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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9: 십자가 성 요한의 작품 - 어두운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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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6-07 ㅣ No.677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 (9) 십자가 성 요한의 작품 ② 어두운 밤


하느님 향한 인간의 ‘수동적 정화’ 단계 다뤄



십자가의 성 요한이 1578년 어두운 밤을 체험한 스페인 톨레도 전경.


「가르멜의 산길」과 단짝을 이루는 작품

십자가의 성 요한의 작품 중에는 「가르멜의 산길」과 단짝을 이루는 형제 같은 작품이 있습니다. 「어두운 밤」이 바로 그 작품입니다. 제목 그 자체가 보여주듯이, 이 책은 성인이 겪었던 톨레도에서의 어두운 밤의 체험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으로, 영성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그 매력적인 제목에 끌려서 한 번쯤은 잡아봤을, 그러나 읽으면서 너무도 난해해서 한숨을 쉬었을 책이 바로 「어두운 밤」입니다. 이 작품은 성인이 톨레도의 감옥에서 어두운 밤의 체험을 겪으며 작성한 ‘어두운 밤’이라는 시(詩)에 대한 영성적 해설입니다.


「어두운 밤」: 시의 1-3연에 대한 영적 해설서

시를 구성하는 전체 8연 중에서 1-3연은 사랑에 빠진 여인이 어떻게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자기 집에서 몰래 빠져나왔는지, 그것이 얼마나 행운인지를 시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반면 4연은 임을 찾아 어떻게 갔는지 설명하고 있으며, 5연은 그 임을 만나 사랑으로 합일하는 모습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시의 후반부인 6-8연은 임의 품에 안겨 기쁨에 겨워하는 여인의 행복한 모습을 낭만적으로 묘사했습니다.

이러한 시의 내용과 흐름에 맞춰, 성인은 시에 대한 영적 해설서를 썼습니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보는 「어두운 밤」이라는 영성 서적입니다. 성인이 ‘어두운 밤’이라는 시를 쓴 것은 1578년 여름, 톨레도 감옥을 탈출한 다음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반면, 「어두운 밤」이란 영성 서적을 쓴 것은 1권이 1582~1585년, 2권이 1585~1586년으로, 이 시기는 성인이 그라나다 수도원의 원장으로 활동하던 때와 맞물립니다.

그런데 성인이 쓴 해설서 「어두운 밤」은 시의 전체 8개 연 가운데 3개의 연에 대한 해설만 담고 있습니다. 이 역시 「가르멜의 산길」처럼, 기획은 했지만 끝맺지 못한 미완의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어두운 밤」이 제시하는 실제 내용은 사랑에 빠진 여인이 어떻게 어두운 밤에 자기 집에서 몰래 빠져나왔는지, 즉 인간이 어떻게 자신에게서 이탈(離脫)하고 정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다뤘습니다. 성인이 이 작품을 쓰게 된 것은 무엇보다 지인들로 하여금 ‘어두운 밤’ 시에 담겨 있는 상징적 의미를 영성적으로 해설해 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았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성인이 베아스 가르멜 수녀님들을 위해 그린 ‘가르멜 산 등정’ 그림에 대한 해설을 위해서이며 마지막으로 하느님과의 일치 체험을 여러 사람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향한 인간의 ‘수동적 정화’를 다룸

성인은 이 작품에서 소위 말해 영적 여정에서 거쳐야 할 ‘수동적 정화’에 대해 다뤘습니다. 「가르멜의 산길」이 하느님께로 나아가기 위해 인간 편에서의 노력을 통해 이루어지는 ‘능동적 정화’에 대해 다뤘다면, 「어두운 밤」에서는 인간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미묘하고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악습들을 어떻게 하느님께서 정화하시는가 하는 하느님 편에서의 인간 정화에 대해 다뤘습니다. 이러한 하느님의 은총을 통한 정화는 하느님이 주도권을 쥐고 계시기에 인간 편에서는 수동적입니다. 그래서 이 단계의 정화를 통상 ‘수동적 정화’라고 부릅니다.

또한 이 정화는 인간 존재의 구조에 따라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인간의 영적인 부분의 정화로 통상 ‘영의 정화’라고 부르며, 다른 하나는 감각적인 부분의 정화로 통상 ‘감각의 정화’라고 부릅니다.


「어두운 밤」의 구성과 내용

작품은 크게 두 권으로 나뉩니다. 제1권에서 성인은 ‘감각의 수동적 밤’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1권은 1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1-7장은 영성 생활에서 초보자들이 가질 수 있는 영적 갈망에서 유래하는 결점들에 대해 설명하며 이를 넘어설 수 있는 다양한 영적인 조언을 제시했습니다. 8장에서는 두 가지 밤에 대해 설명했으며, 9장에서는 묵상기도에서 관상기도로 넘어가는 세 가지 징표들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10장에서는 어두운 밤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그 방법에 대해, 11-13장에서는 하느님을 향한 사랑으로 인한 불타오름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14장에서는 영적 여정에서 영혼이 겪게 되는 메마름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반면, 제2권은 ‘영의 수동적 밤’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25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성인은 1-3장에서 영혼이 언제 영의 수동적 밤에 드는지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5-8장은 영혼이 이 영의 수동적 밤에서 겪는 고통이 얼마나 처절한지,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필요한지 그 이유들을 전하고 있습니다. 10장에서 성인은 장작이 불에 타는 비유를 들어 순수한 사랑의 불꽃으로 타오르기 위해 얼마나 철저한 정화가 필요한지 제시했습니다. 반면, 13-14장에서 성인은 관상의 어두운 밤이 고통을 이겨낸 영혼들에게 가져다주는 효과들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17-20장에서 어두운 관상에 대해 전하며 하느님께 오르는 10개의 비밀 계단을 풀어서 제시했습니다. 21장에서는 어두운 밤의 길잡이인 향주삼덕에 대해, 22장에서는 이 밤에 영혼이 느끼는 행복에 대해, 23장에서는 이 상태에서 하느님의 어루만지심과 악마의 유혹에 대해, 24장에서는 하느님과의 일치에서 누리는 최고의 고요함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25장에서 시의 3연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며 작품을 끝맺었습니다.

[평화신문, 2015년 6월 7일,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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