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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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신학ㅣ사회사목

[가정사목]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정기총회의 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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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0-21 ㅣ No.892

[세계주교대의원회의를 준비하며]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정기총회의 의안



교황청은 “교회와 현대 세계에서의 가정의 소명과 사명”을 주제로 10월 4-25일 개최되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이하 ‘주교 시노드’) 제14차 정기총회를 앞두고 지난 6월 23일 ‘의안집’의 내용을 발표하였다. 세 부분 147개 항목으로 된 이 의안은 3주 동안 이어지는 정기총회에서 깊이 토의할 과제이다.

이번 정기총회는 ‘가정’과 ‘가정사목’을 주제로 한 사목적 성찰의 두 번째 자리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지난해 10월에 열린 주교 시노드 제3차 임시총회를 통해 오늘날 가정의 현실과 사목적 과제를 겸허히 성찰하는 가운데 이번 정기총회에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기를 바라셨던 것이다.


왜 ‘가정’인가

교황님이 이처럼 두 차례의 주교 시노드를 모두 ‘가정’이라는 주제에 할애하신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의 가정들이 크나큰 위기에 놓여있다고 판단하셨기 때문이다.

교황님은 이를 의안집의 첫 항목에서 깊은 안타까움으로 드러내셨다.

“우리 위에 이미 저녁이 내리고 있습니다. 집에 돌아가 같은 식탁에서 주고받는 사랑을,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성장시키는 만남을, 그리고 축제의 날을 위한 좋은 포도주를 만나고 싶은 시간입니다. 그러나 꿈과 계획이 흩어지는 씁쓸한 저녁에 자신의 외로움과 마주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가장 괴로운 시간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체념과 포기, 원한의 악순환 속에서 하루를 보냅니까? 얼마나 많은 집에 기쁨의 포도주가 없고 생명의 맛이 사라졌습니까?”

누구에게나 가정의 축복과 위안이 필요하지만, 많은 가정이 그렇지 않다는 안타까움이 가정을 주제로 한 주교 시노드를 개최한 근본적인 동기라고 할 수 있다.

위기에는 두 가지 차원이 있다. 첫째, 현대 가정들은 “복잡한 현실”(6항) 속에서 “자비가 필요한”(68항) 고통스러운 위기상황에 놓여있다. 둘째, 여러 가지 이유로 가정과 생명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 속에서, 교회는 사람들이 하느님과 교회로부터 멀어지게 될 것을 심각하게 염려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가정의 위기는 곧 인간과 사회의 위기이자 교회와 사목의 위기이기도 하다.


‘자비’로 ‘동행’하는 여정

지난해의 임시총회 보고서와 이번 정기총회 의안집에서 분명하게 나타났듯이, 위기를 성찰하는 가장 중요한 바탕은 ‘자비’이다. 하느님의 ‘자비’를 깨닫고, 그 자비로 사람과 모든 피조물을 사랑하고 돌보아야 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다. 이는 “눈길을 예수 그리스도께 고정”시키라는 당부와 함께 나오는 다음 구절에 요약되어 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만나신 사람들을 사랑과 자애로 바라보셨으며, 하느님 나라의 요구를 선포하시면서 그들의 발걸음에 인내와 자비로 동행하셨습니다”(37항).

의안집은 새로운 교리를 제안하거나 혁신적인 사목방침을 내놓지는 않는다. 교회는 그동안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르쳐왔다. 사람들이 그것을 잘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총회가 그것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교황님을 비롯한 이번 주교 시노드의 교부들은 이렇게 반성하고 있다. 곧 자신들이 ‘하느님께서는 어느 누구도 포기하지 않으신다.’고 입으로 자주 말하면서도 정작 법의 잣대로 사람들을 판단하고 교회 밖으로 내팽개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는 이제 힘들어하는 가정들과 자비로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에는 ‘점진성’의 개념을 염두에 두고 성사적이요 불가 해소적인 혼인의 아름다움과 충만함을 발견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121항 참조).

이러한 성숙의 과정은 ‘하느님의 계획에 따르면 가정은 의무가 아니라 은총’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해주고, 그러한 인식은 성령의 도움으로 이루어지는 대화와 기도로 가능하다(61-62항 참조).

예수님의 모범대로 자애와 자비, 그리고 인내심을 가지고 고통 받는 가정들과 동행하는 데서 문제의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고 의안집은 강조한다. “상처 입은 가정을 돌보고 그들이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를 체험하게 해주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다”(107항).

문제의 해결을 위한 성찰은, 아파하는 가정의 구체적인 현실에서 시작해야 한다(68항 참조). 임시총회의 준비 과정에서 이른바 ‘풀뿌리 설문조사’를 통해 전세계 가정의 현실을 들여다보는 데 이례적인 열의를 보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임시총회 보고서와 정기총회 의안집

임시총회의 결과를 담은 ‘주교 시노드 보고서’는 이번 정기총회의 ‘의안집’ 작성을 위한 기초자료이다. 이 의안집에 따라 논의하는 정기총회를 마치면 다시 새로운 ‘주교 시노드 보고서’가 작성되어 교황님께 제출된다. 교황님은 이를 바탕으로 가정사목의 전망과 구체적 대안을 담은 교황권고를 발표하실 것이다.

