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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ㅣ우화

[용서] 사랑으로 갚은 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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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1 ㅣ No.365

사랑으로 갚은 원수

 

 

1989년 8월, 서초구 반포동에서 조그만 보석상을 경영하던 박상철 씨는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이다. 3명의 강도가 보석상에 침입하여 3억여원 상당의 금은보석을 챙겨 달아나자 그는 뒤쫓아 나와 범인의 승용차를 가로막았다. 그러나 그는 자동차에 매달린 채 50m 끌려가다 급제동을 건 차에서 튕겨져 나와 길가의 보도블럭에 머리를 부딪혀 뇌를 크게 다쳤다. 식물인간 상태로 한 달 가까이 사경을 헤매이다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은 뒤에도 7개월 동안 병원신세를 져야 했으며 반신불수와 언어장애를 이겨내야 하는 고통과 싸워야 했다.

 

범인들은 그로부터 10개월 뒤에 또 다른 금은방을 털다가 검거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박상철 씨는 분노로 몸을 떨었다. 범인은 박상철 씨의 모든 것을 빼앗았다. 사고전 그는 일본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아버지의 퇴직금을 바탕으로 마련했던 금은방을 송두리째 강탈당한 뒤에는 가장의 병치레로 집안은 완전히 기울고만 것이다.

 

박씨가 경찰에 출두해 범인과 처음 마주쳤을 때, 그는 그 때의 분노와 절망이 한꺼번에 밀어 닥쳤다. 그러나 자신의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서 살인미수죄가 추가돼 사형이 구형되면서 그는 더욱 큰 심적 갈등에 휩싸였다. 천주교를 믿는 종교의 힘이었을까? 가난으로 16살에 집을 나와 범죄의 늪에 빠진 범인이 불쌍하다는 생각으로 고민 끝에 미움과 분노를 털어내고 범인을 면회했다. 곧이어 범인을 감형해 줄 것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냈다.

 

그 후 법원에서는 범인에게 무기형을 선고했고 박상철 씨는 계속 교도소를 찾았다. 범인은 박상철 씨의 마음에 감화를 받아 속죄하는 마음을 가지고 신앙에 귀의했으며 범인이 영세를 받았을 때는 박상철 씨가 대부를 자청하기까지 했다.

 

온갖 죄를 저질렀던 범인은 진심으로 회개하는 마음으로 지금은 교도소에서 목공기술을 배우는 등 모범적인 복역생활을 하고 있다.

 

[월간 좋은생각, 1993년 5월호,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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