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예화ㅣ우화

[자비] 너그러움으로 채운 밥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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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1 ㅣ No.376

너그러움으로 채운 밥그릇

 

 

귀주에서 거란족을 물리치고 당당히 돌아온 강감찬을 위해 현종이 연회를 베풀었다. 강감찬의 자리는 현종의 바로 옆이었다. 산해진미가 가득 차려진 연회상 앞에서 한참 흥이 무르익을 무렵 강감찬이 현종의 눈치를 살피며 슬며시 일어섰다. 현종이 왜 그러느냐고 묻자 강감찬은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아뢰며 뒤로 물러섰다. 그러면서 강감찬은 내시를 향해 따라 나오라는 눈짓을 보냈다. 내시와 마주 선 강감찬은 먼저 주위를 살펴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입을 열었다.

 

"내가 조금 전 밥을 먹으려고 밥주발을 열었더니 빈그릇이더구나. 아마도 너희들이 실수를 한 듯 싶구나!"

 

그 말을 듣는 순간 내시의 얼굴은 노랗게 질렸다. 그 날의 주인공은 강감찬인데 주역에게 그같은 실수를 했다는 사실이 성미 급한 임금에게 알려지면 벌을 받을 것이 틀림없는 일이었다.

 

"장군님,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내시는 무릎을 꿇은 채 벌벌 떨며 잘못을 빌었다. 그러자 강감찬은 두팔로 내시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됐다. 그만 일어서거라. 내 한 가지 묘안이 있으니 시키는 대로 하여라!"

 

강감찬은 내시의 귀에 무언가를 나즈막히 속삭였다. 잠시 후 연회장으로 들어온 강감찬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사람들과 어울렸다. 그 때 내시가 강감찬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

 

"장군님, 진지가 식은 듯 하오니 바꿔드리겠습니다."

 

빈 밥그릇을 들고 물러선 내시는 다시 따뜻한 밥이 소복한 그릇을 들고 나타났다. 모두가 강감찬이 시킨 일이었다. 이렇게 해서 잔치는 무사히 끝났다. 그 후 내시는 두고두고 그 일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마침내 현종의 귀에까지 들어갔으며 현종은 아랫사람을 아끼는 강감찬의 너그러움을 크게 칭찬하였다.

 

[월간 좋은생각, 1995년 1월호,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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