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홍)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교육ㅣ심리ㅣ상담

[교육] 명동 대림특강3: 주님이신 예수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2-22 ㅣ No.160

명동성당 2012 대림특강 (3 · 끝) 주님이신 예수


예수님 만나 기쁜 신앙생활을

 

 

예수님은 예루살렘에 나귀를 타고 입성하셨다. 나귀는 대단한 권력가가 타는 동물이 아니다. 예수님은 세상이 바라는 왕의 모습, 제자들이 원했던 세속적 영광의 메시아가 아니라 다른 모습의 메시아로 자신을 드러내셨다.

 

다른 모습과 다른 길을 통해 당신의 수난과 죽음을 보여주신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가서 가장 먼저 하신 일은 성전 정화사업이다. 성전은 기도하는 거룩한 장소다. 예수님은 성전을 허물면 사흘만에 다시 세우겠다고 말씀하셨다. 

 

성전 개념을 조금 바꿔보자. 참된 성전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미사 드리고 묵상하고 조용히 성체조배하는 성당에 무엇 때문에 가는가. 누구를 만나러 가는가.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성당의 화려함인가, 참된 예수님인가. 예수님께서 오시는 자리가 마구간이든 왕궁이든 예수님 자체가 중요하다.

 

성전은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킨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틀과 상황에서만 예수님을 만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봐야 한다.

 

초대교회 공동체는 빵을 나누고 친교를 이루는 것에서 참된 성전 개념을 찾았다. 이것은 예수님이 성전 정화사업에서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요한 2,19)고 하신 말씀을 초대교회가 그대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빵을 나누면서 예수님과 인격적 관계를 맺고, 신뢰로 일치하는 것 그것이 참된 성전이다. 

 

참된 성전은 곧 예수님과 내가 온전히 만나고, 나눔의 유대 관계가 형성되는 곳이다. 예수님은 당신의 발씻김 예식에서 하나됨의 모습을 보여주신다. 참된 씻김은 나를 깨끗하게 하는 의미가 아니다. 예수님께서 발씻김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하신 것은 관계의 문제지 윤리의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럴 자격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첫눈에 반해서 그러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내 사랑의 대상에게는 함부로 말할 수가 없다. 허물도 덮어준다. 이는 내가 깨끗하지 않고 올바르지 않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면 행동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윤리적으로 완전해야 예수님을 만날 수 있다면 세상 어느 누구도 예수님을 만날 수 없다. 예수님은 제자들 발을 씻어준 다음에 "너희도 그렇게 하여라"하고 말씀하셨다. 부족하지만 서로 아껴주고 사랑하고 하나가 되도록 함이 발씻김 예식의 참 의미다. 너의 부족함과 나의 부족함이 어우러지는 의미다. 예수님을 만나 더불어 함께하는 것은 하느님의 일치 안에서 생명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최후의 만찬 역시 관계 안에 하나가 되기 위해 예수님께서 자신을 내어주는 행위다. 예수님이 "이는 내 몸이고 내 피다"며 자신을 내어놓은 것은 그 자리에 함께하자는 초대의 의미다. '내어줌'의 자리에서는 모든 사람이 하나가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예수님께서는 새로 태어나는 것은 곧 나를 비워내는 작업임을 십자가에서 보여주셨다.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내가 비워내야 한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 부활하신 예수님 존재를 알아볼 수 없다. 못 믿겠다고 하는 건 내 안에 무엇인가 가득차 틈이 없다는 말이다. 내가 비워낸 그 자리에서 예수님과 온전히 함께한다면 나는 늘 기쁠 것이다. 기쁘지 않은 신앙은 거짓 신앙이다. 

 

[평화신문, 2012년 12월 23일, 박병규 신부(대구대교구 선남본당 주임), 정리=강성화 기자]



2,394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