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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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명동 사순특강: 예의 나라, 신앙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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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3-10 ㅣ No.145

명동주교좌본당 사순특강 (1) 예(禮)의 나라, 신앙의 나라 (상)

한자에 창세기 신비 담겨있다



평화신문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다리며 회개와 영적 준비를 하는 사순시기를 좀 더 의미있게 보낼 수 있도록 명동주교좌본당에서 실시하는 사순특강을 연재한다.

특강 순서는 △ 5일ㆍ12일 '예(禮)의 나라, 신앙의 나라'(안경렬 몬시뇰) △ 19일ㆍ26일 '기도, 자선, 단식'(조규만 주교)이다.


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이 한자의 '예절 예'(禮)자를 풀이해 준 적이 있다. 글자 모양을 풀어보면 오곡백과(曲)를 제단(豆)위에 차려놓고 하느님(示)께 제사를 드리는 모습과 비슷하다. 한자에서 '보일 시'(示)자는 하느님을 의미한다. 즉 '예'란 우리 피조물들이 하느님께 드리는 흠숭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 한자가 발생한 시기는 기원전 2300년경으로, 구약시대로 보면 민족의 분산이 이뤄진 바벨탑 사건 직후다. 아마도 바벨탑 사건 이후 동방으로 이주해온 사람들이 조상들의 역사와 사건을 토대로 상형문자인 한자를 만들었던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한자에 담긴 창세기의 발견」(E. R. 넬슨 지음/이강국 옮김)이란 책을 보면 표의문자인 한자 속에서 공자도 풀지 못한 창세기 신비를 발견할 수 있다. 한자를 세분해서 그 의미를 살펴보면 구약성경의 창세기에 기록된 내용이 한자를 구성하고 있는 부수와 획에 밀접하게 반영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지을 조'(造)자는 흙(土)에 생명(生)을 불어넣어 말하고(口) 걸어 다니게 만들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나무 목'(木)자 2개에 '보일 시'(示)자가 합해진 '금할 금'(禁)자는 하느님(示)이 아담과 하와에게 에덴동산 있는 나무 중 선악과나무(木)와 생명나무(木)를 따먹지 말도록 금한 것을 뜻한다(창세 2,17-3,22). 즉 이 글자는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일을 생생하게 기록한 창세기의 발견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벗을 라'(裸)는 '옷 의'(衣)와 '과실 과'(果)가 합해진 글자다. 창세기에는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고 나서 벌거벗은(裸) 것을 알게 됐다는 내용이 있다.

"여자가 열매(果) 하나를 따서 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자, 그도 그것을 먹었다. 그러자 그 둘은 눈이 열려 자기들이 알몸(裸)인 것을 알고, 무화과나무(木) 잎을 엮어서 두렁이를 만들어 입었다"(창세 3,7).

'양 양'(羊)자와 자신을 의미하는 '나 아'(我)자를 합치면 '옳을 의'(義) 자가 된다. 창세기에서 아벨은 양 떼 가운데 맏배들과 그 굳기름을 바쳐(창세 4,4) 의로운 자가 됐다.

또 '배 선'(船)자는 방주(舟)에 여덟(八) 사람이 입 구(口)로 들어가는 모양이다. 노아의 방주에 탔던 사람은 모두 8명이었다. "그날, 노아는 자기 아들 셈과 함과 야펫, 자기 아내, 그리고 세 며느리와 함께 방주로 들어갔다"(창세 7,13).

18세기경 중국에서 성경을 한자로 번역하던 선교사들은 과연 중국의 옛 조상들이 창조주 하느님을 알지 않았을까 추측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고대 중국 황제가 옥황상제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을 보면 구약시대 대사제가 야훼께 제물을 올리는 것과 유사하다. 황제는 대제사장과 같은 직분이었다. 당시 제사에서 낭송한 기록문의 일부를 보면 상제, 즉 하느님을 만물을 창조한 창조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큰 나라로 우뚝 일어선 중국 국민들을 이제 하느님의 참된, 의로운 백성으로 되돌려야 하지 않을까?

