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백) 부활 제7주간 목요일 이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성인ㅣ순교자ㅣ성지

[성지] 올바른 성지순례를 위해: 꼼꼼한 순례 준비, 은총의 날개 단다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7-09-22 ㅣ No.471

[순교자 성월 특집] 올바른 성지순례를 위해


꼼꼼한 순례 준비, 은총의 날개 단다

 

 

주어진 삶의 무게로 어깨가 무거울 때, 바쁜 일상에 치여 하느님을 잊고 살 때, 우리는 신앙선조들의 순교신심을 배우기 위해 성지로 향한다.

 

하지만 성지를 가기 전의 준비와 성지에서의 하느님을 향한 다짐, 성지를 다녀온 후 미묘한 변화도 없다면 그동안의 것은 진정한 성지순례가 아니었던 셈이다.

 

우리의 아주 작은 노력과 희생으로도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행복한 순례를 청할 수 있다. 여기, 보다 깊은 순례를 하기 위한 몇 가지 제안이 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1) D-30 순례지에 대해 공부하기

 

지식이 없는 순례는 ‘관광’이다. 한국의 성지 사이트를 연 오영환(라우렌시오·69·전 서울여대 교육심리학 교수) 교수는 “준비 없는 순례에서는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앙선조의 숨결이 서려 있는 성지에 도착해서 그 장소에서 무슨 일이 있었고, 누가 어떤 상황에서 머물렀는지 또는 어떻게 죽음을 당한 곳인지 알지 못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따라서 본당 단위로 가는 성지순례라면, 순교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여러 장에 걸쳐 글과 사진, 그림 등으로 표현해 성당마당이나 로비, 사무실 등에 전시해 놓을 수 있다.

 

가족 단위로 순례하는 경우에는 가족 구성원이 분담해 성지조사를 하고 함께 일정을 짤 수 있다. 예를 들어 성지를 정하고 길을 안내하는 것은 아빠가, 음식과 함께 부를 수 있는 성가를 준비하는 것은 엄마가, 인터넷에서 순교자의 생애를 알아보는 것은 아이들이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가족성지순례는 성지를 찾아 가는 과정을 통해 가족 구성원이 서로의 소중함을 배우고 그리스도의 정신을 함께 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2) D-9 준비 모임

 

9일 전에 준비모임을 갖고 순례자들 모두가 준비물과 프로그램을 숙지할 수 있게 한다. 모임에서는 성지에서 지켜야할 에티켓을 알려준다. 예를 들어 술과 과도한 도시락은 가져오지 말 것, 휴대전화를 꺼놓을 것 등이다.

 

시간이 된다면 성지를 가기 전, 9일 기도를 바쳐도 좋다. 이상각 신부(주교회의 이주사목위원회 성지순례사목 소위원회 간사)는 “무엇을 준비할 때 신자들이 모여 9일 기도를 바치듯이 성지를 가기 전에도 9일 기도를 하면 순례를 위한 마음의 준비가 된다”고 말했다.

 

도보성지순례의 경우에는 순례를 하면서 부를 수 있는 성가나 주제가 등을 정해 미리 연습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다. 인근 관광지나 식당 여부를 알아보는 준비모임이 아닌 ‘진정한 성지순례’를 하기 위한 연습을 지금부터 하는 것이다.

 

준비 모임 때는 봉사자용과 참가자용으로 구분해 만든 워크북이 필요하며 여기에는 자세한 일정과 순례지에 대한 소개, 이곳 순교자들의 일화, 지도, 응급처치법까지 곁들여본다.

 

가족도 가족모임을 통해 그동안 조사한 것들을 모아 ‘가족워크북’을 만들어볼 수 있다.

 

 

신앙을 일깨우는 순례의 길

 

1) D-day 성지 찾아 가는 길

 

‘순교와 증거의 발자취’라는 책에서는 ‘성지순례의 시작은 성지에 가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준비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적고 있다. 신앙 선조들처럼 우선 자신을 버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우리 선조들의 믿음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분들이 걸어갔던 핍박과 고난, 험난했던 길을 순교자들의 전구로 우리도 함께 걸을 수 있도록 열심히 기도해보자.

 

미리 준비해온 생활성가를 부르거나 묵주기도 5단을 함께 바친다. 103위 한국 성인 기도문, 순교자들의 시복시성을 위한 기도문을 외는 것도 좋다. 혹은 순례지에 대해 미리 공부한 내용을 복습하는 차원에서 퀴즈 맞추기나 스무고개 등 건전하고 다양한 놀이를 사용해도 주위를 환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이러한 ‘놀이’는 성지까지 가는 시간을 활용해 자칫하면 지겨워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 즐거움과 지식을 함께 선사할 수 있다.

