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예화ㅣ우화

[용서] 화해와 나눔의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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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1 ㅣ No.363

화해와 나눔의 설

 

 

필리핀에 전해오는 이야기로 알고 있다. 한 마을에 살인사건이 생겨 살인자가 징역살이를 떠났다. 그런데 오랜 세월이 흘러 징역 사는 그 사람한테 설 명절을 맞아 특사로 석방된다는 전갈이 왔다.

 

그는 한편 기쁘면서도 한편은 슬펐다. 징역살이에서 풀려나는 것은 말로 다할 수 없는 기쁨이지만 고향에서 농사짓는 일로 평생을 살아온 그에게는 고향 외에는 달리 갈 데가 없는 것이 슬픔인 것이었다. 고민 고민하던 그는 자기 고향 이장한테 편지를 썼다. 먼저 용서를 청한 다음 고향밖에 달리 갈 데가 없는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고 마을 사람들이 받아들여 준다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전하면서 만일 마을 사람들이 자기를 용서하고 받아들여 줄 의사가 있다면 그믐밤에 동구밖 석등에 불을 밝혀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니까 그는 멀리서 그의 고향 동구밖 석등에 불이 밝혀져 있다면 고향을 찾아들겠지만 불이 밝혀있지 않다면 발길을 돌려 타향살이로 생을 마칠 수밖에 없다는 가련한 사연이었다.

 

마침내 섣달 그믐밤 모든 사람들이 고향집을 향해 바쁜 걸음을 옮기는 그 시간에 그도 자기 고향이 내려다보이는 고갯마루로 올라갔다. 동구밖 석등에 불이 밝혀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그런데 고갯마루에 올라서서 자기 고향마을을 내려다보는 그의 눈에는 갑자기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동구밖 석등에 불이 하나만 밝혀져 있는 것이 아니라 동구밖 길로 마을 사람들이 모두들 손에 손에 등불을 밝혀 들고 줄지어 마중을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출처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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