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예화ㅣ우화

[우정] 기쿠치와 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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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1 ㅣ No.370

기쿠치와 브라운

 

 

수학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일본의 기쿠치 박사가 젊은 시절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에서 유학하던 때의 일이다. 당시 동양인이 외국에서 유학한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 기쿠치는 옥스퍼드에서 유일한 동양인이었다.

 

입학한 지 얼마 안 되어 기쿠치는 학교안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시험이 있을 때마다 항상 1등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일로 영국학생들의 자존심은 푹 꺾여버렸다. 기쿠치 다음으로 2등을 하던 브라운이라는 영국학생의 마음은 더욱 안타까웠다.

 

그러던 어느날 학기말 시험을 얼마 앞둔 날이었다. 기쿠치는 독감을 앓게 되어 며칠 학교를 쉬어야만 했다. 이 사실이 학교에 퍼지자 영국 학생들은 이 기회에 브라운이 1등을 할 수 있게 되었다며 몹시 좋아하였다.몇몇의 친구들은 브라운을 찾아가 그에게 용기를 심어 주었다.

 

"브라운 잘해! 그 원숭이 같이 작은 녀석을 보기좋게 꺾어주라고!"

 

브라운은 싱긋 웃어보일 뿐이었다.

 

기말 시험날이었다. 기쿠치는 핼쓱해진 얼굴로 학교에 나왔다. 영국학생들의 비웃는 듯한 눈초리를 받으며 기쿠치는 시험을 치렀다. 며칠 뒤 학교게시판에 성적이 발표되었다.와글와글 모여있는 학생들 틈에 누군가가 실망스런 목소리로 외쳤다.

 

"이런 또 기쿠치가 1등이야"

 

브라운이 1등을 할 것이라는 철석같은 믿음이 깨진 것이다. 그때 기쿠치가 게시판 근처로 걸어왔다. 어안이 벙벙해진 영국학생들이 한걸음 물러섰다. 기쿠치가 서투른 영어로 말했다.

 

"내가 병석에 있으면서도 수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브라운 덕분입니다. 브라운은 매일매일 그날의 강의를 가지고 내 방을 찾아와 교수님과 똑같은 강의를 해주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영국 학생들은 아무도 고개를 들지 못하였다.

 

[좋은생각, 1995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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