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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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우울증 환자를 위한 사목2: 우울증의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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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0 ㅣ No.72

우울증 환자를 위한 사목 (2) 우울증의 치료

 

 

1. 상담 준비

 

1) 사목자의 자기인식

 

사목자가 우울증 신자를 만나게 되면 먼저 그 우울함의 심각성을 살펴보고 자신이 어디까지 도와줄 수 있는지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상담학이나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성공적인 상담에서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사항인 '내담자로부터의 신뢰성'이나 '충분한 이해와 감정 유입(라포 형성)' 부분에서 나름대로 달란트가 있다고 여겨지는 사목자라면 약간의 심리상담 방법론만을 사용하더라도 가벼운 우울증에 시달리는 신자들에게 커다란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고해성사와 미사를 통한 하느님으로부터의 치유를 이끌어줄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사제이므로 사목자는 자신이 어느 영역까지 우울증 신자를 도와줄 수 있는지에 대해 먼저 충분히 이해하여야 한다. 

 

만일 가벼운 우울증상을 호소하는 신자가 사목자를 찾아왔을 때, 사목자가 상담과 사목적인 배려 그리고 성사적인 은총을 통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구체적인 상담계획을 세우도록 한다. 

 

2) 사목 상담자로서의 기본 전제조건 갖추기

 

① 신자와 함께한다는 의식 : 사목자는 가르침을 주는 교사나 치료를 하는 의사가 아니라 신자들의 고통을 함께하는 동반자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것은 상담 회기 중간에 일어날 많은 장애를 극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상담 상황에서 우울한 신자와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기본이고, 늘 그 신자를 위해 미사 중에 그리고 개인 기도 가운데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음을 신자가 느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일치체험은 영적 치유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② 수용적 사목자 : 우울증의 치료 특히 인지치료에서는 상담자의 인격적 자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곧 신자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어떤 이야기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인간적 면모를 갖추어야 한다. 교회법적 사실이나 신앙의 원리원칙만 강조하는 사목자는 성공적으로 상담을 이루어내기가 어렵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우울증 신자들의 행동을 경멸적으로 바라보거나 그들의 사고방식 등을 답답하게 느낀다는 것을 표현할 수 있다. 이것은 상당히 주의해야 할 사항이다. 사목자는 신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사목자가 진정으로 우울한 신자를 이해한다면 그가 왜 그런 고통을 가지게 되는지에 대해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된다. 단 여기서 중요하게 지적할 사항은 '수용'이란 뜻은 신자가 말하는 모든 것을 사목자가 용인하고 동의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것들을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울증 환자의 생각이나 감정은 분명히 상식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잘못된 생각이나 감정들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지 그것을 옳다고 인정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따뜻함(warmth)과 정확한 공감력(accurate empathy)은 라포(감정전이)를 형성하게 되고 이것을 통해 우울증 신자는 자신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게 된다.

 

③ 지시적이 아닌 대화적 상담자 : 우울증 환자와의 상담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특히 신자 편에서 말을 하지 않거나 비합리적인 말을 계속하고 또는 사목자의 말에 잘 따라오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면, 그 신자에게 교과서 내용을 주입하듯이 지시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설교적으로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상담의 내용은 대화식이어야 하며, 신자는 귀납적 질문 형식의 대화를 통해서만 자연스럽게 자신의 폐쇄적 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것은 상담회기 중 가장 중요하고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상담 기술이다. 

 

④ 진실한 사목자 : 진실은 모든 심리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사목자는 신자에게 진실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진실해야 한다. 또한 사목자 자신이 진실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그것을 신자에게 전달하는 기술도 지녀야 한다. 이것은 전적으로 사목자의 역량에 달려있다.

