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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20세기를 빛낸 신학자들34: 이브 콩가르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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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2-22 ㅣ No.384

[20세기를 빛낸 신학자들] (34) 이브 콩가르 (상)

조명받지 못했던 '성령론'의 현대적 발전 이끈 선구자



많은 신자들은 삼위일체 신앙을 고백하면서도 세 번째 위격인 성령이 누구신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고백한다. 기껏해야 비둘기 정도의 이미지가 떠오를 뿐이다. 사진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베드로좌 위 비둘기 모양의 성령을 형상화한 유리화. CNS 자료사진


'성령론의 재발견'

많은 신자들은 삼위일체 신앙을 고백하면서도, 그 세 번째 위격인 성령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만물의 창조주이신 아버지 하느님으로 고백되는 성부, 그리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부활하신 주 예수 그리스도로 고백되는 성자와 달리, 성령에 관해서는 그 어떤 명확한 진술을 하지 못한다. 기껏해야 비둘기 정도의 이미지가 떠오를 뿐이다. 성령은 과연 누구인신가?


성령이란

성령의 위격적 특성은, 그 본질 자체로 하느님이면서도 동시에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시는 하느님 현존의 고귀한 선물과 은총이라는 데에 있다. 성부 하느님의 영이며 또한 성자 그리스도의 영이신 성령께서는 하느님과 인간의 만남을 신비로이 주관하며, 인간의 내면에 거주해 우리의 성화(聖化)를 이끌어 가신다. 미사 안에서 '사도신경'과 함께 선택적으로 고백되는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381년)은 삼위일체의 세 번째 위격(位格)이신 성령을 "생명을 주시는 주님"으로 고백하며, 그분께서는 "성부와 성자와 더불어 같은 흠숭과 영광을 받으신다"고 선포한다.

성령께서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것은 바로 "성부 안에 근원을 두고 성자 안에서 주어진 '생명'은 교회 안에서, 성령을 통하여, 우리에게 개인적으로 내밀하게 전달됨"(「가톨릭교회교리서」, 683항)을 의미한다. 성령께서는 이렇듯 우리에게 생명이 주어지는 통로인 동시에 그 선물을 주시는 하느님 자신이시다.

이처럼 성령은 그리스도교의 '삼위일체'(三位一體) 신앙 안에서 명백하게 "생명을 주시는 주님"이라는 위격적 존재로 고백된다. 그러나 11세기 이후 20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서방 교회의 역사적 전통 안에서 오랜 기간 성령에 대한 관심과 인식과 성찰이 충분치 못한 채 간과돼 왔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그 이유를 굳이 찾아본다면 무엇일까? 동방 교회의 신비주의적 신학 경향과는 달리 모든 것을 논리적 언어로 설명하고자 했던 이성주의적 신학의 대두와 그리스도 중심주의적 관점의 지나친 강조, 그리고 법률주의적 교회관의 성립 등을 거론할 수 있겠다.

가장 큰 신학적 문제는, 성부와 성자의 경우와 달리, 성령의 위격적 실상이 분명하게 설명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이 시기 동안에, 성령은 주로 비둘기라는 종교미술적 상징에 의해서만 묘사돼 왔다. 이러한 이유로, '아버지'와 '아들'의 형상으로 분명히 표현되는 성부와 성자의 경우와 달리, 성령은 그 위격적 실상이 정확히 드러나지 않은 채 '얼굴 없는 존재'로 머물게 된다.

카파도키아의 교부인 대 바실리우스(329/330-379) 성인에 따르면, 성령께서는 근접할 수 없는 하느님의 거룩한 힘으로서 이 세상 안에 실제적으로 작용하시는 분이시다. 즉, 유한한 인간의 이성으로써 도저히 파악할 수도 없고 인간의 능력으로 감히 접근조차 할 수도 없는 것이 바로 하느님의 무한한 실재(實在)요 신비이지만, 이러한 비가시적인 하느님의 실재를 우리가 직접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시는 사랑의 표지요 선물이 바로 성령이시다. 그런데 이 사랑의 선물이란 하느님 밖의 그 무엇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바로 하느님의 본질 자체이다. 결국, 하느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선물로 내어주시는 것이다. 따라서 성령께서는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자기 전달에 있어서, 그 전달 행위의 직접적 원리이자 어떤 의미에서는 그 주체가 되신다. 그리고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이러한 자기 전달 행위의 극치는 바로 성령의 인도에 따른 성자의 강생 신비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구원 역사를 통해 교회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주시고 인도하시는 성령께서는 바로 '교회의 영혼'(anima Ecclesiae)이라고 일컬어진다. 그리고 교회의 가시적 영역을 넘어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온 세상 안에 충만하여 활동하시는 성령을 가리켜서는 '성령의 보편적 현존과 활동'(the universal presence and activity of the Holy Spirit)이라는 신학적 용어를 사용해 표현한다. 이는 성령의 활동 중 가장 대표적인 특성 중 하나이다.

