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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영성의 길 수도의 길: 예수 그리스도 고난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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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5-20 ㅣ No.419

[영성의 길 수도의 길] (57) 예수 그리스도 고난수도회

하느님과의 일치 모든 이와 나누고자


예수 그리스도 고난 수도회 상징 문양 및 로고. 문양 중앙에 흰색 십자가를 배치, 수도자들의 마음이 예수님 십자가에 봉헌됐고 항상 그 십자가 발치에 머무를 것임을 고백한다. 그 밑에 흰 심장을 그려 예수님 고난을 항상 간직하는 수도자들의 순결한 마음을 형상화했다. 그 심장 안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의미하는 'JESU XPI PASSIO'라는 문장을 써 넣었으며, 문장 밑 못 세 개는 예수님 고통과 고난에 참여하는 모든 이의 고통을 상징한다.


성과 속이 따로 있을까. 북한산국립공원 우이령길을 따라 20분쯤 걷다보면, '명상의 집'이 나온다.
 
예수 그리스도 고난 수도회 한국 순교자들의 관구(MACOR)와 나란히 세워져 있는 명상의 집은 성과 속의 분별을 넘어 진리로 들어서는 이치, 곧 불이법문(不二法文)을 떠올리게 한다. 어둑한 침묵 속에 잠긴 피정집에서 진리를 찾는 이들은 고독 가운데서 예수 고난의 신비를 마음밭에 오롯이 새긴다.
 
그렇지만 그 옆 계곡을 따라 조성된 우이동 먹거리마을은 여전히 먹고 마시며 고성방가하는 이들로 흥청대며 호화성을 이룬다.


고령화에 발맞춘 어르신 피정

어버이날(8일)을 앞두고 '어르신 1박2일 무료피정'을 갖는다기에 7일 밤 늦게 명상의 집에 들어섰다. 피정집에선 61명에 이르는 어르신들이 춤 동작을 배우느라 여념이 없다. 할아버지는 둘셋에 불과하고 할머니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다들 흥이 나 있다. 배우자와 사별했거나 자녀들과 떨어져 홀로 지내는 이들이 대다수여서다.

어르신 피정 참가자들이 성가를 부르며 성체조배와 묵주 기도를 준비하고 있다.


예수고난회 재속3회인 동반자회 회원의 알기 쉽고 흥겨운 지도에 전체 피정을 진행하는 김영익(루도비코) 신부의 구수한 입담과 추임새가 곁들여지면서 장내는 수시로 폭소가 터진다.
 
프로그램은 단출하다. 노래와 춤으로 하느님을 찬미하고 강론을 듣고 성체조배와 묵주기도를 한 뒤 하룻밤 자고나서 영화 '굿바이(Good&Bye)를 보고나서 나눔을 갖고 고해성사를 보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도 어르신들은 밤새도록 강의를 듣고 싶어하고 기도에 젖어들고 싶어한다.

최명순(체칠리아, 73, 서울 도봉산본당) 할머니는 "나머지 생을 어떻게 살아야 되나, 얼마 안 남았는데 하는 게 요즘 일상의 생각거리였는데 피정을 하며 이제 남은 여생도 정말 감사하면서 즐겁게 살아야겠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고 털어놓는다.

송만옥(아벨, 71, 화성 기안 성 바오로본당)씨도 "뇌졸중 후유증으로 좌반신 편마비의 고통을 안고 살아오다가 이번 기회에 춤을 따라 해보니 생각보다 힘들지 않게 춤을 출 수 있어 정말 기뻤다"며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고백한다.

어르신 피정을 예수 고난회에서 마련한 것은 세상과 교회의 고령화에 따라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사목적 배려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처럼 피정과 영적 지도는 예수 그리스도 고난 수도회의 고유한 사도직 활동으로 정착돼 있다. 피정 프로그램은 예수 고난회 용어로 말하자면, '순회설교(Missio)'다. 묵상법을 가르치며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수도자들은 자신들이 '기도 교사'로, 수도원은 '기도 학교'로 불리기를 원할 정도로 피정 사도직에 온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5월 광주 북구 일곡동 수도원에서 열린 성모의 밤 행사 중에 수도회 회원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물론 이같은 사도직을 예수 고난회 설립자인 십자가의 성 바오로(Paul of the Cross, 1694~1775)가 창안해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변화시키고 사랑에 빠지게 한 하느님 체험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열망에서 피정(Retreat)을 예수 고난회 수도생활의 일차적 목적으로 삼았다. '순회 설교' 사도직은 시대 흐름과 함께 '피정집'을 통한 피정 사도직으로 바뀌었다. 또한 회원들의 증가와 함께 시대적 요구 속에서 본당 순회 피정과 명상의 집을 통한 피정, 성직자 및 수도자 피정, 영적 지도와 상담활동, 본당 사목, 사회복지활동, 선교 등 사도직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서울 우이동과 광주 일곡동 명상의 집, 강원도 오상 영성원(양양 삽존리) 등 명상의 집을 통해 진행되는 피정 프로그램은 그 피정 대상자나 단체별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신자들의 요청에 따라 이뤄지는 '본당별, 신심단체별 피정'도 있고, 효과적 영적 쇄신을 위해 부부가 함께하는 '부부 피정'이나 온 가족이 함께하는 '성가정 피정'도 있다. 대부모나 대자녀, 새 신자, 어르신, 어린이, 성직자ㆍ수도자 부모 등 다양한 교회 공동체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피정도 있다. 양양 오상 영성원은 개인 피정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침묵 피정 찾는 신자 늘어

