No.1128

[창간11주년] 개편 후 4달… 대리구제는 정착 중 -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나


2개 대리구로 조직 개편… 주교-사목 일선 직접 소통 강화

 

 

지난 6월 29일 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교구 대리구제도 개선과 교구 편제 개정에 관한 교령 ‘새로운 제도’를 반포했다. 이어 7월 3일에는 제1대리구장에 이성효 주교가, 7월 5일에는 제2대리구장에 문희종 주교가 취임했다. 하지만 대리구는 아직 자리를 잡아나가는 중이다. 제2대리구청이 임시 대리구 사무실에서 의왕 오전동의 제2대리구청으로 이전하고, 지난 4일에 대리구청 축복식을 거행했다.

 

막상 신자들 입장에서는 대리구제가 개편되고 나서 어떤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지 체감하기 어렵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는 창간 11주년을 기념하며, 교구민들이 대리구제 의미와 개편 후 변화를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특집을 싣는다.

 

7월 5일 분당성요한성당에서 거행된 문희종 주교 제2대리구장 취임미사 중 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강론을 통해 교구 대리구제도 개선과 교구 편제 개정에 관한 교령을 전하며 교구가 나아가고자 하는 변화의 방향과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수원교구 홍보국 제공.

 

 

대리구제가 뭐길래

 

벌써 10년 이상 ‘대리구’란 말을 사용해왔지만, 막상 그 의미를 말하라면 다소 모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도대체 ‘대리구’는 뭘까.

 

대리구제도는 일정한 지역 안에서 교구장이 선임한 교구장 대리가 교구장의 직권을 대신해 수행하는 제도다. 교회법 제476조는 “교구의 올바른 통치를 위하여 요구되는 때마다 교구장 주교에 의해 1명이나 여러 명의 교구장 대리들도 선임될 수 있다”면서 “그들은 교구의 특정 부분이나 특정 종류의 업무나 특정한 예법의 신자들이나 특정인들의 집단에 관해 아래의 교회법 규범에 따라 보편법으로 총대리가 소관하는 것과 동일한 직권을 가진다”고 명기하고 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교구는 신자 수가 교구 설립 당시와 비교할 때 10배에 육박했고, 본당도 10년 사이에 88개에서 167개로 늘어나는 등 규모가 빠르게 팽창했다. 이미 한국교회에서도 2번째로 큰 교구로 성장했지만, 앞으로도 인구이동과 교구민의 선교 열정 등 영향으로 더 큰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복음화를 위한 새로운 틀과 체계가 필요했다.

 

이에 당시 교구장이었던 최덕기 주교는 2005년 대리구제도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교구 대리구제도 도입에 박차를 가해 2006년 대리구제도에 관한 교령을 반포했다. 교구가 시행한 대리구제는 지역 중심으로 수원·성남·안산·안양·용인·평택 등 6개 대리구가 운영됐다.

 

 

왜 개편했나

 

교구의 대리구제는 교구 사목권을 분산시켜 지역 중심의 사목을 활성화한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교구의 내·외적인 환경이 변했고, 이에 따른 제도 개선이 요구돼왔다.

 

교구는 교구설정 50주년을 준비하면서 미래정책분과위원회 소속 교구비전특별위원회를 설립해 3년에 걸쳐 교구의 전반적인 조직과 체계를 점검하고 현 시대에 맞게 적용하고자 연구했다. 그 성과로 교구설정 50주년을 맞는 2013년, 기존 교구 대리구제도를 수정·보완한 「새로운 방법–수원교구 대리구제도(개정본)」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존 제도를 수정한 정도로는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교구의 성장과 시대 요구에 따라 교구가 담당하는 사목분야는 넓어져 사목자의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 6개나 되는 대리구제 유지에 많은 인력이 필요했다. 또 대리구가 교구에 비해 사목 인프라가 부족하다보니 대리구를 지원하기 위해 다시 교구 조직이 비대해지는 현상도 발생했고, 소통 구조가 복잡해졌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사실 이번 개편은 이미 지난 2009~2013년 교구 조직과 대리구제도에 관해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마련된 안이다. 교구는 개편에 앞서 3차례에 걸쳐 교구 사제단에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지난 5월 2일에는 사제총회를 열어 투표를 통해 대리구제 개편을 결정했다.

