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예화ㅣ우화

[용서] 그런데도 그분이 나를 용서해주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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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1 ㅣ No.362

그런데도 그분이 나를 용서해주었소

 

 

'우리에게 … 용서하시고'라고 기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비로운 자만이 하느님의 자비를 얻을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시민전쟁이 전국에 걸쳐 맹렬한 기세로 번지고 있었다. 교회 건물이 파괴되고 마을이 불탔으며, 길거리마다 시체들이 널려 있었다. 국군도 붉은 군대와 끈질기게 대항해나갔다. 국군이 한 마을을 탈환했을 때, 어느 건물 모퉁이에서 심하게 부상당한 적군을 발견했다. 적군의 가슴에는 수류탄 파편이 박혀 있었다. 적군은 흐릿한 눈으로 군인들이 다가오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안타깝게 한 손을 들어 보이며 말을 더듬었다.

 

"신부님, 내게 신부님을 데려다 줘요."

 

"지옥에나 떨어져라, 이 빨갱이 놈!"

 

군인 하나가 욕을 퍼부었다. 그러나 그의 동료는 그 부탁을 들어주었다.

 

"신부를 한번 찾아보겠소."

 

그는 정말로 신부를 찾아 데리고 왔다. 신부는 젊은 부상병에게 정성스럽게 몸을 기울였다.

 

"고해할 것이 있소?"

 

"고백하고 싶습니다."

 

부상병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그런데 한 가지 여쭤볼 것이 있습니다. 이곳 성당의 주임 신부님이십니까?"

 

"그렇소."

 

"오, 하느님 맙소사!"

 

부상병이 힘없이 말했다. 신부는 한참 동안 죽어 가는 청년 옆에 있었다. 고해성사를 마친 신부는 온몸에 비오듯 땀을 흘려 머리카락까지 흠뻑 젖어 있었으며, 안색은 창백해져 있었다. "형제들이여!" 신부는 대기하고 있던 군인들에게 부탁했다.

 

"부상병을 길바닥에 방치하지 말고 인근 주민에게 부탁하여 집 안에서 운명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오."

 

군인들이 부상병을 운반하기 위해 다가가자, 그는 고통으로 헐떡이며 말했다.

 

"저분이 나를 용서해주었소! 죄를 사해주었단 말이오."

 

"당연한 것 아니오? 그게 저 사람 직업인데."

 

군인 한 사람이 대꾸했다.

 

"당신은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요."

 

그는 꺼져 가는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내 손으로 직접 서른 두 명의 사제를 살해했소. 그들을 칼로, 총으로, 몽둥이로 죽였소. 마을을 침략할 때마다 나는 제일 먼저 사제관을 뒤졌소. 이 마을에 왔을 때도 그랬소. 그때 마침 신부는 외출 중이었고, 신부의 아버지와 남동생 둘이 있었는데, 그들은 신부가 있는 곳을 끝내 말하지 않았소. 그래서 나는 그 세 명을 모두 총으로 쏘아 죽였소. 알겠소? 나의 죄고백을 들어준 그 신부, 내가 그분의 부친과 형제들을 죽인 자요. 그런데도 그분은 나를 용서해주었단 말이오."

 

[당신을 바꿀 100가지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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