최근엔 '침묵 피정'이 인기다. 신자들의 영적 성장과 기도ㆍ영성생활을 심화시키려는 취지로 이뤄지는 침묵피정은 한겨울(1ㆍ2월)과 한여름(7ㆍ8월)에 갖는 대침묵 피정, 나머지 달에 갖는 소침묵 피정으로 각각 나눠져 있다. 아울러 개인 피정과 정기적 영적 지도 요청이 늘자 수도회 차원에서도 이에 부응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관구장 신동호(베드로) 신부는 "불교에서 선승들이 동안거(冬安居), 하안거(夏安居)를 하듯 우리 수도회는 일정기간 수도생활에 집중하다가 밖에 나아가 순회설교와 본당 피정지도 등 사도직을 하고 다시 돌아와 본래 수도생활에 집중했다"며 "우리는 수도생활의 본질인 기도생활, 특히 하느님 체험을 나누는 삶의 방식으로서 피정운동을 사도직으로 실천해왔다"고 설명했다.


예수 그리스도 고난 수도회의 영성과 역사

십자가의 신비, 언행으로 선포...1741년 교황 면속 수도회로 인준


예수 그리스도 고난 수도회(Passionists: C.P.) 영성의 핵심은 '하느님과의 신비적 일치'다. 그 일치의 문(The Godly Door)은 '십자가에 못박힌 사랑(The Crucified Love)인 그리스도'다.
 
이같은 영성으로 살아가는 예수 그리스도 고난 수도회 설립자는 이탈리아 제노바공국 출신 십자가의 성 바오로다. 1713년 "하느님의 위대하심과 그분 사랑을 받기에 부당한 자신의 무가치함에 대해 자각"하는 첫 번째 회심을 체험한 그는 이 체험을 통해 평생을 하느님께 바치기로 결심한다.

- 예수 그리스도 고난 수도회 설립자 십자가의 성 바오로.
 

이어 1720년 11월 22일 검은 참회의 수도복을 입고 오바다의 아보리오 디 가티나라 주교 지도로 카스텔라초의 성 찰스와 안나 성당에 딸린 작은 방에서 40일 피정을 시작함으로써 수도회를 설립했다. 40일 피정 뒤 가티나라 주교는 그의 성령의 영감을 식별하고 카스텔라초 근처 성 스테판 성당에서 은둔생활을 할 것을 허락했으나 이곳에선 동료를 모을 수 없었다. 그래서 로마를 거쳐 1737년 9월 몬테아르젠타리오에 첫 수도원의 문을 연다.
 
1741년 5월 14일에야 교황 베네딕토 14세에게 교황 면속 수도회로 인준을 받는다. 당시 교황은 "교회에서 제일 먼저 설립됐어야 할 성격의 수도회가 이제야 설립됐다"고 말하며 새 수도회의 사명을 장엄하게 선포한다.
 
1771년 5월 3일엔 타르퀴니아에 예수 고난 관상 수녀회가 설립됐다.
 
수도회 설립자이자 설교자, 신비가로 산 그는 가난과 참회, 고독 가운데 살면서 기도를 통해 체험한 십자가의 신비를 말과 행동을 선포했다. 생애 말년까지 교황들의 영적 지도와 고해신부로 활동했으며, 1775년 로마의 성 요한 바오로 수도원에서 선종했다. 십자가의 성 바오로는 1867년 6월 29일 시성됐으며, 축일은 10월 19일이다.
 
그의 사후 수도회는 계속 발전해 전 세계 56개 국에서 수도자 2400여 명이 피정과 순회 설교, 본당사목, 출판 및 커뮤니케이션 활동, 군종 및 특수사목 등을 통해 그리스도의 고난의 신비를 선포하고 있다.
 
국내엔 1964년 광주대교구장 헨리 대주교 요청으로 미국 성 십자가 관구에서 파견됐으며, 현재 서울 우이동에 관구 본부를 비롯해 서울신학원과 광주분원, 서울분원, 오상영성원 등을 두고 있다. 한국 관구 회원은 유기서원자 및 종신서원자 34명, 입회자 5명(외국인 3명 포함) 등 39명이다.

※ 성소모임

▲ 서울본원 : 02-990-1004,2004(담당 장명일 다니엘신부)
매달 1회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 245-4

[평화신문, 2012년 5월 20일, 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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