이미 구약성경의 지혜서 1장 7절은 "온 세상에 충만한 주님의 영은 만물을 총괄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요엘 예언서 3장 1절에서는 선택된 이들 위에 내려 이스라엘의 구원 역사를 이끌어가시던 주님의 영께서 이제는 온 세상 만민 위에 임하실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리고 베드로 사도는 오순절 설교를 통해,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당신의 영을 부어 주실 것이라던 구약성경의 예언이 드디어 성령강림을 통해서 성취됐음을 선포한다(사도 2,16-21 참조).


성령론의 현대적 흐름

1897년에 이르러, 교황 레오 13세(재위 1878-1903)는 성령에 대한 첫 회칙인 「그 신적 책무」(Divinum Illud Munus)를 발표했고, 성령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사랑, 그리고 기도를 강조했다. 또한 성령강림대축일 전 9일기도를 바칠 것을 결정하여 온 교회에 선포했다.

성령론의 현대적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이브 콩가르 추기경.


1962-1965년의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성령론은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하게 된다. 공의회는 현대 세계 안에서 교회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진지한 숙고와 성찰을 통해 새로운 교회상에 대한 전망들을 제시했는데, 그러한 과정을 통해 그동안 교회 역사 안에서 간과돼 왔던 성령론적 통찰의 재발견을 위한 중요한 단초들을 제공했다. 물론 공의회 전체는 그리스도 중심적 관점에서 이루어졌지만, 교회와 세상 간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통해 성령론적 전망이 다시 새로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교회의 내부는 물론이고, 교회의 가시적 영역 밖에서까지 활동하시는 성령의 신비로운 작용에 대한 자각이 이뤄졌다. 이처럼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부터 새로이 이뤄진 성령론적 성찰과 전망은 공의회 이후에도 계속해서 전개, 발전되어 오늘에까지 이르게 된다.

교황 요한 23세(재위 1958-1963)를 뒤이어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임무를 승계한 교황 바오로 6세(재위 1963-1978)는 성령에 대한 신학적 연구의 심화와 신심의 계발을 통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계승과 보완이 계속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오로 6세는 1975년에 「현대의 복음선교」(Evangelii Nuntiandi)를 발표했는데, 이 교황 권고는 성령론적 관점에서 복음화의 사명을 설명함으로써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문헌이다. 문헌은 성령을 통해 복음이 세상 깊은 곳까지 침투해들어감을 역설한다.

이후 1982년 로마에서는, 그리스도교 역사 안에서 삼위일체론과 그리스도론의 교의(dogma) 정립 과정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콘스탄티노폴리스공의회(381년) 개최 1600주년과 에페소공의회(431년) 개최 1550주년을 기념하는, 성령론에 관한 대규모의 국제 학술회의가 열렸다. 이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그동안 이루어진 성령론의 발전에 대해, 교회 교도권의 가르침과 신학자들의 주장을 교회 전체적 차원에서 통합하고자 시도했던 매우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된다. 여기에서는 성령론에 관한 거의 모든 주제가 총망라되어 많은 발표들이 이뤄졌다.

그리고 이러한 성령론의 발전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재위 1978-2005)의 1986년 회칙 「생명을 주시는 주님」(Dominum et Vivificantem)을 통해 보다 명시적으로 구체화돼 드러나게 됐다. 이는 현대 교도권의 가르침 중 유일하게 성령에 관해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문헌이다.


이브 콩가르의 공헌

이러한 성령론의 현대적 발전 과정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사람은 바로 프랑스의 신학자 이브 콩가르(Yves Congar, 1904-1995) 추기경이다. 그는 도미니코회 소속 사제로서, 예수회원 앙리 드뤼박(Henri de Lubac, 1896-1991)과 함께 프랑스의 20세기 '신(新)신학'을 전개한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교황 요한 23세에 의해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신학 전문위원으로 임명돼 공의회 문헌 작성에 직접적으로 참여했으며, 개인적으로는 교회론과 교회 일치(ecu menism), 그리고 성령론 분야에서 뛰어난 저술들을 남겼다. 콩가르는 서거 1년 전인 1994년에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콩가르는 위에서 언급한 1982년의 로마 국제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행하였는데, 그것은 이 회의 직전인 1979-1980년에 그가 총3권으로 이루어진 성령론에 관한 명저 「나는 성령을 믿나이다」(Je crois en l’Esprit Saint)를 출간함으로써 성령론의 발전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을 널리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 세권의 책은 아직까지도 현대 성령론의 교과서로 간주되는 불후의 명저이다. 국내에서는 백운철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장)의 번역으로 2004년에 그 1권이 번역, 출간됐다(가톨릭출판사). 다음호에서는 이 세권의 책 내용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평화신문, 2014년 2월 23일,
박준양 신부(가톨릭대 교의신학 교수, 신학과사상학회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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