중국에서 황제는 천자(天子)라고 불렸다. 이것은 하느님의 아들 자격으로 천하를 지배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중국의 황제는 머리에 금관을 쓰고 손에는 왕홀을 들고 곤룡포를 입고 천하를 다스렸다. 금관은 물질에 대한 욕심, 왕홀은 권력욕, 곤룡포는 명예욕을 뜻한다.

그러나 광야에서 마귀의 유혹을 물리치신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가시관을 쓰고 옷 벗김을 당하신 채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다. 그런데 요즘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시민운동가들이 권력에 눈이 멀어 국회의원이 되려하고, 명예욕에 사로잡힌 신앙인들이 가짜 박사학위를 들고 나오기도 한다. 이것이 사순절에 우리가 함께 묵상해야 할 화두다. [평화신문, 2012년 3월 11일, 안경렬 몬시뇰]


명동주교좌본당 사순특강 (2) 예(禮)의 나라, 신앙의 나라 (하)

파스카 신비로 새롭게 태어나자


최근 차동엽(인천교구 미래사목연구소) 신부의 「잊혀진 질문」이라는 책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이 작고하기 전 마지막으로 던진 '인간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등 24개 질문에 차 신부님이 명쾌하게 답했다.

나도 감명 깊게 읽었는데 우리는 누구나 같은 의문을 갖고 있고, 자신의 존재 이유와 삶의 의미에 대해 숙고하며 산다. 이 고달픈 삶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 또 왜,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사실 우리는 이 질문들 가운데 일부에 대해서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문제는 알고 있고, 믿고 있는 답을 실현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 안에 넘치는 욕망 때문에 그것을 믿고 실천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영성'(靈性)의 문제다.

영혼과 육체의 오묘한 합일체인 인간은 근본적으로 금력, 권력, 명예 등에 대한 욕망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 육신은 소멸하더라도 영혼은 남는 것이므로 나이가 들수록 욕망에 사로잡힌 영혼의 정화를 통해 완덕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降生)을 통해 완덕에 이르게 된다. 예수님은 최후 만찬 때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셔라'라고 하셨다. 빵과 포도주, 즉 예수님 살과 피를 받아먹음으로써 그리스도와 일체가 된 우리는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계신' 예수님을 세상에 증거해야 하는 소명이 있다. 예수님은 당신 말씀을 듣기만 할 것이 아니라 '선포하라'고 하셨다.

석가모니가 '네 안의 불성(佛性)을 깨달으라'고 했다면, 예수님은 우리 안의 하느님 모습을 깨달으라고 하신다. 참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를 입어야 한다. 예수님 살과 피를 먹은 우리가 예수님처럼 변화돼야 한다. 모든 신자들이 그리스도 자신이 되는 것이야말로 강생의 신비를 살아가는 것이다. 강생의 신비는 2000년 전 예수님 한 번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그 살과 피를 나눈 우리를 통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거룩한 갈망」(로널드 롤하이저 지음)이라는 책을 보면 '하느님 몸을 취함으로써 모든 가정이 교회가 되고 모든 아이가 아기 예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제는 우리가 예수님 손과 발, 입이 돼 '강생의 신비'를 살아야 한다.

사순시기에 우리는 파스카 신비를 묵상한다. 파스카 신비란 어떤 형태로든 죽음을 겪은 후 새로운 생명과 새로운 영을 받는 것을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는 말씀과 같다. 파스카는 우리에게 이런 '죽음'을 준비시키는 것이다. 파스카 신비에 대한 묵상을 통해 우리는 죽음을 맞이하면서 새로운 생명에 적응한다.

사순시기를 지내는 우리는 이제 이와 같이 파스카적 죽음을 살아야 한다. 예수님은 간음한 여인을 단죄하지 않고 그 여인의 죄를 용서해 주시면서 새로운 삶을 열어주셨다. 예수님 때문에 그 여인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었다. 이렇게 우리는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새롭게 태어나, 예수님 가르침대로 잘 살아야 한다. [평화신문, 2012년 3월 18일, 안경렬 몬시뇰, 정리=서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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