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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종이책 읽기: 울지마 톤즈, 그후…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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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9-21 ㅣ No.125

[김계선 수녀의 종이책 읽기] 울지마 톤즈, 그후…선물


서울에 당일로 다녀올 일이 생겨 나온 지 얼마 안 된 신간을 한 권 가방에 넣었다. KBS 구수환 프로듀서가 지은 「울지마 톤즈, 그후…선물」이었다. 기차 안에서 책을 읽는 내내 다시 영화 「울지마 톤즈」를 보는 것처럼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이태석 신부님의 삶을 통해 눈동자는 물론 마음까지 깨끗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울지마 톤즈, 그후…선물」은 영화 「울지마 톤즈」의 감독 무삭제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랜 동안 ‘추적 60분’을 연출한 구수환 프로듀서는 실제로 이태석 신부를 생전에 만나지 못했다. 그가 우연히 한 신부의 선종(착한 죽음 혹은 거룩한 죽음을 말하며, 선생복종(善生福終), 즉 착하게 살다가 복되게 생을 끝마침을 말한다.) 소식을 접하고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운명적으로 만난 이태석 신부와의 인연, 이태석 신부를 기억하는 사람들과의 만남, 이태석 신부의 기억을 찾아서 아프리카 남수단의 톤즈로 가기 위한 고달픈 여정, 톤즈의 참혹한 실상, 톤즈에서 만난 사람들, 다시 우리나라에서 발견하는 이태석 신부의 유산들, 그리고 영화에서 못다한 이야기들, 이 모든 것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톤즈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느꼈던 긴박함과 톤즈의 모습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태석 신부의 삶을 보고 그의 이야기를 듣고 그가 남긴 톤즈의 잊을 수 없는 사랑을 만나고 눈물을 흘린 저자는 이태석 신부의 삶에서 좌표 잃은 대한민국의 청년과 우리 사회의 허울과 위선, 그리고 갈등에 휩싸인 대한민국을 치유할 메시지를 찾아낸다. 말보다 실천을 앞세우고, 낮은 곳에 귀 기울여 경청하며, 나만이 아닌 우리를 생각하는 이태석 신부의 모습을 통해 참된 리더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요즘 방송과 출판, 초·중·고 학생들이 겪는 왕따 문제는 물론이거니와 사회·문화적 코드로 ‘힐링’을 말한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우리 시대의 뿌리 깊은 문제점을 치유해 줄 대안을 제시한다면 또 그 대안을 실제적으로 살아간 사람이 있다면 어떤 수고도 마다않고 찾아갈 태세로 솔깃해한다. 그리고 여기 너무나 감동적으로 함께 살아간 사람들을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하고 베풀면서 그들처럼 되고 그러다가 죽음을 맞이한 한 사제의 삶이 우리 시대의 진정한 ‘힐링’이자 그것을 넘어 더 중요한 절망에서 희망을, 무력감에서 용기를 내도록 도와준다고 제시한다.

사람이 자신의 삶에서 변화를 가져오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큰 감동을 만났을 때 변화는 급작스럽게 오거나 서서히 오거나 어느새 그 사람에게 찾아오기 마련이다. 「울지마 톤즈」는 많은 사람들에게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고, 저런 분이 우리 곁에 있으면 얼마나 믿음과 희망을 얻고 살아가겠냐고 울면서 대답한단다. 그런데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신부님을 만나고 제일 먼저 바뀐 건 저 자신이었습니다.” 추적 60분 진행을 5년 동안 했고, 고발 프로그램만 20년을 한 저자는 매일 만나는 사람들이 뭔가 거짓말을 하고 빠져 나가려고 고민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세상을 보는 시각이 굉장히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아들마저 취조 받는 기분이라면서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고 했단다. 그런데 신부님의 삶을 만나고 세상을 보는 시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신부님의 삶을 보면, 이분이 의대에 들어갔는데 그때 우리 사회에 의사는 굉장한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는 직업이었어요. 신부님 집이 가난했으니까 의사가 되서 그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아프리카로 가신 겁니다. 그 직업을 포기하고 본인이 원하는 일을 ‘실천’하시는 모습, 신부님의 삶을 다 보고 나니까 저는 이 사회가 말하는 출세라는 게 얼마나 허황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자식들에게 공부를 강요하고, 출세를 강요하잖아요. 그게 부끄럽게 느껴졌고, 이 영화를 통해 신부님의 ‘실천’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톤즈에 가서 신부님의 빈자리가 너무 큰 것을 보았다. 그 곳 사람들은 4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신부님, 신부님!’ 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신부님이 그곳 사람들을 대하던 진심과 진정성 때문이라고, 진심을 다하는 것, 그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그 진심을 받아들이게 하는 건 ‘실천’하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아직도 신부님을 통해 예수님을 만났다고 생각하며 기리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 보면 아프리카 수단에 사는 소년들이 브라스밴드가 되어 우리나라 노래 ‘사랑해’를 연주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아이들이 이태석 신부님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울면서 연주를 하고,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또 운다. 그들은 소년병 출신이었다. “아프리카 소년병들은 상대방을 죽여야 자기가 산다는 것을 배워요. 그래서 신부님이 돌아가시기까지 몇 년간 그 지역에서 사람들이 죽어도 얘들이 우는 걸 본 적이 없답니다. 사람이 죽는 게 일상이 되어 버린 거에요. 그런 아이들이 신부님의 죽음에 울었습니다. 그 눈물 속에 아프리카 톤즈에서 8년간 있었던 신부님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교육문제가 심각하잖아요. 신부님은 교육전문가도 아니고 가르치는 걸 배운 사람도 아니었어요. 그게 굉장히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만난 적도 없고 종교적으로도 먼 이태석 신부님의 8년의 삶을 정리하면서 그가 만나고 느낀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책에 그것을 담으면서 마지막에는 구체적인 실천의 삶을 살아보자고 제안한다. 우리가 자신의 문제에만 빠져 있기에는 너무 안일한 것이 아닐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촌에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성 바오로 사도는 “의로운 이를 위해서라도 죽을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혹시 착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누가 죽겠다고 나설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심으로써, 하느님께서는 우리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증명해 주셨습니다.”(로마 5,7-8)라고 말씀하시면서 우리를 또 하나의 그리스도가 되라고 또 하나의 이태석 신부가 되라고 재촉하신다.

[월간빛, 2012년 9월호,
김계선(에반젤리나 · 성바오로딸수도회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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