 

3) 우울증 신자에 대한 진단

 

사목자들은 영성 상담이나 영적 지도를 받고자 찾아오는 신자들이 우울증과 관련된 증상을 호소할 경우 그 우울증의 정도가 정상인의 수준인지 아니면 전문적인 치료를 요하는 정도인지를 먼저 진단해야 한다. 어느 정도 정확하고 객관적인 진단을 하려면 심리치료 학자들이 개발한 전문적인 우울증 진단 기준들과 임상 척도들을 사용해야 한다.1) 

 

물론 정신병리학이나 임상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목자들이 이러한 진단 기준과 척도들을 사용하려면 해당 기관으로부터 사용 권한을 공적으로 부여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심리분석과 통계에 대한 훈련을 습득해야 하는 만큼 여의치 않은 부분이 많다. 따라서 전문적인 심리치료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목적 상담과 배려의 일환으로써 신자들을 도우려는 사목자들은 지난 달에 살펴보았던 정신장애의 대표적 진단 체계인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 제4판」에서 제시하는 기준 가운데 심각한 우울장애와 가벼운 우울장애를 참고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2) (이 글 마지막 부분에 제시한 '참고 자료' 참조) 

 

4) 진단에 따른 원인 분석

 

실제로 우울증 진단과 그에 따른 원인 분석은 사목 상담자뿐 아니라 전문적인 의사들에게도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왜냐하면 위와 같은 'DSM' 진단 기준에 따라 우울증 판단을 내렸다 하더라도 그 원인을 규명해 내는 것은 전적으로 상담자의 능력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사목자는 우울증이 생물학적인 원인에 따른 것인지 내적인 심리상태의 취약성 때문인지 아니면 이 두 가지가 혼합되거나 또는 정신과적 문제에 기인한 것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3) 

 

사목자는 내담자의 우울증세를 확인한 다음 그 우울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다방면으로 상담하여 밝혀낼 수 있어야만 자신의 상담 방향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사목자는 내담자의 일생에서 크게 영향을 미친 과거의 사건이나 경험, 그리고 신체적인 병력(病歷)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또한 내담자의 직업, 나이, 혼인/이혼, 가족 구성원, 대인관계, 성격상의 특징, 일상의 생활습관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 등등 내담자 개인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일단 개인에 대한 이러한 정보가 쌓이면 경험 있고 연륜 있는 사목자는 우울증의 원인이 대충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해 대략적으로 이해하게 되고 이것을 바탕으로 상담치료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 우울증이 대부분 생물학적 원인에 있다고 판단될 경우(곧 질병이나 약물, 그리고 뇌분비계 이상에 따른 것이나 신경증과 같은 정신과적 질환 등에서 오는 경우)에는 각 신체 질병의 해당 전문의에게 알리고 정신과 의사나 임상심리 전문가에게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 주어야 한다. 

 

특히 한국인은 '정신과'란 말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만큼 자신의 의지로 정신과를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목자가 정신과는 정신병 환자만이 가는 곳이 아니라 정신적인 도움을 받고자 누구나 찾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인식을 내담자에게 심어주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도움과 위로를 줄 수 있다. 

 

만일 우울한 신자가 질병, 약물, 뇌분비계 이상 또는 정신과적 질환이 아닌 자신에 대한 패배주의적 성향이나 잘못된 사고체계, 그리고 그에 따른 비합리적 신념으로 무가치함과 무망(無望)함 등을 호소한다면 구체적인 치료적 상담을 시작할 수 있다.

 

 

2. 치료적 상담

 

치료적 상담은 다음과 같은 단계로 요약된다. 상담 초기에는 신자 편에서 자신의 경험에 대한 자동화된 부정적인 해석을 파악하고 그것을 인지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를 위해 사목자는 간결한 질문으로 자신의 경험과 그 경험을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그에 따르는 감정을 이야기하도록 한다. 

 

상담의 횟수와 기간은 우울증의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12주에 걸쳐 약 20번 안팎으로 결정한다. 각 상담시간은 대략 50분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처음에는 주2회에서 점차 상황이 낳아질수록 주1회로 줄인다. 

 

상담 초기의 감정 표출을 통해 사목자는 신자의 부정적 사고방식과 부정적 감정을 알게 되지만 구체적인 사건과 그 사고와 감정 사이에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아직 알 수 없다. 따라서 사목자는 그 부정적 사고와 신념체계가 어떻게 형성되어 나가는지에 대한 특정한 유형을 찾아내기 위한 질문을 하면서 사고체계의 인과관계를 밝혀 나간다. 이 질문을 통해 신자는 자신의 인지적 오류가 어디서 시작되었으며 그 오류에 따른 부정적 신념체계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를 직시하게 된다. 