 

이용훈 주교는 교구 대리구제도 개선과 교구 편제 개정에 관한 교령 ‘새로운 제도’에서 “교회는 항상 쇄신되어야 하기(Ecclesia semper reformanda est) 때문에 교구는 다시 변화하여 새로운 활력을 도모해야 한다”면서 “(이번 개편은) 우리 교구가 대리구제도를 처음 시행하고자 했을 때의 정신과 목적으로 돌아가는 일”이라고 대리구제 개편의 의미를 역설했다.

 

7월 3일 권선동성당에서 거행된 이성효 주교 제1대리구장 취임미사 전경.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어떻게 변화했나

 

개편된 대리구제의 가장 큰 외적인 변화는 교구 사목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복음화국과 청소년국의 기능이 모두 각 대리구에 이관됐다는 점이다. 교구는 전국 교구 중 유일하게 교구청에 사목 주관 부서가 없는 교구가 됐다.

 

각 대리구청의 부서는 사무처와 복음화1·2국, 청소년1·2·3국으로 1처 5국 체제다. 청소년사목에 관심을 기울이는 교구답게 청소년국을 3개 국으로 세분화해 각각 청장년, 주일학교, 성소를 사목하고 있다. 복음화국은 소공동체, 가정사목, 혼인교육, 노인사목 등을 담당하는 1국과 성경사목과 예비신자 교리를 맡은 2국으로 구성됐다. 대리구의 사무행정, 재정·시설관리를 담당하는 사무처는 대리구장 주교의 비서실 역할도 수행한다.

 

내적으로는 주교와 사목 일선 사이를 좁혀 소통을 강화하고, 통합사목을 위한 토대를 닦게 됐다.

 

개편 이전에는 주교와 사목일선 사이에 교구청 사목 전담 부서, 대리구, 지구 등 중간 단계가 겹겹이 있었지만, 현재는 교구장 주교의 사목권 일체를 위임 받은 대리구장 주교가 지구장을 비롯한 본당 사목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게 됐다. 이를 위해 교구는 지구장을 교구장이 임명하는 직무로 삼았다. 지구장은 사실상 대리구장 주교의 직접적인 협력자로서 지구 사목 활성화를 맡게 된다.

 

통합사목 측면에서도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규모가 작아진 만큼 대리구장 주교가 대리구청 처·국장과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리구청 직원들도 처·국에 국한하지 않고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나가고 있다.

 

제1대리구의 경우 처·국과는 별개로 대리구청 사제들과 직원들을 사무행정·교육연구·홍보자료팀으로 나눠 협력하고 있고, 제2대리구는 대리구청 직원 총책임자를 중심으로 부서와 관계없이 직원들이 다양한 사목분야의 일을 분배하고 있다.

 

대리구 차원의 사목적 시도들도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제1대리구는 성령의 은사를 계발하기 위한 피정 프로그램을 만들고, 사목적 자료를 필요한 계층이 신속하게 찾고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사목정보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제2대리구는 여자 수도성소를 위한 프로그램과 신자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18년 10월 28일, 이승훈 기자]

 

 

[창간11주년] 대리구장 주교에게 듣는다 - 대리구제가 나아갈 방향은?

 

 

대리구제 개편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교구장과 긴밀히 소통하는 교구 주교들이 대리구장으로 임명돼 주교들이 대리구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과 소통에 적극 나선다는 점이다. 

 

교구와 대리구는 어떤 방향으로 대리구제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까. 

 

대리구제의 나아갈 방향과 그 준비과정에 관해 제1대리구장 이성효 주교와 제2대리구장 문희종 주교를 만나 들어봤다.

 

 

제1대리구장 이성효 주교 - “본당·지구와 다양한 매체 통한 소통 구상 중”

 

“이번 대리구제 개편은 대리구라는 조직을 구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본당과 지구가 왕성하게 활동하도록 돕고자 마련된 것입니다. 당장 해법을 찾으려하기보다는 본당 사제와 함께 어려움을 나누면서, 신자들과 더욱더 소통하고 통합사목, 바로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사목을 구현해나가려 합니다.”

