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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건강한 그리스도인: 죽음이 두렵습니다. 어떻게 떨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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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12-01 ㅣ No.237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죽음이 두렵습니다. 어떻게 떨칠 수 있을까요? (상)

 

 

궁금해요 : 저는 40대 후반의 기혼 남성입니다. 아버지는 제가 5살 때 간암으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3년 전에 난소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가족들의 죽음에 대한 체험이 남들보다 조금 빨랐지만 저에게는 누군가의 죽음이 그리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제가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조금만 몸이 이상해도 병원에 가고 가끔이지만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도 이대로 깨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곤 합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해보세요 : 두려움 · 공포 인정하고, 감사하는 삶 살아야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연령에 따라 그리고 환경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불안과 공포, 두려움을 체험하게 됩니다. 그 가운데서 죽음은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불안과 공포 그리고 두려움의 대상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죽음에 대해서 모두가 그런 감정을 느끼지만 모두가 같은 크기와 같은 방법으로 그 감정들에 반응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때로는 그 반응들이 지나쳐서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는 반드시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형제님의 경우처럼 건강에 대한 염려와 잠자리에서 느끼는 약간의 불안감은 그 심각성이 덜하지만 현재 느끼는 불편함을 간과하기 보다는 좀 더 적절한 방법 안에서 대면할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형제님의 경우, 어릴 때 아버지의 죽음과 몇 년 전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서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 그리고 두려움이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당시 어린 아이로서 죽음의 상황에 대한 여러 이미지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울고, 쓰러지고, 시신을 보았던 모습, 묘지에서의 모습 등이 깊게 자리했을 수 있습니다. 많은 경우에 유아시절에 남아있는 이미지들이나 체험들은 살아가는 동안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형제님의 경우에는 유아시절에 그 불안과 두려움이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최근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비로소 드러나면서 건강에 대한 염려와 잠자리에서 느끼는 불안감의 형태로 나타난 것 같습니다. 조금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죽음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서 여행이나, 운전 등과 같이 위험한 행동을 피하는 경우도 있고 음식이나 여러 안전문제에 대해서 더욱 예민해지는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는 외부출입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태도들은 신앙생활 안에서도 발견되는데 신앙 안에서 세상에서의 복음적 삶과는 별개로 영원 세계에 대해서만 관심을 두면서 신앙을 그저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는 방법으로만 이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형제님의 과거 상태처럼 죽음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드러내는 경우도 있는데,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이들이 건강을 전혀 돌보지도 않고 죽음에 대해서 아무런 불안도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이러한 무관심의 모습 역시 죽음에 대한 불안, 공포, 두려움에서 나오는 방어기제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보면 자신의 태도를 형성하는 가장 밑바탕에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 그리고 두려움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과정일 것입니다. 형제님, 어떤 의미에서 죽음은 오늘 우리의 살아 있음이 얼마나 귀한지를 알려주는 표지입니다. 그래서 죽음 앞에서 느끼는 불안과 공포 그리고 두려움은 살아 있음에 대한 감사로 이어지고 더욱 생명력 있고 가치 있게 살기 위한 태도로 나아가도록 초대하는 감정으로 이용될 수 있습니다. 무감각하고 가치를 느끼지 못해 척박해진 우리의 삶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소중한 빗방울과 같은 것이 바로 죽음에 대한 생각과 감정이라는 것입니다. 한 번의 들숨과 날숨이 얼마나 소중한지, 눈을 들어 바라볼 수 있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깨닫게 하는 기회라는 것입니다.

 

※ 문의 : 이메일 info@catimes.kr로 김인호 신부님과 상담하실 수 있습니다.

 

[가톨릭신문, 2014년 11월 30일, 김인호 신부(대전가톨릭대 · 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죽음이 두렵습니다. 어떻게 떨칠 수 있을까요? (하)

 

 

궁금해요 : 죽음이 두렵습니다. 어떻게 떨칠 수 있을까요? 

