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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건강한 그리스도인: 취업준비로 교사활동 그만두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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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12-15 ㅣ No.238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취업준비로 교사활동 그만두어야 할 것 같아요 (상)

 

 

궁금해요 : 저는 본당에서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대학교 3학년 여성입니다. 3년 정도의 교사생활 동안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지만 이제 졸업반이 되면서 더 이상 교사활동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부모님께서도 성당 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저를 무척 걱정하시고 또 친구들이 취업 준비로 학원이나 해외 어학연수 등을 다니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불안감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교사 생활을 그만두려고 하는데 자꾸만 신부님, 수녀님, 그리고 동료 교사들과 학생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렇게 해보세요 : 교회 봉사는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닙니다

 

첫 본당 보좌신부 시절 중고등부 주일학교 학생들을 인솔하여 꽃동네로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종교와 무관하게 전국에서 오는 일반 학생들도 많았는데, 우연히 고등학교 학생들을 인솔하여 오신 선생님 한 분과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학생들의 종교 활동에 대해서 느끼시는 답답함을 저에게 토로하셨습니다. 말씀인즉, 학생들이 공부를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에 교회에 참석하니 교사로서 답답하다는 것입니다. 조금 있으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갈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질 텐데 말입니다.

 

그 말씀에 저는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물론 학생들이 공부를 하기 싫어서 교회를 찾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모든 학생이 다 그런 것은 아니며 학생들이 지금 배워야 하는 것은 ‘학교 공부’만이 아닙니다. 아울러 교회에서는 아이들에게 공부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해야 하는 보다 분명한 이유와 가치를 가르칩니다. 그래서 학교와 교회는 줄다리기를 해야하는 상대가 아니라 함께 학생들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하는 곳입니다” 아쉽게도 그날의 길었던 대화는 평행선을 그으며 끝이 났습니다.

 

대화를 끝내고 나서 안 사실인데 그분 역시 천주교 신앙인이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명예 신앙인’인 셈입니다. 신앙을 부정하는 것도, 하지만 신앙으로 인해서 현세적인 가치를 조금도 포기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지닌 사람 말입니다.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들 말합니다. “사목위원이 자신의 자녀는 주일학교에 절대 안 보내고, 수도자와 친하게 지내는 신자가 자기 자녀들은 결코 수녀원에 보내지 않으려 한다” 그냥 우스갯소리였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우선 사제로서, 자매님께서 선택하셨던 주일학교 교사직의 봉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교사로 봉사하시면서 많은 어려움도 있으셨겠지만 자매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교사의 직무가 자매님에게 하느님과 깊은 관계로 나아가도록 하는 영적인 유익뿐 만 아니라 책임감, 대인관계 그리고 자기표현, 리더십, 창조성 등과 같은 많은 인성적, 사회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유익함이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교회 봉사의 삶은 결코 시간의 낭비이거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라 우리가 삶에서 터득해야 할 여러 측면들을 배우는 유익한 기회이기도 합니다. 영적인 교육뿐만 아니라 인성, 사회기능적인 측면들에 대한 교육의 기회가 가정과 학교를 비롯한 모든 장소에서 적절한 시간에 그리고 적절한 방법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성인이 된 후에 아무리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도 어려운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자매님께 다음과 같은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삶에서 어떤 것을 제거하는 것에 익숙해지기보다는 그것들이 함께 갈 수 있도록 ‘관리’ 또는 ‘조율’하는 법을 배우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던 여성이 저녁이 되어 집에 오면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자녀들을 돌봅니다. 어느 것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는 일과입니다. 그 속에서 이 분이 고민해야 하는 것은 무엇 하나를 제거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잘하기 위해서 그 일과들을 ‘관리’, ‘조율’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능력은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생각을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훈련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 문의 : 이메일 info@catimes.kr로 김인호 신부님과 상담하실 수 있습니다.