 

7월 3일부터 제1대리구장을 역임하고 있는 교구 총대리 이성효 주교는 “대리구를 지구나 본당의 상위 기관으로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면서 “대리구는 본당과 지구가 통합사목을 위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은 사용자가 한 가지 요소를 활용해서 다양한 작업이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반을 의미한다. IT산업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로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부각되는 개념 중 하나다. 이 주교는 대리구가 지구와 본당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사목하기 위해 활용하는 ‘교구 통합사목의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교구는 지속적으로 교구 내 각 국이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하면서 사목할 수 있는지 고민해 왔습니다. 그래서 교구 전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사목을 실천하려 했는데 그게 사실은 쉽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대리구제 개편을 통해 통합사목을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길 수 있게 됐습니다.”

 

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지난 2017년 12월 3일 사목교서 ‘새로운 방법, 새로운 선교’를 통해 모든 세대와 계층을 유기적 관계망 안에 놓고 접근하는 사목유형인 ‘통합사목’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교구 규모가 비대해짐에 따라 각 국의 사목분야가 각각 전문성을 띨 뿐 아니라 그 영역과 대상이 방대해 유기적인 협력을 위한 준비작업에 어려움도 겪었다.

 

하지만 이성효 주교는 이번 대리구제 개편으로 각 사목분야가 유기적으로 협력하기 용이해졌다고 설명한다. 인원이 적어진 만큼 대리구청 처·국장 사제들과 소통도 더 긴밀하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각 지구와의 연계도 좋아졌다. 게다가 교구청에 비해 대리구청은 직원 수가 적어 각 직원이 협력하는데도 도움이 됐다.

 

이 주교는 “제1대리구는 외적으로는 사무처, 복음화1·2국, 청소년1·2·3국으로 나뉘어 있지만, 내적으로는 국과 관계없이 사무행정·교육연구·홍보자료 등을 담당하는 팀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통합사목을 위해 사제 간의 협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직원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동체는 ▲ 말씀의 증거생활 ▲ 전례적인 축제 거행 ▲ 이웃 섬김의 세 가지 요소가 균형 있게 이뤄지고 각 개인과 공동체가 지닌 뛰어난 점을 계발할 때 건강한 영적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통합사목에서 말하는 건강지표죠. 대리구는 각 지구·본당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각 사목자들이 본당의 특성을 파악하고 사목의 무게중심을 어디에 둬야할 지 알 수 있도록 도와드리려 합니다.”

 

특별히 제1대리구는 각 본당에서 통합사목을 잘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해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대리구는 ‘은사계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본당에서 견진성사에 그치지 않고 견진성사를 받은 신자들이 각자 어떤 은사를 받았고, 그 은사를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는지를 알아가도록 이끄는 과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개인의 신앙성숙에도 도움을 주고, 본당 단위 프로그램을 통해 본당이 지닌 특성도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주교는 대리구가 서로 유기적으로 소통해 협력하고 통합사목을 이루는 사목적 플랫폼이 되도록 준비하는 동시에, 온라인 플랫폼도 구상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흐름 안에서 성장해 사이버공간에서 활동하는데 익숙한 청소년·청년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이 주교는 “대리구가 구상하는 플랫폼의 근본적인 목적은 그동안 찾지 않았던 계층에게도 찾아가는 것으로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서로 소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이버공간에서는 하느님을 체험할 수 없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이어 청소년, 청년들에게 어떤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줄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함께 아파하면서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영적 자양분을 주고 싶다”고 희망을 밝혔다.

 

이밖에도 이 주교는 시간 나는 대로 가장 어려운 본당을 방문하는 등 대리구 내 소통을 위해 다양한 방면에서 애쓰고 있다. 그러나 그가 소통을 위해 가장 노력을 기울이는 부분은 바로 ‘기도’다. 소통은 그 원천이신 하느님께 기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이 주교는 말한다.

 

이 주교는 “대화라는 뜻의 영어 다이얼로그(dialogue)는 그리스어 디아로고스(dialogos)에서 온 말”이라며 “디아로고스는 ‘말씀이신 그리스도(로고스)를 통하여’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아우구스티노 성인께서도 대화에는 ‘나’와 ‘너’가 있어야 하고, 말씀이 계셔야 한다고 가르쳤다”며 “내가 소통이 됐다고 느끼더라도 하느님께서 해주시지 않으면 진정한 소통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교회를 사랑하고 성직자들에 대한 존경심을 잘 간직하고, 이웃들에게 좋은 사랑의 실천을 보여주시는 신자분들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당부 드리고 싶은 것 하나가 있다면, 어떤 상황에 처해지더라도 희망을 잃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하느님께 다가설 수 있는 신자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신자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그런 작은 밀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2대리구장 문희종 주교 - “냉담 교우 늘고 성소자 줄고 있어… 대리구에서부터 해결책 모색”

 

“교구장 이용훈 주교님의 사목방침에 따른 사목을 펼치기 위해 신부님들의 의견을 많이 듣고 각 지역 평신도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소통하는 가운데 이 시대가 요구하는 사목적 환경을 만드는데 노력할 것입니다.”

