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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시대의 그리스도인: 과학주의의 한계 - 진화론의 과학적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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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6-26 ㅣ No.398

[과학 시대의 그리스도인] 과학주의의 한계 (3)


진화론의 과학적 문제점 1

 

 

우리는 지난 3월에 도킨스를 비롯한 과학주의자들의 무신론적 입장이, 우주론과 진화론이 주장하는 확률적 우연성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달에는 그들이 강조하는 중요한 이론인 진화론의 한계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려 한다.

 

왜냐하면 현재 과학주의자들이 이 이론에 크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이론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내는 작업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널리 퍼져 있는 무신론적 과학주의를 극복하는 데에 일정 부분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다윈 진화론의 독창성

 

아마도 일반인에게 있어서 진화론만큼이나 오해와 무지, 무조건적인 지지와 비난이 복잡하게 뒤엉긴 과학 이론은 역사상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진화론은 그 정도로, 그 내용의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논쟁을 자아냈다. 하지만 정작 그 내용과 현재 연구 방향을 자세히 아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여전히 논란의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이 진화론은 영국의 생물학자이자 지질학자인 찰스 다윈이 학문적으로 정립하였고 대중적으로도 크게 알려졌다. 그는 1831년에 ‘비글’(Beagle)이라는 이름의 탐험선에 박물학자로서 탑승한다. 그 뒤 1836년까지 약 5년 동안 갈라파고스 제도를 포함한 여러 지역을 탐사 여행하는 과정에서 진화에 관한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고향에 돌아온 그는 1858년 알프레드 러셀 월레스와 공동 논문을 통해, 모든 생물종이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이어졌으며 인위적인 선택적 교배와 비슷한 현상이 생존경쟁을 거쳐 이루어지는 ‘자연 선택’(natural selection) 개념을 소개하였다. 그리고 그는 다음 해인 1859년에 기념비적인 저서 「종의 기원」을 발표하여 자연 선택을 통한 종의 진화라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한다.

 

이 책의 출간 이전 존재했던 라마르크의 진화론(라마르크주의)에 따르면, 종들(species)은 서로 독립적이고 평행한 방식으로 진화한다. 하지만 다윈이 이 책에서 새로이 정립한 진화 이론(이른바 다윈주의)에 따르면, 종들은 그들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와 진화를 하는 방식을 취한다. 현재의 진화론은 다윈주의를 전적으로 지지한다.

 

 

책의 구성

 

「종의 기원」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첫째 부분은 다원주의적 진화론의 윤곽을 개략적으로 보여 준다. 그는 인간이 길들인 개와 비둘기 등 여러 가축의 사례를 들면서 그것들의 야생종은 어떠했는지를 장황하게 설명한다.

 

그런 다음 육종사의 ‘품종 개량’으로 새로운 종이 생겨나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본디의 야생종과 길들인 가축 사이에 이렇게 큰 차이가 생긴 까닭은 바로 인위적인 품종 개량, 곧 ‘인간에 의해 이루어지는 인공 선택’(artificial selection) 때문이라고 말한다. 19세기 영국 귀족들 사이에서는 개와 비둘기 등의 품종 개량이 유행이었기 때문에, 다윈은 품종 개량의 세부적인 과정에 대해 이미 익숙했다.

 

이어서 다윈은 당시 널리 읽힌 토마스 맬서스의 「인구론」에서 ‘인구와 식량의 불균형’이라는 아이디어를 얻어 장기적인 종의 변화를 이끄는 핵심 메커니즘을 새로이 제시한다. ‘(인간이 아닌) 자연에 의해 이루어지는 (많은 개체 수와 경쟁, 생존과 멸종이라는 자연적 과정에 따른) 자연 선택’이라는 개념이다.

 

그는, 불과 몇 세대에 이루어진 인공 선택으로 엄청난 차이가 발생했는데, 오랜 세월 진행된 자연 선택의 영향력이 얼마나 클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 않겠냐고 주장한다. 결국 이 첫째 부분은 품종 개량을 담당하는 ‘육종사’를 ‘자연’으로, ‘인공 선택’을 ‘자연 선택’으로 자연스럽게 치환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개념의 정당성을 옹호한다.

 

둘째 부분은 다윈 본인이 인식한 ‘진화론의 난점’을 설명한다. 눈(eye)처럼 ‘극도로 완벽한 기관’이 어떻게 우연적 자연 선택으로 생겨났는지, 생식력이 없는 일개미 집단에서 ‘협동’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등에 관해 스스로 설명의 한계를 인정한다. 나아가 자연 선택 이론을 입증하기에는 한 종으로부터 다른 종으로의 변화 과정을 설명하는 이른바 ‘중간 화석들’이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점을 솔직하게 밝힌다.