 

또한 상담 초기에는 사목자 편에서 많은 질문을 하게 되지만 상담이 진행될수록 사목자의 이러한 질문 형식은 내담자의 머리에 각인된다. 그리하여 어떤 부정적인 생각과 판단에 직면할 때에 상담자가 던지는 것과 같은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던지면서 자동적 사고로 우울증이 강화되는 것을 스스로 차단하게 된다. 

 

상담 후기로 갈수록 사목자의 역량은 점차 줄어들고 우울증 신자는 사목자에게 받은 질문을 자기 스스로 매일의 삶 속에서 반복적으로 제기하면서 서서히 인지적 오류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신념체계로 향하게 된다. 

 

상담의 전반적인 단계에서 사목자는 신자 스스로 자신의 부정적 신념체계에 대한 재조정을 단행할 수 있도록 질문 형식으로 상담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신자가 스스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숙제들을 아울러 병행한다.

 

 

3. 상담 사례

 

다음은 사람들의 모임 때에 별로 말이 없어 대인관계에서 늘 어려움을 겪고 있는 35세 기혼 여성의 우울증 사례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혼인하여 아이 둘을 키우고 있으며 레지오 활동을 하면서 전교활동에 여러 번 실패한 체험과 대인관계에서 오는 상처 때문에 본당활동을 포기하고 성당에 나오지 않게 되었다. 그녀는 대인관계 기피증을 보이며 자신의 무가치함과 무능함 때문에 자신을 혐오하고 인생이 무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신 자 : 저는 제가 아는 것도 없고 무능하며 어리석고 가치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목자 : 왜 그렇게 느끼십니까?

 

신 자 : 저는 남들이 다 하는 일에 자신이 없어요. 저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가 두렵습니다. 그래서 말을 많이 하지 못하는 편이에요. 그런 중에도 가끔 제가 말을 꺼내면 다들 내 말은 들으려고 하지 않아요. 제가 별 볼일 없기 때문에 그럴 거예요.

 

사목자 : 다른 사람들이 자매님을 별 볼일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자매님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왜 사람들이 자매님을 별 볼일 없는 사람으로 생각한다고 느끼십니까?

 

신 자 : 제가 특별히 남보다 잘난 것이 없으니까 그렇겠지요. 확실한 것은 남들이 저를 대하는 태도나 말투를 보면 알 수 있어요. 그들은 제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말만을 늘어놓을 뿐이에요. 그러니 제가 무슨 말을 하겠어요? 그들은 저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고, 이것만 봐도 제가 별 볼일 없고 무가치한 것이 아닌가요? 실제로 다른 레지오 단원들은 쉽게 협조단원을 구해오거나 선교활동을 통해 예비신자들을 성당에 데리고 오지만 저는 한 사람도 성공해 본 적이 없거든요. 이것만 봐도 저는 다른 사람보다는 무능하고 가치없는 것이 확실하지요. 사람들은 이런 내 모습을 알고 있어요. 그러니 이제 더 이상 사람들 앞에 서기가 싫어요.

 

사목자 : 자매님의 말씀을 요약하면 아무도 자매님을 인정해 주지 않고 무시하기 때문에 결국 스스로 무능하고 가치없다고 느끼게 되었다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신 자 : 그런 것 같아요.

 

사목자 : 자매님, 혹시 이런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이를테면 사람들이 자매님의 말을 무시하기 때문에 자신이 무가치하다고 느끼게 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먼저 스스로 무가치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닌가 하고요. 물론 남들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의 믿음이 현실적으로 체험되면 더욱더 자신의 무가치함을 확인하게 되지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신 자 :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네요.

 

1) 사목자의 분석

 

계속해서 대화를 하면서 사목자는 이 신자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말을 무시하는 어머니에게 큰 상처를 입고 살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가정에서 딸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의견이 인정받지 못한 체험이 곧바로 자신의 의사표현에 직접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결국 자신의 의견을 솔직히 말할 수 없었던 가정환경에서 자신의 무가치함과 무능력이라는 부정적 자기인식이 생기게 되었으며 이러한 자기인식은 곧바로 모든 사람은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비합리적 신념'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러한 비합리적 신념은 곧바로 대인관계에서 말을 회피하는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이 자매와 면담을 하면서 사목자는 이 자매의 독특한 특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 그것은 대화할 때 상대의 눈을 바라보지 않고, 상대가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목소리가 작으며, 자신이 이야기할 때 사목자가 갑자기 끼어든다는 느낌을 받으면 곧 얼굴이 붉어지고 불안해하는 것이었다. 이런 반응을 보인 다음, 곧바로 입을 꼭 닫아버리고 침묵을 지키기도 하였다. 