 

지난 6월 29일 대리구제의 개편이 시작됐다. 하지만 제2대리구는 9월에서야 대리구 사무실과 각 대리구국장 신부들의 사제관, 문 주교의 주교관을 의왕 오전동에 자리한 제2대리구청에 이전했다. 물론 새 대리구청사에 입주하기 전부터 새 대리구의 복음화 환경을 파악하고 제2대리구의 본격적인 운영을 준비해오기는 했지만, 제2대리구청의 안정된 업무는 이제 한 달이 조금 지난 셈이다.

 

4개월가량 제2대리구장 소임을 수행해온 교구 교구장대리 문희종 주교는 “우리 교구의 새 대리구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교구와 대리구 간의 여러 행정 업무를 보완하고 각 본당과 대리구의 유기적 협력 속에 지역 복음화를 위한 여러 분야의 실무체계를 정착시켜야하는 과제가 남아있다”면서 “이러한 가운데 저와 함께 과업을 수행하고 있는 대리구청의 각 처·국장 신부님들과 직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고 전했다.

 

문 주교는 새로 시행되는 대리구제도에 관해 “사목적 환경이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교구장 주교님께서 교구의 여러 위원회의 의견을 듣고 중하게 고민하신 끝에 대리구제도를 개편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혹시 두 개의 대리구가 운영되는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는데 교구장 주교님의 사목방침에 따라 주교님들과 긴밀한 소통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사실상 ‘대리구가 나뉘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 주교는 지난 2006년 8월부터 2014년 6월까지 근 8년 간 교구 복음화국장을 맡으면서 교구의 전반적인 복음화 정책과 그에 따른 실무를 담당했다. 그런 경험이 축적된 만큼 제2대리구의 사목적 환경을 파악하는 작업은 어렵지 않았지만, 대리구가 맞닥뜨린 사목적 과제는 여전히 난제로 다가왔다.

 

“현 시대가 너무나 극단적으로 개인주의화, 물질주의화 되다보니 현대인들은 신앙과 교회의 가르침을 보편진리가 아니라 개인 취향에 맞게 소화시키고 있습니다. 교회의 전통적인 신심이나 영성을 잃고 신앙생활 자체도 개인화, 익명화되거나 냉담하는 교우들도 늘고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이지만, 이것이 우리 교회는 물론 대리구에서도 극복해야할 가장 큰 과제입니다.”

 

이런 과제를 타개하기 위해 제2대리구는 현재 각 처·국을 중심으로 모든 청소년·청년, 성인, 노인 등 다양한 계층의 활성화를 위해 연구 중이다. 또 각 지구장 신부들이 함께 모이는 대리구 사제평의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현 시대에 맞는 사목적 프로그램을 수행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문 주교가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대리구와 함께 특별히 무게를 두고 고민하는 분야는 ‘청소년사목’이다. 문 주교는 “내년 계획 중 하나는 한국교회의 우려 중 하나인 여자 수도성소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에 대한 대안”이라면서 “이미 교구 내 몇몇 지구가 지구별로 여자 수도자 성소모임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대리구 내 모든 지구에서 성소모임을 더 적극적으로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문 주교는 “교구의 특징 중 하나가 신자들의 강한 교육 욕구”라면서 “신자교육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함께 준비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리구제 개선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교구 구성원들의 유기적 소통이다. 문 주교는 대리구민들과 소통하며 전하고 싶은 것은 한 가지다. 바로 ‘신앙의 기쁨’이다.

