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준비 교육과 혼인 후 교육

현대 미국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 중 세 가지를 들어 보면 높은 이혼율, 이혼의 세대간 전수 그리고 가톨릭 교회 역시 이러한 경향에 면역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처럼 세대를 넘는 혼인 관계의 불안정성에 맞서, 특히 혼인의 질과 안정성의 향상에 기여하기 위하여 클레이턴 대학교의 '혼인-가정 센터'에서는 미국 주교회의와 연계하여 두 가지 전국적 연구를 실시하였다. 하나는 '혼인 준비에 관한 연구'(1995년)이며, 다른 하나는 '결혼 초기 5년에 관한 연구'(2000년)이다. 두 연구에서 모두 혼인 준비 교육과 혼인 후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도출해 냈다.

연구 결과는 명확하다. 바로 혼인 준비 교육이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 부부들에게 매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 교육 프로그램이 미국인의 자발적 성향에 비추어 보았을 때 그 강제적 성격으로 인해 때로 부정적으로 비춰지기도 했지만 혼인 준비 교육에 참가한 예비 부부들 중 3분의 2 정도가 매우 가치 있는 경험이었다는 데 동의했다. 그러므로 혼인 준비 교육은 혼인과 가정의 강화와 안정에 관심을 기울이는 교회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바로 혼인 준비 교육에는 유효 기간이 있다는 것이다. 결혼한 지 5년 이내에 있는 응답자의 80% 정도가 혼인 준비 프로그램이 매우 가치 있는 경험이었으나 그 영향이 점차 감퇴되었다고 대답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이러한 현상을 설명해 준다. 첫째, 시간이 지나면서 각자가 단순히 그들이 혼인 준비 교육에서 발견했던 것을 잊는다는 것이다. 둘째, 혼인 준비 교육의 효과가 마치 면역 반응에서처럼 시간과 함께 퇴색된다는 것이다. 파상풍을 예방하기 위해 두 번째 면역 주사를 맞듯이 혼인 교육을 위해서도 두 번째 강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혼인 후 교육 프로그램은 혼인 준비 교육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할지 모른다. 세 번째는, 최근 고안되고 경험된 혼인 준비 교육이 결혼 생활의 초기 적응 단계에는 매우 도움이 되지만 결혼 후 시간이 흐르면서 발생하는 문제와 그에 적응하는 데에는 그리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혼인 준비 교육에서 결혼 후 직면하게 되는 직업 선택, 출산, 자녀 양육과 같은 과제와 가정 생활의 변화 등에 대해 다룰 필요가 있다.

혼인 준비 교육의 형태

성직자와 본당 관계자, 그리고 평신도 부부로 이루어진 팀이 가장 효과적인 혼인 준비 교육의 형태라는 평가를 받았다. 성직자와 예비 부부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현재 실시되고 있는 혼인 준비 교육의 일반적 형태이다. 이에 대해서도 응답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팀 위주의 교육만큼 효과적이지는 않다고 대답했다. 팀 중심의 교육에 참가한 사람들이 든 이유는 단순히 신부는 결혼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결혼 생활이 어떠한지 알지 못하며, 결혼한 부부와만 함께하는 교육도 좋은 형태이기는 하나 역시 팀 중심의 교육만큼 효과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구성은 성직자와 결혼한 부부를 포함하는 팀을 구성하는 것이다. 팀 위주의 접근 방식에서는 결혼과 결혼 생활의 문제점들에 대해 다양한 관점이 제시되며, 어느 정도 실제 결혼 생활을 경험한 사람들로부터 제시되는 것이기에 매우 도움이 된다.

