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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20세기를 빛낸 신학자들41: 루오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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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4-12 ㅣ No.392

[20세기를 빛낸 신학자들] (41) 루오꽝 (중)

중국 유가와 가톨릭의 인간관 관통한 '생명철학' 주창



생명철학(生命哲學)

루오 대주교의 「생명철학」(Metaphysical Philosophy of Life, 사진)은 모두 3번에 걸쳐 쓰였다. 이 책 초판은 1985년에 출판됐는데, 루오 대주교가 50여년 동안 전력을 다해 연구한 결정체로, 그는 자신의 철학을 「생명철학」이란 이름의 책으로 펴냈던 것이다.

초판 머리말에서 "철학으로서 생명을 말한 것이 아니고 생명으로서 철학을 이야기한 것이다"라고 밝힌 바와 같이 루오 대주교는 중국철학과 서양 사림철학(士林哲學, 스콜라학)을 관통하려고 했지만 이때까지는 전통적인 사림철학의 관점에서 저술했기에 사림철학의 전통 관념을 되풀이해서 얘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줬었다. 그 후 1988년에 수정본을 출판해 생명을 해석하는 데 중점을 뒀다. 여기서 말하는 '생명'은 자연과학에서 말하는 생명뿐만 아니라 정신 생명까지도 포함한다.

 생명은 인간 생활의 본체이고 인생의 중심이다. 중국철학의 유가 사상은 인류 생명의 의의와 생명의 가치에 대해 광범위하게 논하는데, 생명 철학은 유가 사상에 일찍부터 그 개념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유학에 '생명철학'이란 명칭은 없다. 루오 대주교는 이렇게 말한다. "생명철학이란 단어는 중국철학사 중에는 없었고, 서양철학에서도 현대에 와서 비로소 이런 철학 명칭이 생겼다. 그러나 중국의 유가 사상에는 생명철학 사상이 도처에 표현돼 있었다."

1990년에 재수정본을 출판하면서 보충하고자 한 것은 바로 '생명'의 근원과 발전의 문제였다. 생명의 근원은 절대자유 실체의 창조주인데 창조주는 '창조력'으로 우주를 창조했고, 우주 창조는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었으며, 우주 즉 '창생력(創生力)'은 만유(萬有:만물)를 낳아 기르고 만유를 관통하며 만유를 지지한다. 생명의 발전은 주로 인간 생명의 발전을 말하는것으로, 인간 생명은 최고이며 최고로 복잡하며 최고 완성이다. 인간 생명은 만유의 생명과 서로 관련되는데, 태어나면 곧 가정이 생기게 되고 가정에서 사회로 진입하게 되고, 사회에서 국가와 인류에까지 확장된다. 동시에 인간 생명도 자연계와 상호 연관이 있는 불가분의 관계이기에 생명은 우주 중 인간에서 사물로, 사물에서 인간으로 주유(週遊)하게 된다. 인간 생명의 발전은 우주 안으로 국한되지 않고 생명은 결국 조물주 하느님께로 돌아간다.

1990년대 중반 김수환 추기경이 타이완을 방문했을 때 함께한 사진. 오른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루오 대주교, 김 추기경, 티캉 대주교, 대전교구 이창덕 신부, 광주대교구 김권일 신부, 부산교구 박용조 신부, 서울대교구 최기섭 신부, 필자.


사상의 관점에서 보면 루오 대주교의 '창조력'과 '창생력'은 우주의 독립성 문제도 해결할 수가 있다. 동시에 또 창조주의 우주 개입 가능성을 확보할 수가 있다. 별도로 루오 대주교는 사림철학의 개념을 인용해 중국철학 사상을 해석한다. 그래서 사림철학의 '본체(本體: substantia,혹은 자립체(自立體)'를 '체(體)'로 해석하며 '부체(附體: accidente)' 혹은 '의부체(依附體)'를 '용(用)'으로 해석했다.

루오 대주교가 「생명철학」이란 책을 쓰고 수정한 시간을 살펴보면 제1판을 75세에, 수정판은 78세에, 그리고 재수정판은 79세에 저술했다.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생명의 잠재력이 루오 대주교의 몸에서 실현됐다. 더욱이 1991년 80세 때 「생명철학 속편」을, 1994년 83세때 「생명철학 재속편」을,1998년 88세의 고령에 「생명철학의 미학」을 저술해 「생명철학 재수정판」에서 충분히 밝히지 못한 문제를 보충 설명했다.


