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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건강한 그리스도인: 스트레스 때문에 성당 가기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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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3-03 ㅣ No.190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스트레스 때문에 성당 가기 싫어요” (1)

 

 

궁금해요 : 20대 후반의 미혼 남성입니다. 최근에 직장생활과 친구들과의 관계 안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성당에 나가는 것도 점점 싫어지고 신앙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상담을 받고 싶은데 부모님과 주변에서는 신부님들께 도움을 청해보라고 하십니다. 

 

신부님들은 모두 상담공부를 따로 하시나요? 또 일반 상담소에서 하는 상담과 다른 것이 있나요?

 

 

대답입니다 : 심리학과 신앙의 관계

 

형제님의 질문에 조금 긴 답변이 필요할 것 같아 두 번으로 나누어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 부분은 좋은 ‘상담자’를 정하는 것과 심리학과 신앙의 관계에 대해서, 다음시간에는 일반 상담과 구별되는 그리스도교 상담의 몇 가지 특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과거에는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을 때 성직자나 수도자들을 찾는 사람들이 정신과 의사나 심리상담가 등을 찾는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많았습니다. 하지만 현대에는 각 영역의 전문화가 이루어지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이는 어떤 부분에서 대단히 고무적인 것입니다. 마음은 간절해도 도움을 제공하기 위한 전문성이 결여될 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또 어떤 부분에서는 학문적인 전문성만이 강조되면서 상담을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로 다가서지 못한 채 심리적 안정이나 건강을 위한 하나의 ‘테크닉’ 정도로 여길 수 있는 위험성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심리나 정신의학에 대해 비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성직자나 수도자에게 상담을 청하는 까닭은 학문적인 전문성을 넘어서 사목생활에서 오는 다양한 경험과 내면의 성찰에 대한 노하우를 높이 평가하시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현대에는 상담자로서 ‘일반 상담가와 성직자 가운데 누가 적당한가?’의 차원보다는 ‘전문적 지식과 더불어 자기의 내면을 돌볼 줄 아는 능력을 겸비한 사람이 누구인가?’를 찾는 일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특별히 상담자가 지녀야 할 자격으로 ‘인간에 대한 깊고 온전한 이해’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환자의 몸을 대하는 의사가 환자를 단순한 육체덩어리로 느낀다면 그 치료는 어떻게 될까요? 상담자들뿐만 아니라 우리들 모두에게도 이러한 성찰은 매우 중요한 것이고 특별히 직업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러합니다. 각 교구별로 그런 좋은 상담자들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거나 교구 자체적으로 상담소를 운영하며 상담봉사자를 양성하는 곳도 있으니 그런 도움을 받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날 심리학의 확산으로 많은 신앙인들이 책이나 강의, 또는 상담을 접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교회 안에 두 가지의 위험한 극단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첫째는 심리학으로 신앙을 대체하려는 것이고, 둘째는 신앙으로 심리학을 대체하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극단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제가 공부한 로마의 그레고리안 대학 심리학과의 창설배경에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심리학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에 대해 일러주는 작은 일화가 담겨 있습니다. [가톨릭신문, 2014년 3월 2일, 김인호 신부(대전가톨릭대 · 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스트레스 때문에 성당 가기 싫어요” (2)

 

 

궁금해요 : 20대 후반 남성입니다. 직장 및 친구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신앙이 무의미하게 느껴집니다. 주변에서 신부님들께 상담을 청해보라는데, 신부님들의 상담은 다른가요?(질문요약)

 

 

대답입니다 : (지난 주 상담 질문에 대해 이어지는 답변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폐막한 후 교회가 사회의 학문들을 수용해야할 필요를 느끼게 되면서 신학교와 수도자 양성소에 심리학 전문가들을 파견했습니다. 하지만 교회의 기대와는 달리 몇 년 후에 그 많던 양성자들이 신학교와 수도회를 떠나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혹독한 대가를 치른 교회는 사회의 학문에 대해 비판적 수용이 필요하다는 것과 그리스도인 삶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심리학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교회 대학에 직접 심리학과를 설립하게 됩니다. 사실 심리학이 신학과 철학만으로는 줄 수 없는 명료함과 객관성을 통해 그리스도인의 삶에 유익함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심리학이 희생, 타인, 절대자 없이 나의 행복과 자아실현만을 추구함으로써 그리스도교 신앙을 위협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형제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신앙에도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 반대 또한 가능합니다. 이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상의 어려움을 해소할 방법을 찾으려 하거나 또는 신앙심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라면서 신앙을 성장시키기 위한 방법만을 찾기보다는 그 둘을 전체적으로 함께 보는 시각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때로는 상담현장에서 상담자와 내담자가 쉽게 빠지는 두 가지 형태의 극단을 봅니다. 첫째,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면 스트레스 상황이 없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모습. 둘째, 결코 신앙으로는 일상의 구체적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체념하는 모습입니다. 

 

그리스도교에서 바라보는 인간은 생물학적이고, 사회적이며, 정신적, 영적인 존재입니다. 생물학적인 것을 충족시켜준다고 해서 한 개인의 사회적인 차원이 충족되는 것은 아니며 사회적 차원을 충족시켜준다고 해서 영적인 차원이 자연스럽게 충족되는 것도 아닙니다. 서로가 연결되어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나름의 고유한 영역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인간의 진정한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는 이들 측면에 대한 제대로 된 돌봄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심리학 이론 자체 안에 또는 상담자 개인의 가치로 인해서 어느 한 차원을 과도하게 강조하거나 한 차원을 배제함으로써 시작부터 사람에 대한 온전한 돌봄이 잘못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끝으로, 형제님께서 마지막으로 질문하신 일반상담과 그리스도교 상담의 차이에 대해서 간략하게 답변 드립니다. 

 

그리스도교 상담은 자신이 마주한 힘겨운 상황과 자신의 문제를 잘 해결함으로써 일상의 정상적인 생활을 되찾는 심리 치료의 부분을 절대로 간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것을 더욱 지원하고 완성시키고자 합니다. 그리스도교 상담의 목표는 ‘하느님 모상성의 회복’입니다. 말하자면 상담을 통해 한 개인이 보다 잘 ‘하느님의 신비’를 살고 ‘하느님과의 일치’로 나아가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상담의 주역은 내담자나 상담자가 아닌 하느님의 은총, 특별히 ‘성령’이 되시고 상담자는 성령의 협조자로서 한 개인 안에서 펼쳐지는 ‘하느님의 일’을 가까이에서 보게 되는 ‘관상자’가 될 수 있게 됩니다. 아무쪼록 형제님께서 좋은 상담자와의 만남을 통해 일상적인 건강함뿐 아니라 ‘하느님의 모상성’을 회복함으로써 참된 건강함을 되찾게 되길 바랍니다. [가톨릭신문, 2014년 3월 9일, 김인호 신부(대전가톨릭대 · 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

 

※ 문의 : 이메일 info@catimes.kr 을 통해 김인호 신부님과 상담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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