 

또한 목소리의 톤이 작은 것에 비해 말의 속도는 보통 사람보다 무척 빨랐으며, 그 속도에 따라가지 못해 말의 내용이 일관성이 없고 발음이 부정확하거나 간혹 더듬는 현상도 있었다. 이 모든 현상은 남들이 나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해서 드러나는 강박관념의 외적인 현상들로 보였다. 

 

요약하면 이 자매의 경우, 어렸을 때 자기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못한 체험들이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었고 동시에 자신의 말은 남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부정적 신념이 생기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신념은 곧바로 타인과의 만남의 장에서 자신이 상처입지 않으려는 무의식적 본능과 함께 작용하여 강박증세를 일으키는 것이었다. 

 

한편 다른 사람에게 받은 상처들은 부정적 신념들을 더욱 강화시키고 반복적 악순환을 만들어내어 결국 자기경멸과 무가치함을 동반한 우울증을 유발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 자매의 우울증을 치료하는 방법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여러 '인지적 오류'와 '자기패배적인 행동'을 고쳐 나감으로써 결국에는 '비합리적인 신념'을 제거해 주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따라서 치료 초기에는 '인지적 오류'를 자신이 깨닫고 직시하여 긍정적인 사고유형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 중기와 후기로 가면 전반기에서 했던 반복적인 인지 재구성에 대한 연습으로 자연히 '비합리적 신념'이 제거된다. 

 

2) 상담을 위한 치료 목표 설정

 

이 자매의 경우 다음과 같은 인지적 오류의 사고유형이 발견되었다. 치료 목표는 이러한 인지적 오류를 신자가 직시하도록 계속해서 유도하는 것이며 스스로 이에 따른 부정적 신념을 고쳐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① 과장(magnification) 또는 과잉 일반화(overgeneralization) : 이 자매의 경우 평소에는 말이 없다가도 일단 말을 하면 말의 속도가 빨라진다. 이것은 남들이 자신의 말을 묵살하기 전에 얼른 그 말을 다 끝마치려는 자기방어기제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자매는 남들이 자신의 말 중간에 개입할 때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과장'이나 '과잉 일반화' 같은 인지적 오류의 사고유형을 가지고 있다. 

또한 평소 말이 없는 이유는 자신이 아는 것이 없기 때문이며, 이런 태도는 이웃에게 무시당하는 이유가 된다고 믿고 있었다. 이웃 전교활동의 실패와 같은 부분적 실패 체험을 곧 자기 인생의 실패처럼 느끼고 있는 부분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② 축소(minimization) 또는 선택적 추상화(selective abstraction) : 이 자매가 레지오 회합과 같은 모임에서 다른 사람과 만나며 느끼는 반응은 다음의 두 가지였다. 첫 번째 부류는 자신감 없고 늘 소극적인 이 자매와 함께 있는 것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거나, 아니면 아예 이 자매를 무시하고 자신들이 대화를 주도하고 분위기를 이끌어가려는 사람들이었다. 두 번째 부류는 이 자매에게 인간적으로 잘 대해주거나 자매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은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이 자매의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해 주고 함께 있는 것이 즐거운 것처럼 보였다. 

 

첫 번째 부류의 사람들에게 느끼는 이 자매의 감정은 소외감과 배신감이었지만 그들의 그러한 반응은 당연한 것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자신을 누가 좋아하겠으며 사람들이 자신을 소외시키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런 체험은 곧바로 자신이 무가치하다는 잘못된 부정적 신념을 더욱 강화시키게 된다. 

