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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신앙] 성모 공경의 길잡이 올바른 성모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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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7-26 ㅣ No.274

[경향 돋보기] 성모 공경의 길잡이 “올바른 성모 신심”


참된 성모 신심은 참된 신앙에서 나온다

 

 

왜 만들었는가

 

지난 5월 25일 “올바른 성모 신심”이란 제목으로 72쪽의 작은 책자가 출판되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 가톨릭 신자들에게 성모공경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려고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에서 편찬한 것이다. 신앙교리위원회는 1997년부터 “건전한 신앙생활을 해치는 운동과 흐름” I · II, “건전한 신앙생활을 돕는 길”과 같은 자료집을 꾸준히 발간하면서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길잡이가 되고자 노력해 왔다.

 

한국 천주교회는 그 초기부터 성모 마리아를 각별히 공경해 왔고, 오늘날에도 우리나라 신자들의 대표적인 기도는 묵주기도라고 할 만큼 성모님께 대한 존경과 애정은 각별하다. 그런데 20-30년 전부터 성모 공경과 관련해서 매우 우려할만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성모님으로부터 계시를 받았다거나 기적이 일어났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등장하였고, 적지 않은 신자들은 교도권이 반대를 하는데도 이들의 주장에 적극 동조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 그들 가운데 일부는 거의 신흥종교 형태와 유사한 조직체를 이루기도 하였다.

 

이런 빗나간 신심은 성모님의 본모습을 흐리게 할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교 신앙 자체를 왜곡시킬 위험도 매우 크다. 그래서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는 2003년 5월 19일자로 “성령 쇄신 운동과 성모 신심 전반의 긍정적인 측면과 방향 제시 등을 통하여 전체적으로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신앙교리위원회에 전달하고, 검토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런 요청에 적극 부응하여서 신앙교리위원회는 3년간의 연구 기간을 거쳐서 “올바른 성모 신심”을 편찬하게 된 것이다.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가

 

“올바른 성모 신심”은 ‘시작하는 말’과 ‘맺는 말’을 포함해서 전체 5장으로 구성되었다. ‘시작하는 말’(5-6쪽)에서는 이 책의 편찬 의도와 내용 구성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가톨릭교회의 성모 공경은 장구한 역사를 지닌 전통이지만, 일부 잘못된 성모 신심과 교리에 대한 오해로 말미암아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성모 공경의 역사와 교의를 통해서 그 정당성을 밝히고, 또 한편 오해와 비난의 대상이 되는 가톨릭 신자들의 잘못된 성모 신심 행위를 바로잡아 올바른 성모 공경을 제시하고자 한다.”

 

제1장(6-9쪽)에서는 성모 공경의 역사가 언급되는데, 신약성경에 나타난 성모공경의 자취를 살펴본 다음에 우리나라의 성모 공경의 역사에 대해 몇 가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이어서 제2장(9-20쪽)에서는 성모공경의 이론적 기반인 성모 마리아에 관한 교리를 다룬다. ‘하느님의 어머니’, ‘평생 동정녀’, ‘원죄 없는 잉태’, ‘성모승천’ 교리가 의미하는 바와 어떤 근거에서 제정되었는지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제3장의 내용(20-30쪽)은 성모 공경의 실천적 측면, 즉 성모 공경을 드러내는 기도와 성월에 대한 것이다. 신자들이 즐겨 바치는 기도문인 성모송, 삼종기도, 묵주기도, 성모호칭기도, 마리아의 노래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고, 이어서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비잔틴 전례의 성모 찬미가 ‘아카티스토스’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5월의 성모성월과 10월의 묵주기도성월에 대한 설명이 뒤따른다.