루오 대주교의 사상

루오 대주교의 사상은 기본적으로 중국철학의 유가 사상과 그리스도교 사상이 융합해 있는데, 특별히 유가의 생명철학(儒家生命哲學)을 중시하고 있다. 루오 대주교는 유가 사상과 그리스도교 사상을 관통하는 것을 종지(宗旨)로 삼았다. 루오 대주교의 사상 중 핵심 개념은 생명철학인데 그는 생명철학에 대해 "생명으로 철학을 말하는 것이고, 철학으로 생명을 말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가 사상은 인간 생활에서 소위 말하는 '인도(人道)'가 중심이다. 인도는 인간 생활의 도를 말한다.

가톨릭도 인간을 중요시한다. 천주교에서 말하는 인간은 ① 본체의 인간 ② 사회 속의 인간 ③ 영생의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중 본체의 인간은 인간의 형상학적 구조를 설명한 것으로, 인간은 육체와 영혼을 가지고 있고 그 영혼은 천주의 창조로 이루어진다.

또 인간의 본체는 마음과 물체(心物)가 합해져 이성(理性)을 지닌 동물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물체는 신체(身體)를 말하고 마음은 영혼(靈魂)을 말한다. 인간의 영혼은 생명의 근본이며 불멸하기에 영생을 말하는 것이다. 하느님은 당신 초상(肖像)에 따라 인간을 창조하신 것이다. 하느님의 초상이 바로 인간의 영혼이다.

사회속의 인간은 혼인 가정, 국가, 자연계 공동으로 구성된 인간 사회 환경을 설명하는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면 바로 가정 속에서 '생(生)'한다. 가정은 혼인으로 인해 형성되며, 국가는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발전된 것이고, 인류는 하느님이 사물을 창조하신 것에서 권리와 사명을 획득해 만물을 관리하고 만물을 이용한다. 영생의 인간은 인간 영혼이 불멸하고 인간 사후에도 영혼은 여전히 활동한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생명철학에서는 천주교의 인간론에 기초해 '삼아론(三我論)'을 내놓았는데 '본체아(本體我)', '사회 속의 나(世間我)', '영생아(永生我)'다.

나(我)는 구체적 인간인데, 인간은 하나의 관념이다. 구체적 인간은 바로 한명 한명의 나(我)다. 나(我)도 하나의 관념인데 나(我)라는 관념은 인간이라는 관념에 재(在)라는 관념을 더한 것이다. 인간은 단지 본성이고 나(我)는 인간 본성과 '재(在)'가 결합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결국 나(我)라는 관념에는 완전한 인간이라는 관념이 들어 있다.

생명철학은 천주교 교의(敎義)와 서로 부합하는 철학인데 인간이라는 관념에서 생명철학은 천주교 사상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다. 생명의 해석은 사림철학의 형상학의 연역이라고 할 수 있다.

'삼아론(三我論)', 즉 본체아(本體我), 사회속의 나(世間我), 영생아(永生我)를 대략적으로라도 좀 더 살펴본다면 생명 철학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루오 대주교에 얽힌 일화

루오 대주교 본인은 유가 사상과 사림철학을 관통하는 생명철학을 어떻게 설명하는가? 루오 대주교는 「생명철학」을 자신의 철학 사상을 대표하는 저서로 여겼다. 그러나 루오 대주교의 자조적 이야기가 의미를 던진다.

루오 대주교에 따르면, 어느 날 자신이 죽는 꿈을 꾸었는데 꿈 속에서 천당 문 입구에 도달했다.

대주교는 서슴지 않고 천당 문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베드로 사도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당신을 모릅니다. 당신은 일생 동안 공자, 맹자를 얘기하면서 지냈으니 공자가 있는 곳으로 가십시오." 이 말을 듣고 공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 공자를 만났더니 공자가 하는 말, "나는 당신을 모릅니다. 당신은 천주교 주교로서 일평생 그리스도의 복음을 말했으니 역시 예수님이 계시는 곳으로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래서 루오 대주교는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있었는데, 마침 천당 문 앞에서 노 부부 한 쌍을 만났다. 노 부부는 "루오 대주교님 아니십니까? 저희에게 세례를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어찌 천당에는 가시지 아니하고 여기서 방황하고 계시는지요?" 하고 물었다. 루오 대주교가 실상을 이야기하자 그 노부부는 그를 위해 베드로 사도에게 청했다. 그러자 베드로 사도가 말했다. "이 노부부 교우가 추천했으니 당신은 천당에 들어와도 좋습니다!"

이 우스개 이야기는 대학자인 루오꽝 대주교가 학술 생활과 실제 생활을 엄격히 구별했음을 보여준다.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평화신문, 2014년 4월 13일,
박용모 교수(세바스티아노, 부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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