 

반면에 두 번째 부류의 사람들을 대했을 때 이 자매는 이들의 반응에 오히려 부정적인 반감을 가졌다. 곧 이 자매는 "나는 내가 가치없는 것을 알고 있는데, 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는 듯 보이는 것은 내가 그들을 속이고 있기 때문이야."라는 식으로 생각하거나 반대로 "그들은 나를 위선적으로 대하고 있어! 그들이 나를 좋아할 이유가 없는데 내가 불쌍해서 또는 상처를 받을까봐 억지로 좋게 대해주는 거야!"라는 식의 부정적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인지적 오류의 사고유형 가운데 '축소' 또는 '선택적 추상화'에 해당하는 것이다. 곧 자신의 잘못된 신념체계와 맞아떨어지는 부정적 경험은 과장하고 인정하지만 그렇지 않은 긍정적 경험에 대해서는 그 의미를 축소하거나 아예 인정하지 않는 태도이다. 

 

③ 흑백논리(absolutistic thinking) 또는 이분법적 사고(dichotomous thinking) : 이 자매는 남들에게 인정받고 남들이 잘하는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사람이 결국 가치있는 사람이며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따라서 인간관계에서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자신의 삶은 당연히 가치없고 불행한 삶이라고 여긴 것이다.

 

3) 우울증 상담의 인지치료

 

① 치료적 관계의 형성 : 사목자와 신자간의 라포의 형성은 무척 중요한 요소이다. 치료적 협력관계의 형성은 이 상담이 성공할 것인지 아닌지가 결정되는 최초의 실험대이다. 신자는 상담을 하는 사목자가 매우 따뜻하고 진실하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성직자라는 것을 느낄 때(긍정적인 라포가 생겨날 때) 자신의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 것이다.

 

② 논쟁이나 주입식 교육이 아닌 질문을 사용하여 '인지적 오류'를 직시하도록 배려함 : 사목자는 우울증 신자의 잘못된 사고체계를 지적하고 고쳐주는 사람이 아님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사목자가 직접 치료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신자 스스로 자신의 잘못된 사고를 깨닫는 데서부터 치료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신자가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사목자는 신자가 궁극적으로 치유를 해주시는 하느님께 대한 신뢰와 믿음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따라서 사목자는 "그렇게 생각하는 증거가 뭐죠?"와 같은 질문으로,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해 그리고 그 가치의 정당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사목자 : 자매님은 사람들이 자매님의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무시하니까 스스로 자신이 무가치하다고 하셨는데, 자매님 주변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이 항상 자매님을 무시하나요?

 

신 자 : 글쎄요.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사목자 : 자매님을 무시하지 않고 잘 지내는 사람들은 없나요?

 

신 자 : 있긴 하죠. 

 

사목자 : 만약 자매님을 무시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숫자를 비율로 따져본다면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신 자 : 글쎄요. 반반 같아요.

 

사목자 : 그럼 자매님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50퍼센트라는 사실이, 자매님을 가치 없다고 판단할 근거가 될까요?

 

신 자 : (웃음) 꼭 그렇지는 않지만 100퍼센트 완벽하게 인정받지 못하는 건 사실이잖아요.

 

사목자 : 왜 100퍼센트 남에게 무시당하지 않아야 가치있는 사람인가요?

 

이러한 대화를 통해 우울증 신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굳은 '비합리적 신념'을 직시하고 그 타당성에 대해 다시 한번 논리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 신자는 인간관계에서 완벽주의적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곧 "주변의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면 자신은 가치없는 사람이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 만일 그렇지 못하면 나는 부족하고 쓸모없으며 열등한 존재이다."라는 식의 고정관념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사목자가 이 신념이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신자는 이미 어떤 일이 있어도 이 믿음은 진리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들은 자신의 비합리적인 신념에 확고하고, 모두 당위적이며 절대적인 명제로 인식한다. 따라서 이럴 경우 "그렇다면 그 사실이 왜 당신을 괴롭힙니까?" 또는 "과연 그러한 생각이 사실일까요?"라는 물음을 계속해서 던짐으로써 신자 자신이 부정적 신념에서 긍정적 신념을 향한 사고로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줄 수 있다. 

 

다음은 위 우울증 신자의 인지적 오류가 상담 중에 드러날 때 사목자가 해볼 수 있는 대안이다. 신자가 이러한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사목자는 절대로 가치평가를 해서는 안 된다. 모든 결정과 선택은 내담자에게 맡겨야 한다.