 

제4장(30-50쪽)에서는 잘못된 성모 공경에 대해 다룬다. 전반부는 과거 교부시대, 중세, 근대에 나타났던 빗나간 성모 공경의 형태를 간략하게 언급한다. 후반부에서는 현재 우리나라의 잘못된 성모 공경과 선심, 특히 상주의 황 데레사, 나주의 윤 율리아와 연관된 성모 신심의 실상과 이에 대한 교도권의 결정 내용 그리고 신학적 비판이 이어진다. 또한 미국에서 시작되어 한국에서도 일부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있는 베이사이드 성모 신심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올바른 성모 공경’이라는 소제목이 붙은 제5장(51-55쪽)에서는 신약성경과 “교회 헌장” 제8장 그리고 교황권고 “마리아 공경”에 근거해서 올바른 마리아 관(觀)을 여섯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곧 성모 마리아는 하느님께 충만한 은총을 받아 선택된 여인, 하느님의 은총에 기꺼이 응답한 신앙의 여인, 예수님을 잉태부터 십자가 죽음까지 동반한 분, 탁월한 전구자, 하느님 흠숭을 진작시키는 분, 성덕에서 모든 그리스도인의 모범인 분이다.

 

‘맺는 말’(56-57쪽)에서는 그릇된 성모 신심에서 드러난 부정적인 모습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병 치유나 기적적 현상에만 집착하여 성모 발현과 메시지만을 신앙생활의 전부로 착각하는 경우”, “개인의 체험을 무조건 하느님의 계시, 성모님의 메시지라고 믿고 퍼뜨리거나, 우리 사회의 죄를 외면하고 개인의 깊은 상처나 죄책감을 건드려 미사예물과 헌금을 강요하는 경우”,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보다 연옥, 지옥, 형벌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불안, 공포를 조장하는 경우와 개인의 고통을 무작정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이라고 우기는 경우” 등이다.

 

이와 달리 올바른 성모 신심은 이른바 성모 발현이나 기적 현상에 미혹되지 않고 “공적인 전례 안에서 신앙생활의 힘을” 얻으며, 성모님처럼 “하느님 말씀에 순종하고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데에,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를 지고 기꺼이 그분은 따르는” 데에 전념한다.

 

 

무엇을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헌장” 67항에서 성모 공경과 관련해 “어느 모로든 온갖 거짓 과장”을 피하고, “말로든 행동으로든 갈라진 형제들이나 다른 사람들을 교회의 참된 교리에 대하여 오해로 이끌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힘써 막아야 한다.”고 권고하였다. 또한 참된 성모 신심은 “쓸모없고 일시적인 감정이나 허황한 맹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참된 신앙에서 나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올바른 성모 신심”은 이런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충실하게 반영한 책이라고 하겠다. 모쪼록 이 책이 신자들과 사목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특히 신자들이 자신의 신앙을 키우도록 인도하는 임무만이 아니라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도록 경계하는 ‘파수꾼’의 임무도 지니고 있는 사목자들이 이 책을 유용하게 활용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리스도보다 성모 마리아를 더 자비로운 인물로 보는 과장된 성모 신심이나 교도권의 인정을 받지 못한 환시, 기적 등의 신기한 현상에 매달리는 허황한 성모 신심이 하루빨리 사라지고 성경과 교회 가르침에 뿌리를 둔 건전한 성모 신심이 확산되기를 기원한다.

 

성모님은 신앙과 순종의 응답을 통해 모든 신앙인들에게 모범이 되신다. 그분이 구세주를 잉태하는 순간에 보이신 신앙과 순종의 응답은 일생의 온갖 시련 속에서(루가 2,35.49-50; 8,19-21; 11,27-28; 요한 2,4) 십자가에 이르기까지(요한 19,25-27) 변함없이 유지되었다. 이렇게 시종일관 신앙과 순종의 삶을 사신 성모님은 지상생활을 마치신 뒤 하느님 곁에 계시면서 우리를 위해 다른 성인들과 함께 하느님께 전구해 주신다. 그런 성모님을 바라보면서 우리도 그분처럼 하느님의 뜻에 기꺼이 신앙과 순종의 응답을 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 손희송 베네딕토 신부 -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위원.

 

[경향잡지, 2006년 8월호, 손희송 베네딕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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