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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목] 분단 70주년과 가톨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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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8-10 ㅣ No.865

[복음살이] 분단 70주년과 가톨릭교회



2015년 8월15일은 우리나라가 광복의 기쁨과 함께 남과 북으로 분단되는 아픔을 겪은 지 7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70년 동안 한반도의 분단과 대립으로 인한 고통과 비극은 이루 다 헤아리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남과 북의 당국은 물론 가톨릭교회를 포함한 사회 각계에서 올해를 계기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자고 다짐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70년 전 우리나라는 35년간의 일제 강점기로부터 해방되었지만, 나라에 힘이 없었기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이라는 외세에 의해 강제로 남북으로 분단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분단 후 70년이나 지나도록 통일을 이루지 못한 원인은 무엇일까요? 이재봉 원광대 교수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설명합니다.

첫째, 외세의 영향력 또는 주변 정세입니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일본이든 러시아든 대외정책의 가장 큰 목표는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것이기에, 한반도 통일이 그들의 국익에 도움 되지 않기에 반대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남북의 위정자들이 분단 상황을 각각 자신들의 정권 유지 및 강화에 악용해 왔기 때문입니다. 즉 “상대방을 적으로 삼음으로써 권력을 유지 강화할 수 있는 이른바 ‘적대적 공존’을 이루어” 왔다는 것입니다. 특히 남한의 독재정권은 반공, 안보 등을 구실로 권력에 대한 비판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삼아왔습니다.

셋째는 남북의 위정자들이 통일을 원하더라도 각각 자신의 체제를 지키면서 상대 쪽이 붕괴되기만을 바라는 태도 때문입니다. 넷째는 분단과 전쟁을 거치며 남북 사이에 원한과 적대감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남쪽에서는 “주로 해방 이전 일제에 협력했던 친일파, 북쪽의 토지개혁에 남쪽으로 쫓겨 온 지주들, 북쪽의 종교탄압에 남쪽으로 내려온 기독교인들이 중심이 된 반북 세력들은 북한을 증오하고 남북 사이의 화해와 협력을 거부하며 ‘북한 타도’를 주장”해 왔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분단이 고착화되면서 전쟁 이후의 새로운 세대들은 남복의 통일이 절박하지 않거나 무관심한 사안으로 여겨서 통일은 더욱 어려워 보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통일을 꼭 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재봉 교수는 “한 마디로 분단에 따르는 폐해가 너무 크고 통일을 이루면 얻을 수 있는 편익이 몹시 크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통일 이루면 얻을 수 있는 편익이 몹시 커

통일이 되면 국가 예산의 10-20%가 들어가는 막대한 국방비와 국제무대에서 벌이는 경쟁비용을 절약하여 민족의 번영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통일이 되면 전쟁 재발의 위험과 불안에서 벗어나고, 수많은 이산가족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있으며, 미국, 중국과 같은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얽혀서 대결하고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 동북아시아는 물론 세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북한의 위협을 핑계로 이루어지는 자유의 억압을 없앰으로써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으며, 미군에 의존함으로써 훼손된 우리나라의 군사 외교적 자주권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북한으로 인해 섬과 같이 고립된 상황에서 벗어나 육로를 이용한 여행의 자유, 현재의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하여 군대와 관련된 비리와 불만의 해소 등 통일이 가져다 줄 혜택은 대단히 많습니다.

통일을 이루기 위한 가장 시급하고 현실적인 방법은 완전한 통일에 앞서 상호 적대성 혹은 정서적 분단을 극복하고 서로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교류와 협력입니다. 전문가들은 통일방안으로서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확고한 평화체제 구축, 남북 상호교류 및 협력을 통해 상호신뢰 분위기 조성, 남북경제공동체 형성 및 민족 동질성 회복 촉진, 한반도 통일에 대한 주변국의 지지와 협력 확대를 위한 정부의 노력, 통일교육의 활성화 등을 제시합니다.

사실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남한에서는 북한이 더 이상 타도의 대상이 아니라 협력의 대상이며 같은 민족으로서 통일을 이루어 함께 번영해야 할 동반자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왔지만 2010년 천안함 사건과 그에 대한 대응으로 그 해 5월24일 이명박 정부가 남북 교역 중단, 국민의 방북 불허, 대북 신규 투자 금지, 대북 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 등 대북제제 조치로 남북관계는 현재 꽁꽁 얼어붙어 있습니다.

한국의 주교회의는 1982년 북한선교부(1985년 북한선교위원회, 1999년 민족화해위원회로 개칭)를 창설한 이래 북한선교를 위한 기도와 활동을 전개해왔습니다. 특히 1991년에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문”을 제정하였고, 다음 해부터는 1965년에 제정했던 “침묵의 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로 명칭을 바꾸어 통일사목의 지향점을 분명히 드러내었습니다.

한편 1995년 광복 50주년을 맞아 서울대교구장이자 평양교구장 서리를 맡고 있던 김수환 추기경이 북한 방문을 원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고, 이를 계기로 3월1일 교구 내에 민족화해위원회를 설립하였고, 곧 북한 신자들과의 교류를 시작하였습니다. 1998년 5월에는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최창무 주교 일행이 사목방문으로 평양을 찾았고 곧 옥수수와 비료 지원 등의 대북지원 사업도 성사시켰습니다. 작은형제회도 1997년부터 북한과 소통하며 사회복지를 위한 비영리재단과 ‘평화봉사소’라는 상설복지관을 건립하여 운영하기 시작했고, 농기구와 의약품 지원 등을 포함한 각종 지원 사업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민족 화해 위한 기도운동에 적극 동참해야

2015년 5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상임위원회는 전국 각 본당에서 “2015년 6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매일미사 전에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지향으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와 ‘묵주기도 8천만 단(남북 전체 인구수) 바치기’의 일환으로 ‘묵주 기도 1단’을 바친다”는 기도 운동을 승인하고, 매일 밤 9시에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며 모든 신자들이 주모경을 바치도록 권고하였습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주교는 지난 6월1일 발표한 ‘분단 70년을 맞는 한국 천주교회의 반성과 다짐’이라는 제목의 담화문에서 “분단 70년을 맞이하면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삶의 자리에서 민족의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하여 예언자적 소명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반성”해야 하고,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십자가 죽음을 통해서 우리에게 ‘화해의 직분’(2코린 5,18)을 소명으로 남겨주셨”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이 거짓 평화와 자기 위안에 빠져 남북 분단의 갈등이 빚어내는 왜곡된 현실을 눈감아버린다면 신앙인의 소명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이어서 그는 이제 “올해를 평화의 원년으로” 생각하고 “남북 간의 참다운 형제애와 화해”로 분단을 극복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남북 간의 형제적 사랑을 회복”하기 위해 기도하며, 남북이 기존 합의의 존중하며 무엇보다도 “힘과 무기로써가 아니라 진정한 대화를 통하여 군비를 축소하고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정착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실천”하자고 요청합니다.

이제 각자 분단 70주년을 맞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그리스도인으로서 무엇을 했는지 성찰해보고 분단의 비극을 극복하기 위해 다시 활발한 남북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도운동에 적극 동참해야 하겠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5년 8월호, 박정우 후고 신부(가톨릭대학교 종교사회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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