 

[가톨릭신문, 2014년 12월 14일, 김인호 신부(대전가톨릭대 · 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취업준비로 교사활동 그만두어야 할 것 같아요 (하)

 

 

궁금해요 : 지난 호에서 이어집니다. 본당에서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대학교 3학년 여성으로 졸업반이 되면서 부모님의 걱정과 친구들의 분주한 모습에서 오는 불안으로 교사활동을 그만두려고 한다. 그런데 신부님, 수녀님, 그리고 동료 교사들과 학생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걱정이다.

 

 

이렇게 해보세요 : 버리기보다 함께 지니고 가는 법을 배우세요

 

인터넷에 나오는 간단한 심리테스트의 내용입니다. “지금 당신이 사자, 말, 양, 원숭이, 소 와 함께 사막을 걷고 있습니다. 너무 힘이 들어서 이 동물들을 한 마리씩 버려야 합니다. 어떤 동물부터 버리시겠습니까?” 이 테스트는 우리가 살면서 힘든 순간이 왔을 때 버릴 순서라고 하는데 각 동물의 의미는 이렇습니다. 사자는 자존심, 말은 가족, 양은 사랑, 원숭이는 친구, 소는 직업이랍니다. 재미로 하는 것이지만 이 테스트를 보면서 한 가지 의혹이 생깁니다. “왜 꼭 무엇인가를 버려야 하나?” 왜냐하면 우리 삶에는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순간들도 많지만 함께 가야 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어렵고 힘든 상황, 불안하고 두려운 상황 앞에 놓이게 되면 가장 먼저 자신이 하고 있던 일을 정리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고3 수험생의 시간’을 예를 들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3 수험생을 일컬어 ‘벼슬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부모님 잔소리 안 듣고 방으로 들어가도 되고, 식탁자리에 안 오거나 먼저 일어나도 되고, 화내도 되고, 살쪄도 되고, 명절 때 어른들에게 인사하러 안 가도 되고, 성당 안 가도 되고… 살아가면서 이렇게 벼슬을 하는 순간들이 종종 있지만 그 시간은 얼마가지 못합니다.

 

문제는 그 시간이 지나고 나서 곧바로 자신이 내려놓았던 여러 가지 몫을 수행해야 하는 순간에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한번 놓았던 것을 다시 몸에 익히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바쁘고 어렵다고 해서 하나씩 중요한 몫들을 버리다 보면 나중에는 점점 버리지 말아야 하는 몫들도 버리는 태도들이 성장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자매님의 경우에는 처음에는 교사활동을 내려놓지만 점점 주일 미사뿐만 아니라 다른 신앙의 영역도 버려질 수 있는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볼 때, 여러 가지 일을 함께 그리고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시간 관리의 측면이 매우 중요합니다. 시간 관리의 첫 번째는 ‘시간 낭비를 막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사목생활을 하다 보면 실제로 많은 분들이 성당에서 짜임새 있게 시간을 활용하기보다는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들도 많이 보게 됩니다. 누군가에는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상생활에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특별히 젊은이들에게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일이 끝났음에도 먼저 자리를 뜨기가 어색하고, 헤어지기가 아쉽고, 저녁 식사시간도 되었고… 물론 성당이 일하러만 오는 곳은 아니지만 아낄 수 있는 시간은 가능한 아끼면서 지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시간 관리의 두 번째는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식사시간에는 먹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먹고, 놀 땐 놀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공부할 때는 공부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기도할 때는 기도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하라”는 것입니다. 이는 주어진 시간에 조금 더 밀도 높은 공부, 취업 준비, 그리고 신앙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매님, 어떤 것에 대한 선택과 포기가 동료들이 분주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가운데서 오는 ‘불안한 마음’ 과 ‘부모님의 걱정’에 의해서만 이루어지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무엇인가를 버림으로써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우기보다는 그것들을 함께 지니고 가는 법을 배워나가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자매님에게 더 큰 성장과 축복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 이번호로 연재를 마칩니다. 지금까지 집필해 주신 김인호 신부님과 애독해 주신 독자께 감사드립니다.

 

[가톨릭신문, 2014년 12월 25일, 김인호 신부(대전가톨릭대 · 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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