 

- 내가 어쩌다 말을 할 때 남이 끼어드는 것은 분명히 나를 무시한 행동이다. 과연 그런가? 사람들은 서로 자신의 말을 하고 싶어서 상대의 말에 끼어들 수도 있는 것이다. 때로는 평소에 말이 없던 사람이 어쩌다 이야기를 할 때에도 끝까지 듣지 못하는 인격이 성숙치 못한 사람도 있는 것이다. 

 

- 내가 아는 것이 부족하고 별 볼일 없어서 남들은 나를 무시하고 싫어하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친구간에는 지식이나 학벌보다는 신뢰와 애정이 더 중요하다. 지식의 양이 인격적 척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대학을 졸업한 나보다 아는 것이 더 적은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 어떤 경우에는 나에게 익숙치 않은 주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모든 면에서 부족한 것은 아니다. 

 

- 내가 말이 없을 뿐만 아니라 말주변이 없어서 나를 무시하고 따돌리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말을 조리있게 천천히 못한다고 해서 항상 사람들이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주변에는 그런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또한 그날은 나 외에도 거의 말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사실 사람들은 자신의 말을 하기에 바쁘지 남들을 유심히 살피지 않는다.

 

-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고 피하니 나는 따돌림을 당했고 따라서 인생이 가치가 없으며 불행한 삶을 사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누구나 소외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때로 소외당하는 체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소외당했다고 불행해지는 것도 아니다. 종교인이나 예술가처럼 고립된 상태에서 인격적 성숙과 창조적 업적을 이루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세히 살펴보면 모든 사람이 나만을 소외시킨다고 생각할 수 없다. 그날 말을 많이 하지 않은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한 거기 모인 사람들은 나를 따돌릴 만큼 나쁜 사람들도 아니다. 오히려 나서는 사람들이 더 따돌림을 당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 아닌가?

 

- 인간관계가 원만치 못하므로 나는 불행한 사람이다. 과연 그런가? 세상에 100퍼센트 완벽한 인간관계를 맺는 사람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누구에게나 미운 사람이 있고 미움을 사는 사람이 있는 법이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며 따라서 내가 누군가를 나와 맞지 않는다고 여기거나,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반대로 나의 모습 그대로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사목자는 위의 예 말고도 다양한 대안으로 우울증 신자가 긍정적 사고를 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작업이 현실을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실을 외면한 무조건적인 긍정은 오히려 현실왜곡이나 현실도피와 같기 때문에 우울증 신자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곧 우울증 신자가 스스로 생각해서 스스로 수긍할 수 있는 긍정적 사고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이러한 긍정적 사고를 한두 번 자신의 삶에 대입한다고 해서 우울증이 한 번에 사라지지는 않는다. 사목자는 수년 동안 반복되어 습관이 되어버린 내담자의 부정적 사고유형이 그리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시켜 주어야 한다. 

 

한편, 이렇게 꾸준히 부정적인 생각에서 긍정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으로 변환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되면, 서서히 우울한 감정이 가라앉고 삶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게 된다는 것 또한 믿게 해야 한다.

 

4) 우울증 치료를 위한 부차적 과제 부여

 

우울증 치료는 상담자와 상담을 하는 시간만으로는 결코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우울증 신자는 사목 상담자가 제시하는 여러 가지 과제를 일상생활에서 성실히 이행하면서 스스로 우울증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울증을 벗어나는 주체는 본인이며 상담자는 도우미에 불과하다. 곧 우울증 신자는 자기가 적극적으로 이 병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하고, 사목 상담자가 제시하는 여러 실천적 행동을 적극적으로 이행함으로써 치유의 체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우울증 신자에게 사목자가 제시하는 행동과제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① 역기능적 사고의 일일 기록표 : 사목자와 상담을 통해 부정적인 인지적 오류에 대한 이론을 이해했다면, 매일매일 자신의 삶에서 경험한 사건들에 대해 스스로 그 사건을 바라보며 느낀 감정을 기록하게 한다.

 

불쾌한 사건을 경험했을 때 그 상황과 느낌을 기록하고, 그 다음에 그와 관련된 자동적 사고를 기술하고, 합리적 반응에 대해 기록하게 한다. 그러고 나서 자신의 느낌과 사고 그리고 합리적 반응에 대한 신뢰 정도를 백분율로 표시하게 한다. 