혼인 준비 교육에 참가했던 예비 부부들은 그 교육에서 활용된 접근 방식에 상관없이 그들 관계와 잠재적 문제점들에 관해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것에 무엇보다 높은 점수를 주었다. 그러므로 예비 부부간의 토론 시간이 반드시 프로그램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 한 가지는 혼인 생활에 관한 모든 것, 곧 의사 소통, 갈등 해소, 책임, 종교와 가치관, 자녀 양육, 경제적 문제, 성(性), 성격 문제 등에 관한 목록을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록을 통해 그들 관계에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이것이 대화의 출발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혼인 준비 교육에 참석하는 횟수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면, 교육에 단 한 번 참석한 예비 부부는 네 번 또는 그 이상 참석한 이들에 비해 혼인 준비 교육이 덜 유익하다고 평가했으며, 두 번 또는 세 번 참석한 이들은 여덟 번 또는 아홉 번 참석한 이들보다 덜 유익하다고 평가했다. 결혼처럼 복잡한 일에 대해서 단 한번의 교육만으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또한 열 번 이상의 교육은 예비 부부들에게 지나치게 현실적인 여러 가지 결혼 문제에 시간을 할애할 것을 요청하므로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8회에서 9회 정도의 교육이 예비 부부들의 자발성을 유지하면서 교육 효과를 높이는 최적의 횟수라 여겨진다.

혼인 준비 교육과 혼인 후 교육 내용

혼인 준비 교육에서 예비 부부들에게 가장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는 주제는 다음의 다섯 'C'였다. 곧 의사 소통(communication), 갈등 해소(conflict resolution), 책임(commitment), 자녀(children) 그리고 교회(church)(성사 생활과 종교적 가치관을 포함하여)이다. 그러나 여섯 번째 'C'라 할 수 있는 직업(career), 특히 맞벌이에 대한 주제는 혼인 준비 교육 프로그램에 대체로 생략되어 있어 이에 대해서는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되었다. 부부의 성생활에 대한 주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첫째, 혼인 준비 교육이나 혼인 후 교육에서 하는 모든 노력이 이 다섯 'C'를 깊이 있게 다루는 데 맞춰져야 한다. 결혼 초기 단계에서는 의사 소통, 갈등 해소, 책임에 대한 주제가 중요하며, 교회와 관련된 주제, 곧 종교 활동, 종교적 의미와 가치관에 대한 주제 역시 매우 중요하다. 결혼에 관한 연구에서 종교가 결혼 생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여러 차례 드러났다.

둘째, 잘 다루어지지 않는 주제들을 부각시켜 다루어야 한다. 여기에는 결혼 후 첫 5년 동안 겪을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인 성(性)에 관한 문제, 맞벌이 문제를 들 수 있다.

결혼 후 첫 5년에 관한 연구에서 응답자들에게 42가지 항목 중에서 결혼 생활 초기에 겪게 되는 문제를 순서대로 나열해 보도록 하였다. 그들이 문제점으로 든 내용은 혼인 준비 교육과 혼인 후 교육의 프로그램에 포함시킬 만하다.

여기서 보고된 결혼 생활의 첫 번째 문제는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 문제였다. 미국에서의 맞벌이 부부의 수가 약 60%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당연한 일이다. 일과 부부 시간, 그리고 자녀 양육 사이의 갈등 문제는 부부와 교육자들에 의한 의지적 응용과 프로그램상의 반응이 요청된다. 두 번째 중요한 문제로 여기는 것은 성 관계의 횟수였다. 결혼 생활 초기에 부부는 배우자의 성적 요구와 성적 언어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성 관계 횟수를 중요한 문제로 삼는다는 것은 보다 전체적 문제인 시간에 대한 요구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는 문제와 연관된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로 중요한 문제는 모두 경제적 문제에 관한 것이었다. 곧 결혼 전 채무 문제, 남편의 직업과 재정 문제였다. 경제에 바탕을 둔 사회 체제와 그 체제가 미국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이 역시 놀랄 일이 아니다.

