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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신앙으로 현대문화읽기: 뮤지컬 무적의 삼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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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8-09 ㅣ No.864

[신앙으로 현대 문화 읽기] 뮤지컬 ‘무적의 삼총사’


어른들은 모르는 아이들의 속마음



뮤지컬 ‘무적의 삼총사’ 한 장면.


여름, 방학이고 휴가철이다. 훌훌 다 벗어던지고 바닷물에 풍덩 뛰어들고 싶고 방학 내내 물놀이하고 캠핑가고 싶다. 그러나 그럴 수 있기보다는 그럴 수 없는 사정이 더 많은데 눈치 없는 아이들은 수시로 묻는다. 아빠 우린 언제 놀아? 이 스트레스를 탈출할 뭐 없을까. 시간과 품 그리 안 들이고 교육도 되면서 부모의 사랑도 증명할 수 있는 멋진 ‘한 큐’. 있다. 가족뮤지컬. 부모와 아이들이 같이 보는 공연, 이왕이면 가족성극뮤지컬이라면 최상의 여름맞이 잔치가 될 테지만 우리 가톨릭에 가족성극뮤지컬이 있는지 모르겠다. 설마 한편도 없으랴. 만일 없다면 ‘왜 우리 가톨릭에는 그런게 없느냐, 내 아이와 함께 볼 성극뮤지컬을 만들어달라’고 엄마들이 요청이라도 해야 한다. 좋은 연극 한 편이 주는 영향은 결코, 결코 작지 않다. 이런저런 오지랖 넓은 걱정을 안고 가족뮤지컬을 찾았다.

만화로 그려진 세 아이 포스터 ‘어른들은 모르는 우리들의 놀고 싶은 속마음’이라는 부제를 단 ‘무적의 삼총사’. 그 유명한 ‘아침이슬’의 김민기님이 대표로 있는 학전이 제작한 어린이 뮤지컬이다. ‘여름방학맞이 명품가족극’이라는 말에서 ‘아동극의 강자’로 자부하는 학전의 당당한 자부심도 느껴진다. 연극의 ‘파워’에 대한 믿음과 한 편의 연극이 명품이 되기까지의 고통을 이겨낸 사람만이 붙일 수 있는 말 아닌가. 한 두 편 제작에 허덕이는 짧은 호흡의 세태가 생각나서 학전이 더 부럽고 감사하고 존경스럽다.

‘무적의 삼총사’는 초등학교 4학년 써니와 풍이와 치나가 주인공들이다. 그 셋은 그러나 처음부터 삼총사가 아니었고 무적은 더더욱 아니었다. 미국에서 갓 이사 온 영어 쓰고 고집 센 써니, 치나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풍이, 공부에 시달리느라 잠을 5시간밖에 못자는 부잣집 아들 치나, 달라도 너무 다른 이 아이들이 어떻게 삼총사가 되고 어떤 적과 맞싸워 드디어 무적까지 되었는지가 줄거리이다.

‘미친듯이 놀거야, 죽어라고 놀거야, 못말리게 놀거야’, ‘뽀뽀를 받았어’ 등의 유쾌한 멜로디와 달콤한 노랫말로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포장했지만 주제는 무겁다. 불의에 맞서는 정의. 극장 안에서 마주치는 불의의 현장으로 어른들의 마음은 편치 않은데 갈구가 침을 찍 뱉으며 풍이를 협박하는 장면에서 꼬마 관객들은 자꾸 일어선다. 앉아서 볼 수 없어서이다. 갈구는 중학생이다. 풍이는 치나의 돈을 뜯고 갈구는 풍이를 뜯으며 등장하지 않는 고등학생은 갈구를 뜯는다. 먹이사슬의 맨 아래, 세 아이, 괴롭힘을 당하다가 지겨워진 아이들, 1그램의 용기를 낸다. “우리, 갈구하고 싸우자.” 나중에 삼총사에게 패한 갈구는 엉엉 울면서 말한다. “내가 돈을 안 주면 그 형들이 날 경찰서에 신고해서 소년원에 보낸대” 꼬마 관객들은 박수치며 환호성을 지른다.

세상 끝날까지 갈구는 있다. 그래서 똘똘 뭉친 삼총사로 갈구에 맞서 물리쳐야 한다. 여기까지는 세상의 연극이다. 신앙의 아이들, 금쪽같은 내 아이는 한 장면 더 봐야 한다. 갈구와 싸우기 전 서로 손을 꼭 붙잡고 “하느님 용기를 주세요, 도와주세요” 하는 장면. 1그램의 용기를 하느님에게서 길어올리는 지혜를 가르칠 수 있다면 부모의 할 도리는 끝나는 것 아니겠는가. 가족성극뮤지컬. 우리가톨릭의 문화콘텐츠의 효자로 자리매김하길 부디 바란다.

*
이원희(엘리사벳ㆍ연극배우 겸 작가) - 뮤지컬 ‘서울할망 정난주’ 극작가이자 배우로서 연극 ‘꽃상여’ ‘안녕 모스크바’ ‘수전노’ ‘유리동물원’ 등에 출연했다.

[가톨릭신문, 2015년 8월 9일,
이원희(엘리사벳ㆍ연극배우 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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