 

셋째 부분은 그럼에도 진화론이 우월함을 주장한다. 그는 비록 화석 자료가 미비하기는 하지만 종의 시간적 변화를 분명히 증언한다고 발한다. 아울러 식물과 동물의 지리적 분포와 흔적 기관 등을 볼 때 자연 선택에 기반한 자신의 새로운 진화론이, 생명 종이 고정되어 있다는 당시의 통념에 비해 훨씬 우월하다는 것이다.

 

 

현대의 이론적 발전

 

「종의 기원」이 다윈주의적 진화 개념을 소개한 이후, 현재까지 100여 년의 진화론 역사 안에서 다양한 이론적 발전이 이루어졌다. 특히 분자생물학과 집단유전학이 크게 발전한 20세기 후반에 이르면, ‘한 종 내에서 다양한 변이가 생겨나는 단기간의 진화 과정’을 많은 개체 수, 변이와 선택이라는 요소들을 통해 설명하는 ‘소진화’(microevolution)가 앞서 언급한 분자생물학적 관점 덕에 대단히 잘 설명된다.

 

예를 들어, 아주 많은 개체의 바이러스나 다른 단세포 생물을 준비하여 특정한 환경에 두고 며칠간 지켜보면 그 많은 개체 중 극소수에서 DNA 변이가 일어남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같은 종을 유지하면서도 형질이 다른 개체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1976년 이래로 현재까지 진화 생물학에서 암의 진화 과정은 대단히 중요한 주제로 대두된다. 이때 연구 대상인 암(세포) 또한 현재 소진화의 산물로 받아들여진다.

 

‘대진화’(macroevolution)란 과거에 있었던 공통의 조상 종에서 새로운 후손 종들로의, 곧 ‘한 종으로부터 다른 종으로의’ 진화 과정을 말한다. 이 또한 분자생물학적 작업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 가능한 상황이다.

 

창조 과학 지지자들은 강력히 반대하지만, 예를 들어 침팬지와 인간은 2000년대 DNA 유전 염기 서열의 분석으로써 서로 간에 DNA가 아주 유사하다고(95-99%가 동일한!) 여러 차례 확인되었다. 따라서 현재 침팬지와 인간은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종이라는 결론에 다다른 상태이다. 아프리카 차드에서 발견된 화석을 통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이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시점은 대략 6-700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다윈이 「종의 기원」을 집필한 궁극적 목표는 대진화의 과정, 곧 한 공통 조상 종으로부터 다른 새로운 종들로의 진화 과정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많은 일반인은 진화론이 이미 그 목표에 완전히 도달했다고 믿는 상황이다. 하지만 과연 정말로 그러할까?

 

좀 더 깊은 내용을 원하신다면 필자의 글 ‘무신론적 과학주의의 근간이 되는 과학 이론들은 과연 완벽한가?: 현대 우주론과 진화론의 문제점과 한계들(「신학전망」, 206호, 2019년, 160-200면)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경향잡지, 2020년 6월호, 김도현 바오로]

 

 

[과학 시대의 그리스도인] 과학주의의 한계 (3)


진화론의 과학적 문제점 2

 

 

지난달에 살펴보았듯이, 현재 많은 일반인은 진화론을 학문적으로 완성된 이론으로서 믿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말로 그러할까? 대진화에 관한 학문적 완성은 믿음과 달리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중간 화석의 부족

 

먼저, 이미 다윈 본인의 걱정이었던, 한 종으로부터 다른 종으로의 진화를 설명할 때 가장 중요한 근거로서 받아들여지는 ‘중간 화석’이 기대만큼 많이 발견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중간 화석’은 대진화의 중간 과정을 설명하는 (현재는 멸종된) 생명체 종의 화석을 말하며, 시조새의 화석이 흔히 대표적인 예로서 언급된다. 이 중간 화석은 대진화 과정을 입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대진화를 옹호하는 학자들과 이를 비판하는 이들 모두에게 대단히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래서 이 중간 화석의 발견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이른바 개신교 측의 창조 과학 추종자들이 대진화를 공격할 때 항상 언급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격에 대해 대진화 지지자들은 한 종으로부터 새로운 종으로의 전이가 작은 집단 안에서, 좁은 지역에서 그리고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사이에 일어나기 때문에 중간 화석을 발견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매우 낮다고 주장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미국의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에 보관 중인 화석들이 이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 고생 인류와 현생 인류 등의 중간 화석을 포함하며, 그들 사이 사이를 연결하는 또 다른 중간 화석들도 계속 발견된다고 주장한다. 이어서 그는 대진화 반대론자들이 “화석이 없군요. 증거를 보여 주세요. 화석이 없군요….”를 무한 반복하면서 중간 화석을 제시하면 또다시 그것과 다음 진화 상태 사이의 또 다른 중간 화석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다고 비난한다.

