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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ㅣ우화

[죽음] 외국의 장묘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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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1 ㅣ No.381

외국의 장묘문화

 

 

외국의 장묘문화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우리처럼 수십평에 매장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오히려 선진국에선 화장률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처럼 유교 전통권에 드는 홍콩의 화장률도 70∼80%선에 이른다. 이들이 '부모 시신 태우는 불효'를 일상화하게 된 것은 지형적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가뜩이나 좁은 국토에 꼬박꼬박 무덤을 만들어 주다간 산 사람이 밀려날 꼴이기 때문이다.

 

장묘의식은 민족의 문화, 특히 종교와 끈끈하게 연결돼 있다. 본래 종교란 죽음 이후의 삶을 주재하는 것. 민족 종교관에서 나온 장묘문화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독수리를 받드는 티베트 등지에선 아직도 조장(시체를 새가 쪼아먹도록 하는 것)을 한다. 중동, 말레이시아 등 이슬람문화권에서는 시체를 하얀 천으로 돌돌 말아 메카를 향해 직립매장, 신에 경의를 표하게 하고 있다. 풍수지리사상의 원조로 일컫는 중국은 죽음을 정책 속으로 끌어들였다. '거대한 묘지'로 통하던 중국은 56년 공산당 정부가 '정묘문화혁명'을 통해 법으로 토장을 금하고 화장만 허용하겠다고 채찍을 휘둘렀다. 얼마전 사망한 양상곤 전 국가주석을 포함, 호요방 전 공산당 총서기, 주은래 전 국무원총리 등 사회지도층부터 앞장섰다. 그 결과 근래 공식 화장률은 거의 100%. 94년부터는 화장한 유골을 '바다에 뿌리자'는 '정묘 제2혁명' 캠페인까지 펴고 있다. 불교문화권인 일본 역시 '매장하는 사람은 천황 내외뿐'이라 할 정도로 95% 이상 화장을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화장은 사무라이들의 장묘형태기도 했다. 국민성 따라 납골묘지를 아기자기하고 깔끔하게 다듬어놓고 태울 시체를 기다리는 이곳에서 얼마전만 해도 재일 교포들의 소원은 고국 땅에 묻히는 것이었다지만 요즘은 납골당의 경제성에 호응하는 추세다.

 

기독교 문화권 유럽에서도 화장률은 꾸준한 증가추세다. 굳이 매장을 하더라도 넓고 높게 쌓아올린 봉분은 찾아볼 수 없다. 정부가 묘자리 치수를 엄격하게 규제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민혁명을 거치며 받은 평등정신의 세례덕이 크다. 루소도, 마르크스도, 슈퍼마켓 주인도 한 평 짜리인 것이다. 서구 묘지는 생활공간 속에 둥지를 튼 공원형태가 대부분이다. 선산에 뚝 떨어뜨려 삶과 완전히 격리해 놓고 명절 때 순회코스로 삼는 우리와 달리 주택가 한귀퉁이에 두고 늘 찾아보고 가꾸며 가족끼리 한나절 즐기기도 한다. 숲의 나라 독일은 묘지마다 울창한 나무들로 삼림욕장을 이룬다. '묘지는 국민의 복지시설'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수목원 찾는 기분으로 묘지에 들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발자크, 쇼팽 등이 묻힌 파리 한복판의 '페르 라셰즈 묘지'는 성묘객과 산책나온 시민들, 관광객들로 늘 활기가 넘친다. 영국인들은 출퇴근길, 점심시간, 주말 등 한가로울 때 꽃을 들고 묘지로 산책나온다. 묘지의 잔디가 웃자라거나 꽃이 시들 턱이 없다. 매장이라 해도 면적을 최소화한데다 묘지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시한부 묘지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우리처럼 '한번 묻히면 반영구적 터줏대감'이 아니다. 묘지를 10년, 20년 단위로 임대해 시체가 다 썩고 나면 또다른 망자에게 터를 내준다. 독일, 스위스는 20년 단위로, 프랑스는 10, 30, 50년 단위로 주인이 바뀌게끔 돼있다. 영국, 네델란드, 이탈리아 등에서는 무덤 하나를 깊이 파고 관 3∼4개씩을 차곡차곡 묻는 '합장묘'도 흔하다. 덕분에 독일 묘지면적은 국토의 0.1% 미만. 면적만으로는 10만기가 가까스로 들어차는 '페르 라셰즈'에도 50만명 이상이 묻혔다.

 

서구의 장묘제도는 '사제'의 손을 떠나 행정관청 수중으로 넘어온지 오래됐다. 누구나 묻히고 싶도록 공동묘지를 잘 해 놓고 묘지의 면적, 깊이, 묘석까지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프랑스 공동묘지에서는 빈부, 지위에 관계없이 누구나 2m×80cm짜리 무덤 1기를 쓴다. 스위스는 모든 묘지를 지자체에서 운영, 작은 묫자리를 무료로 제공한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무덤의 명부가 주민등록처럼 작성돼 있어 이름만 들고 행정관청에 가면 죽은 이가 어느 묘지 몇 째 줄, 몇 번째에 묻혀 있는지까지 찾아준다. 일부 유럽 국가에선 사유지에 호화 개인무덤을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유럽인들의 정서는 그럴 필요도 못 느끼고 그러는 것을 용납하지도 않는다. 최근 유럽에서의 화장률이 늘어가고 있음이 이를 증명한다. 스위스, 영국은 70%에 육박하고 프랑스, 독일 등지도 도시지역에선 50%를 웃돈다. 경제적인 이유도 크겠지만 죽은 자를 이웃으로 소박하게 받아들이고 사후까지 철저한 평등을 베풀어온 시민의식과 복지정책이 일군 또다른 합리문화라는게 더 옳을 것 같다.

 

[출처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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