 

② 관련 독서 : 우울증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나 우울증에 관한 일반적 상식과 전문지식을 포함하는 책 등 사목자가 제시해 주는 글을 읽고 상담회기에서 그 반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여기에는 참된 그리스도 영성을 통해 인간적 성숙을 이루었던 성인전을 비롯한 여러 영적 도서들도 포함된다. 

 

③ 매일 활동 기록표 : 우울증 환자의 전형적인 예는 침대에 오래 누워있거나 무기력하게 하루를 보내는 등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하루의 활동계획을 세울 때에 외출이나 운동과 같은 활동을 의무화하고, 집안 청소나 음식 준비와 같은 모든 가사를 세부적으로 계획표에 삽입한다. 

 

이러한 활동계획이 수립되면 먼저 쉽게 할 수 있는 영역부터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고 그에 따른 숙달감과 만족도를 기록하게 한다. 평범한 사람에게는 별것 아닌 활동도 우울증 환자에게는 이행하기 무척 어려운 활동들이 있다. 사목자는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내담자 스스로 등급을 매겨가며 쉬운 일부터 어려운 일까지 실행하면서 그 숙달 정도를 기록하게 한다.

 

④ 매일 영성 기록표 : 모든 것을 궁극적으로 치유해 주시는 분은 하느님 한 분뿐이심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일상에서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는 기도와 성사생활에 대한 계획과 실천을 기록하게 한다. 특히 여러 실천 과제물들은 조용한 묵상 시간을 이용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어야 한다. 

 

이 외에 특정 주제에 대한 글(예를 들면, 완벽해야 한다고 믿는 내담자에게 만약 자신이 완벽하다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생각)을 쓰게 하거나, 상담했던 내용을 녹음하여 다시 한번 듣게 하는 과제도 줄 수 있다.

 

 

4. 종합

 

우울증의 치료는 그 원인의 진단부터 그리 단순하고 쉬운 작업이 아니다. 위의 상담사례는 기본적으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례이지만 여러 가지 원인들이 얽혀있는 경우는 훨씬 더 복잡하고 예리한 분석과 대응이 필요하다. 우울증 신자와의 상담회기 중에 그들의 변화무쌍한 반응에 대해 어떤 때에는 무시해야 하지만 어떤 때에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사목자의 노련한 상담 경험이 요구된다. 

 

또한 내담자의 변덕과 거부로 상담이 중간에 종결되거나, 과도한 라포 형성으로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가 동정과 같은 감정의 차원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도를 넘어선 감정전이가 이루어질 유혹이 있다면 사목자는 과감히 상담을 종결해야 한다. 

 

그러나 사목자는 그리스도 신앙 안에서 이러한 상담활동과 더불어 성사적 도움을 통해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많은 신자들을 도울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사목상담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개인적인 사목상담의 기회뿐 아니라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전례와 성사적으로 치유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학자들의 공통적인 임상실험 결과 개인적 치료 못지않게 그룹치료와 같은 커뮤니티 형성이 여러 심리치료에 상당한 효과가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신앙 공동체 안에서 같은 문제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전례와 성사는 그 어떤 심리치료에서도 기대할 수 없는 그리스도인들의 이상적인 치유의 원천이 될 것이다.

 

 

[참고 자료]

 

심각한 우울장애(임상적 또는 주요 우울장애라고 하며 아주 심각한 우울증을 말함 : major depressive disorder)

 

1. 다음 증상 가운데 다섯 개(또는 그 이상) 증상이 2주 동안 지속될 때 심각한 우울장애이다.

 

① 주관적으로 하루의 대부분, 그리고 거의 매일 우울한 기분이 지속됨을 느끼며 주변사람들이 이것을 객관적으로 알아챌 수 있을 정도다.

② 주관적으로 하루의 대부분, 그리고 거의 매일 생활에 관심과 흥미가 없음을 느끼며 주변사람들은 나의 이런 모습을 파악하고 있다.

③ 의도하지 않았는데 한 달 안에 체중이 감소 또는 증가(적어도 체중의 5% 이상이 변할 때)하거나, 매일 식욕이 감소하거나 증가하는 것을 느낀다.

④ 거의 매일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지나치게 많이 잔다.

⑤ 거의 매일 정신적 초조함과 불안함을 느끼며 이러한 나의 모습을 주변사람들이 파악하고 있다.

