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함께 성인이 되는 길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1-06 ㅣ No.787

[레지오 영성] 함께 성인이 되는 길

 

 

연재를 시작하며

 

지난 해 전주교구 초남이성지에서는 참으로 기적적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순교자의 피로 세워진 한국천주교회의 첫 순교자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복자 권상연 야고보, 10년 후 신해박해 순교자 ✠복자 윤지헌 프란치스코의 유해가 순교 230년 만에 발견되었습니다. 순교 당시의 모습이 생생하게 새겨진 순교자들의 유해를 수습하고 확인하며 받았던 충격과 감동은 몸과 혼과 영으로 순교의 신앙을 체험하는 성사적 시간이었습니다.

 

오랜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싸움에 지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신 첫 순교자들과의 통공을 통하여 우리가 알아들어야 할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깊이 성찰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이었을까? 생명과 삶을 바치면서까지 이분들은 무엇을 지키고 증거하려 했을까?’ 그리고 ‘그 힘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에 대하여 근원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올 한 해 동안 레지오 마리애 단원 여러분과 참되고 성숙한 신앙의 길을 나누는 자리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이 소중한 기회에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과 함께 순교자들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신 성화(聖化)의 길에 대하여 저의 성찰을 나누고자 합니다. 순교자들의 모후이신 성모님께서 함께해주시고, 성령의 빛으로 비추어 주시어 ‘함께 성인이 되는 길’을 찾아 갈 수 있는 은총을 청하며 연재를 시작합니다.

 

- 2021년 3월11일 초남이성지 바우배기에서 발견된 한국의 첫 순교자 ✠복자 윤지충 바오로(좌)와 ✠복자 권상연 야고보(우) 유해와 함께 발굴된 백자사발 묘지석. 순교자들의 신원과 묘지의 조성에 대한 기록이 새겨있다.<전주교구 소장>

 

 

“예수 마리아!”

 

‘집행관은 나라의 관례에 따라 윤 바오로에게 임금이 인준한 그리고 목판에 쓰인 사형 선고문을 낭독하도록 명하였습니다. 윤 바오로는 그 목판을 들고, 자신과 형에게 내려진 사형 선고문을 큰 소리로, 또 기쁘게 읽고서는 사형수들의 머리를 자르게 되어 있는 큰 도마 위에 머리를 놓았습니다. 다음 아주 침착하게 예수 마리아의 이름을 여러 번 부른 다음, 형을 집행하도록 희광이에게 신호를 하였습니다. 희광이는 윤 바오로의 머리를 자르고, 이어 즉시 반죽음이 되어 있으면서도 아직 예수 마리아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 권 야고보를 끌어내어 그의 머리를 잘랐습니다. 이 일은 1791년 12월7일 오후 3시에 일어났습니다. 윤 바오로의 나이는 만 33세였고, 권 야고보는 만 41세였습니다.’<구베아 주교가 사천감목대리 디디에르 주교에게 보낸 서한(1797)>

 

어렸을 적에 집안의 어른들은 갑자기 놀라거나 큰일을 당하면 “예수 마리아!”를 주문처럼 외우셨습니다. 문지방에 머리만 찧어도 비명을 지르고 조금만 힘든 일을 당하면 쌍욕을 내뱉는 나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순교자들이 모진 고문과 죽음 앞에서 외쳐 불렀던 “예수 마리아”는 기도였고 간구였습니다. 신앙의 선조들은 이 기도와 간구를 통해 항상 “예수 마리아”와 함께 하는 삶을 살았던 것이지요. 순교자들에게 있어서 몸에 밴 신앙은 일상의 중심에 주님을 모시며 모든 일에서 주님의 뜻을 찾는 삶이었던 것입니다.

 

 

성덕은 교회의 가장 아름다운 얼굴입니다

 

레지오 마리애 단원이 지향하는 목적은 ‘단원들의 성화를 통하여 거룩하신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레지오 마리애의 창설자 프랭크 더프는 ‘우리도 성인이 될 수 있는가?’ 라는 책에서 완덕에 도달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성인이란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자신의 일상 의무를 특별히 잘 이행하는 사람”(F. Duff, Can we be Saints?, p.1) 이라고 정의하면서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중요한 성덕을 쌓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7년 3월에 모든 신앙인이 걸어가야 할 성덕의 길에 대한 가르침을 담은 교황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Gaudete et Exsultate)’를 발표하셨습니다. 교황은 모든 그리스도인은 어떠한 생활 신분이나 처지에서든, 하느님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완전한 성덕에 이르도록 저마다 자기 길에서 주님께 부르심을 받았음을 강조하십니다. 또 “거룩한 신앙인이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거룩한 사람이 되기 위해 주교나 사제나 수도자가 될 필요는 없으며” 성덕을 “일상생활과 거리를 두고 많은 시간을 기도에 할애할 수 있는 사람만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직장인은 일터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가정에서, 젊은이는 친구들 안에서 주님이 진정 바라시는 대로 ‘기쁘고 즐겁게’ 살아가며 성덕에 이르는 길이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말하자면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이번 연재를 통하여 여러분과 함께 순교자들이 걸어갔던 신앙의 길을 묵상하며 참된 성화의 길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2년 1월호, 김영수 헨리코 신부(전주교구 치명자산성지 평화의 전당 관장)]

 



847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