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토)
(백)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아버지께서는 너희를 사랑하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믿었기 때문이다.

예화ㅣ우화

[기도] 수도승의 기도와 농부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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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0 ㅣ No.280

수도승의 기도와 농부의 기도

 

 

신심이 매우 돈독한 한 수도승이 있었습니다. 그 수도승은 항상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보다 더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디 나와 봐.'라고 말입니다.

 

그 수도승은 신앙이 어찌나 돈독했는지 마침내 이런 유혹에까지 빠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는 늘 자기는 하느님을 너무너무 사랑하고 있고, 자기보다 하느님을 더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밤 하느님께서는 기도를 마치고 잠자리에 든 수도승을 꿈 속으로 불러 들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수도승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대여, 날이 밝는 대로 짐을 챙겨 떠나라. 동쪽으로 사흘 낮과 밤을 가면 나를 열심히 섬기고 있는 신자를 만날 것이다. 그대는 그와 함께 생활하면서 그가 나를 섬기는 법을 배워라."라고 하셨습니다.

 

날이 밝자 짐을 챙긴 수도승은 하느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길을 떠났습니다. 사흘 낮과 밤을 걸어서 도착한 곳에는 한 농가가 있었습니다. 농부는 수도승에게 따뜻한 식사를 대접했고, 포근한 잠자리도 마련해 주었습니다. 다음날이 되었습니다.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 기도하던 수도승은 한편으론 주인에게 샘이 났습니다.

 

'아니, 저 농부가 얼마나 열심하기에 나에게 당신 섬기는 법을 배우라 하시는가. 좋다. 그가 얼마나 열심한 지 내가 지켜보리라.'라고 생각했습니다.

 

수도승은 사흘동안 그 농부를 따라다니며 그의 일상을 살폈습니다. 그러나 농부의 아침 기도는 지극히 간단했습니다.

 

"하느님, 오늘도 새날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밭에 나간 농부는 묵묵히 김을 매고 일만 열심히 할 뿐이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 식사를 한 농부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하는 기도 또한 간단했습니다.

 

"하느님, 오늘도 우리 가족이 무사히 지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수도승의 기도는 한밤중까지 계속 되었습니다. 늘 기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수도승은 '아니, 기도보다 세상 일에 더 열심한 저런 사람에게서 내가 무엇을 배울 수 있단 말인가. 차라리 내가 하느님 섬기는 법을 가르쳐주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했습니다. 수도승의 이런 생각을 알아차리신 하느님께서는 또다시 그를 꿈속으로 불러들였습니다. 하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대여 날이 밝는 대로 그대가 깨끗한 물을 한 그릇 가득히 떠오면 내가 그 물을 축복할 것이다. 그대는 물을 들고 읍내를 한 바퀴 돌고 오라. 그 물은 내가 축복한 물이니 헛되게 써서는 안될 것이다."

 

날이 밝자 수도승은 하느님 말씀대로 하였습니다. 그는 그 물 한 그릇을 가지고 읍내 한 바퀴를 돌고 왔습니다. 그러자 하느님께서 그 수도승에게 물었습니다.

 

"자, 읍네를 한바퀴 걷는 동안 그대는 얼마나 자주 나를 생각했느냐."라고 말입니다.

 

그러자 수도승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주님, 물그릇을 들고 있는 동안에는 단 한 번도 당신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수도승은 계속해서 이렇게 변명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축성하신 귀한 물이니 쏟으면 큰일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조심하느라고 그랬습니다."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대는 그릇에 담긴 물에 정신을 빼앗겨서 나를 까맣게 잊은 것이야. 나는 그 물을 축성했고, 거룩해진 물을 헛되게 쓰지 말라고 했을 뿐이다. 그대가 길에서 만난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나누어 주었다면 그대의 귀한 물을 받아 마신 이들이 나를 더욱 찬미했을 것이 아니겠는가."

 

계속해서 하느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대는 딸린 식구도 없다. 그대여 이 집주인인 저 농부를 보라. 한 가족을 먹여 살려야하는 무거운 짐을 진 저 농부는 그래도 매일 두 번씩이나 나를 기억하지 않는가."라고 말입니다.

 

[굿뉴스 수서성당 게시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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