 

사실 고생물학, 천문학 등의 학문은, 실험을 통해 빠른 시일 안에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물리학이나 화학과 달리 몇 개의 데이터를 얻기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관측과 관찰을 해야 한다. 특히 고생물학의 경우는 땅을 파서 특정한 모양의 화석들을 발굴해야만 과학적인 주장이 성립될 수 있는데, 동일하거나 적어도 유사한 화석을 여러 개 발견하기란 쉽지 않으며, 이들이 땅에 묻혀 있는 오랜 기간 동안 변형이나 소실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중간 화석의 개수 부족 문제는 고생물학의 학문적 특성상 어쩔 수 없는 한계로서 이해할 수도 있겠다.

 

 

통합적 이론의 부재

 

이보다 심각한 난점은, 대진화의 전체 과정을 권위 있게 설명하는 통합적 이론이 아직까지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한 종으로부터 다른 새로운 종으로의 대진화가 발생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진화론자 중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주류 대진화 이론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두드러지게 영향력 있는 이론은 없으며, 학자들마다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대진화를 이해하는 상황이다 보니 결국 다양한 이론이 난립했다.

 

더 나아가서 대다수의 진화론자는 ‘소진화가 긴 시간에 걸쳐 축적됨으로써 결국 발생하는 대진화’를 당연하게 염두에 두고, 진화론에 관한 거의 모든 교과서도 이를 당연한 듯이 받아들인다. 그렇지만 소진화의 메커니즘을 충분히 긴 시간 동안 그대로 적용하면 정말로 한 종에서 다른 새로운 종으로의 대진화 과정이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지는 현재에도 여전히 논란이 많다.

 

 

여전히 미지인 첫 생명의 출현

 

그런데 현재 진화론에는, 대진화 이론의 난립보다도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생명체의 모든 진화 과정의 출발점인 첫 번째 생명체의 출현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가에 대해 아직 아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일반인은 첫 생명 출현에 관한 설명이 이미 완결되었다고 알고 있다. 생물학 교과서에서, 화학적 진화로써 원시 지구의 대기를 구성한 무기 물질로부터 유기물과 생명이 발생하는 과정의 설명을 시도한 이른바 ‘오파린 가설’과 이 가설을 검증하고자 원시 지구의 대기라고 생각되는 기체 혼합물[물(H2O), 메탄(CH4), 암모니아(NH3) 및 수소(H2)]에 전기 불꽃을 가해 화학적 진화가 일어나는지 알아보려 한 1953년의 ‘밀러-유리 실험’(Miller-Urey experiment)을 배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때의 밀러-유리 실험으로 생명의 기원에 대한 의문은 완전히 해소되었을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1990년대에 들어와서, 원시 지구의 대기는 밀러-유리 실험에서 조금도 고려하지 않았던 이산화탄소(CO2)와 질소(N2)로 가득 차 있었다는 증거가 지속적으로 발견되었다. 그래서 이를 고려해서 새로운 배합으로 2000년대에 밀러-유리 실험을 반복적으로 다시 시도했으나 아미노산이 합성되는 증거를 발견하는 데에 사실상 실패하였다.

 

그러자 2000년대 이후 최근에는 생명의 기원을 밝혀 줄 물질이 어쩌면 원시 대기 그 자체가 아니라 외부로부터 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특히 소행성, 운석 등을 통해 지구에 도달한 외계 생명체에 관한 주장 내지는 외계로부터 지구로 온 방사능 물질 등의 영향으로 지구상에 생명체가 합성되었다는 주장이 최근에 많이 논의된다.

 

하지만 여전히 학문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은 상태이다. 특히 이 주장은 원시 지구에서 대단히 낮은 확률의 우연적 ‧ 예외적 사건인 외계 자극이 주어짐으로써 생명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기 때문에 보편성과 재연성에 입각한 과학적 설득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게다가 지구상의 생명 출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외계로 시야를 돌린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만일 지구상의 생명이 외계의 원인으로부터 발생한다면 그 외계 생명의 씨앗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났을까?’ 하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첫 번째 생명체의 출현을 설명하려는 시도에 필요한 화학적 진화 개념을 포함한 대진화 전체 시나리오에 대해 학계의 반대 목소리도 높은 편이다. 대표적 반대자는 미국 라이스대학교의 저명한 합성 유기 화학자 제임스 투어이다. 투어는 ‘합성 유기 화학자인 자신이 보기에 현재까지 무생물로부터 첫 생명체로의 유기 합성 메커니즘에 관한 어떠한 학문적 근거나 검증도 없었으며, 소진화와 달리 종의 분화를 다루는 대진화가 적절히 설명된 적이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여러 주장과 다양한 가설을 세웠음에도 우리는 무기물 ‧ 무생물로부터 어떠한 진화 방식으로 생명체가 등장하여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여전히 잘 모른다. 첫 생명체의 출현이 (지구상의 또는 지구 바깥으로부터 온) 자연적인 과정 안에서 우연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아니면 다른 어떤 개입으로써 주어졌는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인 것이다.

 

* 김도현 바오로 - 예수회 한국관구 소속 신부로 현재 서강대학교에서 통계물리학과 ‘과학과 종교’를 연구, 강의하고 있다. [경향잡지, 2020년 7월호, 김도현 바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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