⑥ 거의 매일 피로와 무기력함에 빠져있다.

⑦ 거의 매일 자신이 가치없는 인간이라 느끼며 심각한 죄책감을 느낀다. (이러한 무가치함과 죄의식은 내 존재 자체에 대한 반응이지 절대로 우울증에 걸린 것에 대한 자책감은 아님)

⑧ 거의 매일 사고력과 집중력이 감소하며 매사에 극심한 우유부단에 빠져있다.

⑨ 계속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특정한 계획 없이 늘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한다. 또는 자살에 대해 구체적이며 특정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2. 우울한 기분이 조증과 반복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곧 조울증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3. 이러한 우울증상이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과 같은 자신의 중요한 생활에 심각한 고통을 가져오고 있으며 감당하기 어려운 장애물로 느껴진다.

 

4. 이러한 증상이 물질(약물남용이나 투약)이나 의학적 상태의 직접적인 생리적 효과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앓고 있을 경우 무기력함과 피로 등의 우울증상은 제외된다.)

 

5. 이러한 증상이 사별과 같은 충격으로 시작되었을 경우, 그 증상이 2개월 미만일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2개월 이상 현저한 기능장애, 무가치함에 대한 병적인 집착, 자살 충동, 신경증적 이상행동들이 발견될 때에는 심각한 우울장애에 해당한다. 

 

단순한 우울장애('기분부전장애'라고 하며, 아주 가벼운 우울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는 유형을 말함 : dysthymic disorder)

 

1. 적어도 2년 동안 (소아나 청소년은 1년), 하루의 대부분이 우울한 기분이었으며 거의 매일 우울한 나날이 계속되었고 이러한 자신의 상태가 다른 사람에 의해 관찰되었다.

 

2. 우울한 기간 중에 다음 중 2가지 또는 그 이상의 증상이 나타났다.

 

① 식욕부진이나 과식

② 불면증 또는 수면 과다증

③ 체력저하와 피로감

④ 자존감(self-esteem)의 현격한 저하

⑤ 집중력 감소와 우유부단함

⑥ 희망이 없다는 절망감 엄습

 

3. 우울한 2년 동안 (소아나 청소년은 1년) 계속해서 2개월 이상, 위의 1번과 2번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4. 이러한 증상이 물질이나 의학적 상태의 직접적인 생리적 효과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다. 

 

5. 우울한 증상이 조증과 함께 반복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6. 이러한 증상이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 등 중요한 일에서 심각한 고통과 장애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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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울증에 대한 임상적 척도에는 정동장애와 정신분열증 척도(SADS : Spitzer & Endicott), Feighner 진단 척도, Hamilton의 우울평정 척도(HRSD), 불안, 자살의도 척도(SSI), Spielberger의 상태-불안 척도, Hopkins의 진단 척도(BDI)를 비롯하여 자기개념 검사, 역기능적 태도 척도, 무망감 척도(Hopelessness Scale) 등이 사용된다.

 

2)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DSM-IV, 4판, Washington D.C.: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00년, 369-381면. 

 

3) 예를 들어 생물학적 원인일 경우, 신체의 병(예:내분비 질환, 바이러스 감염증, 뇌의 기질적인 이상, 당뇨병, 간염 등)으로 생기는 '신체 인성 우울증'은 약물요법으로 건강이 호전되면 자연히 정상으로 돌아오며, 고혈압 치료제인 강압제와 같은 약물 복용 후에 생기는 '약물 인성 우울증'의 경우는 다른 약물로 치료를 대신함으로써 우울증이 치료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당뇨는 조울증과 깊은 관련이 있고 교원병(膠原病)의 일종인 전신성 홍반과 그 치료제인 프레드니솔론은 우울증을 강하게 유발한다는 임상 보고가 있다.) 또한 내부의 심리적 원인에 따른 우울증은 인지요법 등을 통한 심리치료로 거의 완치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반면 불안 신경증과 같은 노이로제에 따른 우울증은 정신과적 약물치료와 심리치료 등을 겸하는 전문적인 과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훨씬 더 복잡한 과정이 될 수 있다.

 

[사목, 2003년 10월호, 박현민(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홍보국장, 본지 주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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