여섯 번째 문제는 가사 노동에 대한 것이었다. 맞벌이 부부는 가사 노동 분담에 대한 기대치와 실천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현대 남편의 가사 노동량은 그들 조부의 시대와 비교해 볼 때, 거의 두 배로 늘었다. 그렇지만 주부들의 주당 가사 노동 시간과 비교해 보면 여전히 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3세대에 걸친 사회의 변화는 여성의 교육과 취업의 기회를 극적으로 증가시켰다. 그러나 가사 노동은 여전히 전통적 역할 분담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또 한가지 흥미 있는 사실은 응답자가 자녀를 두었느냐 아니냐에 따라 대답이 다르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자녀를 둔 부부의 경우에는 가장 중요한 세 가지 문제점으로 부모로서의 시간과 부부간 시간의 균형,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 성 관계 횟수를 차례로 들었으며, 자녀가 없는 경우에는 성 관계 횟수, 채무 문제, 일과 가정의 균형 순이었다. 많은 부분이 자녀가 있는 부부나 없는 부부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문제시되나, 그 정도는 항상 자녀를 둔 부모에게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이전의 조사에서 어린 자녀가 결혼 생활의 안정성은 증대시키지만, 그 질은 감소시킨다는 역설적 사실과 그 맥락을 같이한다. 이러한 결과는 특별히 임신과 출산을 위한 강좌, 육아 워크숍, 새 부모로 살아가기와 혼인 갱신 강좌 등 부모를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러나 이는 탁아 시설이 함께 제공되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탁아 시설의 확보는 혼인 및 부모 교육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는 부모들에게 필수 사항이다.

결혼 초기 5년에 대한 연구에서 밝혀진 결혼 생활의 문제점 중 응답자들 대다수가 부모로서의 시간과 부부 시간의 균형, 일과 가정의 균형을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았는데, 여기서의 관건은 배우자로서 또 부모로서 '시간'의 문제이다. 이 문제를 극복하는 데에는 특별한 전략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일과 가정 모두에 한계선을 설정해 놓는 방법, 가정 주부의 역할과 경제적 책임을 지는 역할을 교대로 맡는 방법, 한 쪽만 직장 생활을 하는 방법, 그리고 부부 모두 일주일에 일하는 시간을 60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은 현대 신혼 부부들에게 매우 유용할 것이다. 또한 부부는 성적 문제에 대해서도 전략을 필요로 한다. 부부가 서로의 성적 언어와 요구, 성에 대한 남녀의 다른 접근법을 배워 나가면서 결혼 생활 초기에 이에 대한 문제를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는 효과적인 혼인 준비 교육과 혼인 후 교육을 위해서는 예비 부부들이 결혼 후 발생할 만한 성적 문제들을 인식하고 이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을 입증한다. 또한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부부들이 그들의 종교 차이가 문제를 일으킬 성향을 지닌다고 이야기한 것도 주목할 만 하다. 혼인 준비 프로그램에서는 이러한 차이점들을 밝히고 이를 다룰 수 있는 전략을 개발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마치며

미국 사회의 세 가지 문제점, 곧 높은 이혼률, 이혼의 세대간 전수, 이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편승 경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 글을 시작했다. 이러한 경향에 맞서기 위해서는 첫째, 결혼 제도를 더욱 지지, 강화하는 방법, 둘째, 이혼을 막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째 방법은 결과적으로 부부가 현재의 어려운 상태에 계속 머무르게 해야 하는 것을 뜻할 수 있으므로 결혼 제도를 유지하고 풍부하게 하고, 교회의 사명에 비추어 보았을 때 더욱 적합하고 효과적인 방식은 첫 번째 접근 방식이라 할 수 있겠다. 혼인 준비 교육과 혼인 후 교육에서 혼인 생활의 문제점을 다루고 이를 준비하게 하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결혼 전과 결혼 생활 중 이러한 교육이 실질적으로 부부에게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해서 교육 프로그램의 담당자는 그들을 하나의 짜여진 프로그램에 맞추어 넣으려 하기보다 항상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원문：Michael G. Lawler·Gail S. Risch, "Marriage Preparation and Enrichment", The Priest 58호(2002.4.), 34-36면, 이준혜 옮김.

* Michael G. Lawler는 클레이턴 대학교의 신학과 교수이자, '혼인-가정 센터'의 소장이며, Gail S. Risch는 동대학 신학과 강사이며, '혼인-가정 센터'의 연구원이다. '혼인-가정 센터'의 홈페이지 주소는 www.creighton.edu/MarriageandFamily/이다.

[사목, 2002년 5월호, 마이클 롤러, 게일 리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