 

“신자들에게 친근한 목자로, 함께 이 시대에 살고 있는 가족이라는 느낌으로 다가가려 하고 있어요. 항상 본당을 방문하면 신자들에게 기쁨 속에서 신앙생활을 하도록 유도하려합니다. 그런 가운데 본당 공동체가 복음화, 청소년 신앙교육, 가난한 이들을 위한 나눔을 노력해달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다가갈 때는 아이들에 맞게, 어르신을 만날 때는 어르신에 맞게, 봉사자를 대할 때는 봉사자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입장에서…. 그야말로 ‘팔방미인’의 역할을 수행하다보면 몸이 지칠 법도 한데 문 주교는 그 또한 자신의 기쁨으로 여긴다. 이렇게 상대방에 맞춰 소통하기 위해 긴장을 하다 보니 문 주교는 본당 방문 뒤 차에 타면 “차문을 닫는 순간 긴장이 쫙 풀린다”며 미소를 지었다.

 

또 교구청을 떠나 대리구청사에 주교관을 둔 것도 소통의 측면에서 큰 이점이다. 문 주교는 사제들, 직원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교구가 지향하는 통합사목을 구현해나가고 있다. 문 주교는 “신부님들과 격 없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할 수 있음에 기쁘다”면서 “앞으로도 모든 신부님들, 교우분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늘날은 과거처럼 신앙생활을 순탄하게 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입니다. 간혹 이런 세상의 흐름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 교회는 사도들로부터 이어오는 보편적인 교회이자 유구한 역사 안에서 온갖 풍파를 헤쳐 오면서 뿌리가 깊게 내린 나무처럼 훌륭한 교회입니다. 자랑스런 순교자들이 발판을 만든 교회의 신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세상 속에서도 세속의 여러 유혹에 당당히 맞서는 자랑스러운 신자들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신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 때 신앙생활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고, 작은 영향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신앙인이 될 수 있습니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18년 10월 28일, 이승훈 기자, 사진 성슬기 기자, 우세민 기자]

 

 

[창간11주년] 대리구 개편에 맞춰 새롭게 출발하는 수원교구 평협


세상 누룩으로서의 평신도 사명 되새기겠습니다

 

 

- 죽산성지 내 영성관에서 열린 교구 2018 상반기 총회장 연수 파견미사 중 총회장들이 구호 “자 일어나 가자”를 외치고 있다.

 

 

10월 20일 교구청 지하대강당에서 열린 본당 총회장 연수 파견미사에서 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정태경(마티아) 회장을 비롯한 제23대 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이하 교구 평협) 임원진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제23대 교구 평협이 그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제23대 평협은 임원진 준비기간이 길었다. 교구 평협 임원진의 임기는 보통 6월로 마치고 7월부터 새롭게 시작해왔는데, 마침 이번 6월 29일에는 교구 대리구제가 개편을 했다. 교구 대리구제가 개편되면서 교구 평협도 개편된 대리구제에 맞게 변화해야 했고, 각 대리구의 정착기간인만큼 교구 평협과 각 대리구 평협도 새로 구성하는데 시간이 소요됐다. 이번 임명식에도 아직 제2대리구 평협 임원진이 채 임명되지 못했다. 제2대리구 평협은 10월 말 구성된다.

 

시작은 다소 늦었지만, 내년 교구 평협은 교구 평협 역사상 중요한 시기를 맞이한다. 바로 교구 평협 설립 50주년이다. 50주년을 준비하면서 교구 평협, 그리고 그 정신이 되는 평신도사도직운동을 돌아보면 어떨까.

 

 

평신도사도직의 주역, 평신도

 

평신도는 일반적으로 세례성사를 통해 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루고 그리스도의 사제직, 예언직, 왕직에 참여해 그리스도의 백성으로서 사명을 완수하는 성직자를 제외한 모든 신자를 의미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까지는 평신도를 ‘듣고 따르는 교회’(ecclesia discens et oboediens)라 하며 평신도의 수동성을 주로 말했지만, 공의회 이후 평신도의 능동적인 사도직활동이 두드러지게 부각됐다.