 

2) D-day 성지에서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어농성지(전담 이건복 신부)는 가족미사를 마련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2시간 미사 시간 동안 가족들이 서로에게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을 편지로 쓰게 하고, 편안한 음악 속에서 대화의 시간도 갖게 하는 것이다.

 

또 혹시 잊을지 모르는 가족구성원 간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 서로에게 축복하는 시간도 갖는다.

 

이건복 전담 신부는 “복잡한 도심이 아닌 공기 좋은 성지에서 가족이 함께 미사를 봉헌할 수 있어서 인지 나들이를 겸해 미사에 오는 이들도 많다”며 “가족 미사가 성체 안에서 가족이 함께 평화를 느끼는 추억의 장, 갈등을 해소하는 화해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다른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순례자 맞춤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없다면, 자발적인 ‘희생’도 성지순례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미 유명해진 도보순례와 장애우와 함께 그들의 휠체어를 밀어주며 성지를 찾아다니는 방법도 있다.

 

또 맨발로 하는 십자가의 길,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것, 103위 한국 성인의 호칭을 한 명씩 부르며 기도하는 ‘103위 한국성인 호칭기도’, 본당차원의 성극 마련 등 작은 노력으로도 주님을 향한 마음을 견고히 할 수 있는 것이다.

 

2003년 의정부교구 용현동 본당에서는 가족끼리 하는 순례의 방법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권유했다.

 

우선 가족끼리 동그랗게 모여 앉아 시작기도를 한 다음에, 가족 구성원에게 사랑의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져본다. 편지를 쓴 후에는 ‘우리 가족을 위한 기도문’을 만들어보고 다함께 가톨릭 기도서에 있는 ‘가정을 위한 기도’를 바친다. 그 후 자녀들은 ‘부모를 위한 기도’를, 부모는 ‘자녀를 위한 기도’를, 부부는 ‘부부의 기도’ 등을 바치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해보고 신심도 돈독히 하는 것이다.

 

 

D+ 내 안에 예수 그리스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 땅에 뿌려진 복음의 씨앗을 일군 신앙 선조들의 터전에 다녀왔다. 하지만 다녀온 것만으로 만족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끝은 아니다. 참다운 성지순례는 순례자 개개인이 일상에서 신앙을 증거하며 희생을 실천하는 순교자 정신으로 사는 것.

 

일상으로 돌아오는 차내에서 순례자들은 자신들의 느낀 점과 삶의 각오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자그마한 희생과 절제를 통해 신앙인의 삶을 살겠다는 결심이 마음속에서 슬그머니 자라난다면 오늘 하루 성지순례를 다녀온 보람이 생기는 순간이다.

 

성지순례를 다녀온 그 순간부터 D+ 언제까지 그 다짐이 유지될지는 정해진 것이 없다. 개개인의 마음속에 핀 결심의 꽃에 따라 유지되는 시간도 다르다. 남은 것은 자랑스러운 신앙선조를 따라 얼마나 주님을 잊지 않고 사랑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 수 있냐는 물음에 대한 숙제뿐이다.

 

 

성지순례에 임하는 ‘우리들의 자세’

 

1. 순례지에 대해 미리 공부하자.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순례를 떠나기 전 순례지 성지들에 대한 역사와 그곳에서 순교한 순교자들의 일대기 등에 대해 공부해 놓자. 종교서적이나 인터넷을 찾아보면 관련 자료가 풍성하다.

 

2. 순례를 하는 동안 미리 공부해 두었던 내용을 머릿속에서 하나둘씩 꺼내보자. 기도와 묵상만 하며 길을 걷기는 힘들다. 친구들끼리 성지나 순교자에 대한 퀴즈놀이, 스무고개 등 다양한 놀이를 하면서 걷는다면 순례길이 훨씬 쉽고 재미있을 것이다.

 

3. 별다른 준비물 없이 간단하게 해볼 수 있는 성극을 직접 꾸며보거나 성지나 순교자에 대한 관련 자료를 영상을 통해 학습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에 그날 순례한 장소에 대한 지식을 확고히 다져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4. 휴대전화는 집에 두고 오자. 꼭 필요하다면 순례하는 동안만이라도 꺼두자. 순교자들의 삶을 조용히 묵상하며 걷는 데 전화소리가 울린다면 그보다 더한 방해꾼은 없을 것이다. 휴대폰을 잠시 멀리 하면 순례를 더욱 알차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물론 문명의 이기에서 벗어나 자연이 주는 해방감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5. 떠나기 전 9일 기도, 묵주기도 등을 해 마음을 다잡아보자. 혹은 금연, 금주 등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희생이라면 무엇이든 좋다. 절제를 통해 마음가짐을 바로하고 진정한 순례를 떠날 준비를 해보자.

 

[가톨릭신문, 2007년 9월 16일, 오혜민 기자]



2,202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