 

지난 호 내용에 이어집니다. 40대 후반의 남성으로, 어릴 때 아버지 그리고 최근 어머니의 죽음을 체험하면서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현재 건강염려와 잠자기 전에 약간의 불안 증세를 느끼고 있습니다. 죽음에 대한 불안 앞에서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렇게 해보세요 : 죽음은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자극제입니다 

 

죽음에 대한 불안을 새로운 기회로 이용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형제님께 저의 꿈 이야기 하나 들려드릴까 합니다. 저는 올 새해 첫날 제가 죽어 무덤에 묻히는 기분 나쁜 꿈을 꾸었습니다. 너무나 두려웠고 슬펐습니다. 저는 그 꿈으로 인해서 잠을 설쳤고 새해 첫날에 꾸는 꿈이라서 너무나 당황스러워 기억하고 싶지 않았지만 아침 무렵 그 꿈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점점 죽음에 대한 슬픔과 두려움 때문에 보지 못 했던 장면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엉뚱한 장면이지만 묘지에 저를 매장하고 내려가는데 제가 문상객들 뒤에서 함께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저 양반 때문에 재미있었는데…” 그러자 옆 사람이 말을 받더군요. “그러게 저분 때문에 웃었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분들의 말은 지금껏 제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던 말로 어느 순간 아주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새해 첫날의 미사를 드리기 전에 저는 감사 기도를 드렸습니다.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무엇인가를 만들고 성취하는 삶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웃음 한번 줄 수 있는 삶을 살자는 것이었습니다. 때로는 거창한 계획을 내세우면서 주변에서 체험하는 작은 것들을 하찮게 여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만나는 사람들에게, 지금 있는 그 자리, 지금 하는 그 일에서… 저의 그날 꿈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작되었지만 결국은 삶에 대한 새로운 목표를 갖게 해준 특별한 꿈이 되었습니다.

 

형제님의 경우에 죽음에 대한 공포가 꽤 오랫동안 사고의 영역과 감정의 영역을 둘러쌓기에 죽음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와 사고, 감정을 지니기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작업을 멈추거나 게을리해서는 안됩니다. 외국의 어떤 곳에서는 자녀들에게 죽음이 단순히 공포감과 두려움을 형성하지 않도록 어렸을 때부터 무덤을 방문할 때 가족들과 그곳에서 식사를 하면서 소풍처럼 여기도록 한다고 합니다. 무덤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형성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될 때 죽음에 대한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새롭게 다가오는 체험에 의해서 균형을 이룰 수 있게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혹시라도 죽음에 대한 형제님의 여러 태도들이 자녀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필요성도 있는 것 같습니다.

 

끝으로 저는 형제님께 다음의 몇 가지를 권하고 싶습니다. 우선, 작은 일에 감사하십시오.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공포는 현재의 살아있음에 대해서 무감각하게 만듭니다. 현재 숨을 쉬고 말하고 움직이는 것에 대해서, 현재 누군가와 함께 있음에 대해서 말입니다. 감사의 대상은 하느님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이웃들 모두가 해당됩니다. 둘째,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는 일을 하십시오. 죽음에 대한 염려는 자칫 자신의 건강, 자신의 미래 등, 자기 세계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성향이 깊어지지 않도록 점차 다른 이를 향한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오늘 죽어도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고 기쁘게 해주었다면 우리가 만나는 죽음의 순간이 그리 허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형제님, 죽음이 축복인 것이 아니라 삶이 하느님의 축복입니다. 죽음은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죽음에 대한 염려로 하느님의 축복을 훼손하기보다는 죽음에 대한 생각이 들 때마다 삶을 더욱 충실하게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자극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삶을 통해 ‘죽음을 늘 준비하는 사람이야말로 삶을 잘 살줄 아는 사람’임을 증명하시는 삶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문의 : 이메일 info@catimes.kr로 김인호 신부님과 상담하실 수 있습니다.

 

[가톨릭신문, 2014년 12월 7일, 김인호 신부(대전가톨릭대 · 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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