 

“교회의 설립 목적은 하느님 아버지의 영광을 위하여 그리스도의 나라를 온 세상으로 넓히고, 모든 사람을 구원에 참여시키며, 그들을 통하여 온 세상이 실제로 그리스도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이 목적을 위한 신비체의 모든 활동을 사도직이라 한다. 교회는 모든 지체를 통하여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 사도직을 실천한다.”(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사도직 활동」 2항)

 

공의회는 평신도의 특수사명을 인정하고 평신도를 통해서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후 교회는 평신도가 사회의 누룩으로서 세상에서 주 예수의 부활과 생명의 증인이 돼야 하고, 살아 계신 하느님의 표지여야 한다고 가르친다. 성직자가 교계제도 안에서 성직을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면, 평신도는 세상에 나가 복음을 전하고, 사회질서를 개선해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신도사도직운동

 

교회는 “인간은 본성상 사회적이며, 하느님께서도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이 하느님의 백성으로(1베드 2,5-10 참조) 또 한 몸으로 결합되기를(1코린 12,12 참조) 바라셨다”면서 “그러므로 단체 사도직은 신자들의 인간 조건과 그리스도인의 요구에 잘 부합하는 것이며, 그리스도 안에서 교회의 친교와 일치를 드러내는 표지”(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사도직 활동」 18항)라고 평신도들이 공동체, 즉 사도직단체를 이뤄 조직적인 사도직을 수행하길 권고한다.

 

평신도사도직운동은 이런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이 잘 구현될 수 있도록 평신도들이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일치하고 시대의 표지에 따라 하느님의 구원계획을 실현하는데 참여한다.

 

한국교회, 특별히 교구는 이런 평신도사도직을 바탕으로 교회가 시작된 교회사 사상 유례가 없는 역사를 지니고 있어 평신도사도직운동에 더 깊은 의미가 있다. 1779년 현 광주시 퇴촌면 우산리의 천진암에서 하느님의 종 이벽(요한 세례자)을 비롯한 평신도들이 강학회를 열고 자발적으로 천주교 교리를 연구하고 신앙공동체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신앙공동체 형성과 복음선포 활동은 조선 전역으로 교회가 뻗어나간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에도 박해를 견뎌낸 한국교회는 평신도지도자인 ‘회장’을 양성하고 운용해 성직자가 적은 현실 속에서도 성직자를 보필하고, 공동체를 이끌며 복음을 전했다.

 

서양에서도 레오 13세 교황의 회칙 「새로운 사태」 이후로 평신도의 사회노동운동이 촉진됐고, 1951년에는 첫 세계 평신도대회를 시작했다. 그리고 1967년 열린 제3차 평신도대회의 한국 대표단을 중심으로 국내에도 평신도사도직협의회가 설립됐다.

 

이용훈 주교는 총회장 연수 파견미사 강론에서 “그리스도인은 누구나 ‘사제직, 예언직, 왕직’을 수행해야한다”고 말하고 “사제직은 자기를 희생하며 주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이고, 예언직은 예수님께서 실천하신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오늘의 현실을 직시하고 잘못된 부분을 고치도록 촉구하는 것이며, 왕직은 우리 신자들을 통해 하느님 나라를 확장시키는 것”이라고 평신도가 수행해야할 사도직에 관해 설명했다.

 

 

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교구 평협은 교구 내 모든 본당의 사목평의회와 사도직단체의 협의회로서 교구 평신도의 뜻을 모으고 교구 내 평신도사도직의 활성화를 돕는 활동을 하고 있다.

 

교구 내에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평신도사도직단체들도 교구 평협 산하의 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정연주, 이하 교구 평단협)에 소속돼 교구 평협과 함께 평신도사도직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 교구 평단협 회장이 교구 평협 부회장을 당연직으로 맡고 있다.

 

또 교구 평협은 산하에 사무국, 홍보·문화부, 교육·청소년부 등의 부서를 설치하고 교구 평신도들의 사도직 활성화를 위한 교육·행사 등을 비롯해 생명수호, 사회복지, 사회정의 참여, 평신도운동, 캠페인 등을 펼쳐왔다.

 

새롭게 시작하는 교구 평협은 교구장 주교의 사목방침을 바탕으로 1년 간 교구 내 평신도들이 뜻을 모아 실천할 사도직 목표를 수립하고, 50주년 기념사업과 기념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교구 평협 정태경 회장은 총회장 연수 인사말에서 “한국 평협 설립 50주년을 맞아 지난해 평신도 주일을 시작으로 평신도 희년을 살아왔지만, 되돌아보면 아쉬움이 더 많은 희년이었던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주님의 은총으로 내년이 우리 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설립 50주년 희년”이라며 “평신도사도직의 삶을 되돌아보고 쇄신할 수 있는 은총의 기회로 승화시키자”고 말했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18년 10월 28일, 이승훈 기자, 노창래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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