이번 의안집은 추가 조사와 의견 수렴을 통해 임시총회의 보고서를 더욱 심화하고 보충하였다. 곧, 보고서의 62개 항목 가운데 결론을 제외한 61개 항목에 85개 항목이 새로 추가되어 모두 147개 항목으로 작성되었고, 이에 따라 임시총회의 보고서에서 다루지 않았던 40여 가지의 새로운 내용이 첨가되었다.


의안집의 구성과 주요 내용들

현대가정의 상황과 도전들

의안집의 제1부는 임시총회의 결과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경청 : 가정의 상황과 도전’이다. 제2부는 ‘가정의 소명에 대한 식별’이고, 제3부는 ‘오늘날 가정의 사명’이다.

지난해 보고서가 고통 받는 현대 가정의 상황에 대한 깊은 성찰이었다면, 이번 정기총회 의안집은 ‘복음화를 위한 필수적인 주체’, 곧 사목활동의 주역으로서의 가정의 몫에 더 집중한다. 그래서 의안집은 지역교회가 앞으로 더욱 충실하게 실천해야 할 가정사목의 과제를 전반적으로 담고 있다.

제1부에서는 고령화, 장애인, 이주민, 어린이와 여성 문제 등 가정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을 성찰하고 있다. 또한 전쟁, 경제적 어려움, 실업, 가난, 굶주림, 기근, 이주, 고리대금업, 인신매매, 여성폭력, 어린이 성학대 등 고통 받는 가정의 여러 상황을 담고 있다.

의안집은 교회가 이러한 고통에 다양한 방법으로 함께해야 한다고 권고하면서, 특히 현 세계의 경제체제가 구조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각 정부에게 가정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각종 정책을 계발하고 시행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의안집은 오늘날 가정 가운데에서 ‘오직 소수만이 혼인과 가정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결혼하는 이들이 줄고 동거와 별거, 이혼이 많아지는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교회는, 교회의 윤리적 가르침을 충실히 견지하면서도, 부정적인 요소에 얽매이기보다는 긍정적인 방향과 방법을 통한 해결방안을 찾고자 한다.

이러한 사목적 대안에 대한 성찰은 제3부에 집중되어 있다.

충만한 가정

제2부 ‘가정의 소명에 대한 식별’은 제1부와 마찬가지로 제3부의 사목적 전망들을 찾는 데 바탕이 되는 교회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문제에 대한 가장 확고한 실마리는 언제나 예수 그리스도이다. 의안집은 다음과 같이 분명하게 밝힌다.

“현대의 도전을 토대로 우리의 발걸음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결정적 것은, 눈길을 예수 그리스도께 고정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그리스도교적 체험의 근본으로 돌아올 때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생각하지 못한 가능성도 열릴 것이다”(37항).

제2부는 이러한 성찰을 전제로, 혼인성사의 충만성, 선물이자 의무인 혼인의 불가 해소성, 가정생활, 결합과 출산, 선교적 차원, 신앙, 기도, 교리교육, 교회와 가정의 긴밀한 관계, 젊은이들과 혼인에 대한 그들의 두려움, 자비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가정사목, 동행과 통합의 여정

‘오늘날 가정의 사명’이라는 주제로 구성된 제3부는 사목활동의 주체인 가정의 복음화에 대한 폭넓은 성찰이다. 여기에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모두에게 요구되는 양성 교육의 중요성, 자비에 바탕을 둔 교회의 ‘동행’, 출산과 양육의 생명윤리 등에 관한 성찰이 포함된다.

의안집의 정신은 자비의 정신에 바탕을 둔 ‘동행’과 ‘통합’으로 요약된다. 이는 제3부, 특히 제3장 ‘가정과 교회의 동행’에서 집중적으로 드러난다. 이혼 후의 재혼, 동거, 별거, 편부모, 동성결합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불법적’ 상황에 놓인 가정이 성사와 신앙생활에서 ‘배제’된 상황을 성찰하는 가운데 이들을 교회 공동체 안으로 통합하기를 원한다.

“이러한 모든 상황에 건설적으로 대처해야 하고, 또한 이 상황을 복음에 비추어본 충만한 혼인과 가정을 향하는 기회로 변화시키도록 해야 할 것이다”(101항).

“이러한 불법적 상황에 놓인 신자들이 여전히 교회의 일부로 남아있기 때문에 현재 전례와 사목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배제’의 형태를 재고”하고, 이들을 “교회 공동체 안으로 통합”하는데 노력할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목적 통합의 여정에는 사목자들의 적절한 식별”이 요구되고, 교회 공동체 전체가 이러한 과정을 충분히 이해함으로써 그들을 기꺼이 환영하게 해야 한다(121항 참조).

의안집의 다양한 내용에서 자주 되풀이되는 희망사항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현대의 가정에 대한 많은 도전에 필요한 본당과 교구의 사명과 역할이다. 두 번째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모두에 대한 교육과 훈련의 필요성이다.

이 두 가지는 오늘날 매우 절실한 과제이다. 사실 이는 우리 교회가 지난 수십 년 동안 끊임없이 요청해 왔던 것이기도 하다.

이제 이 의안집의 사목적 방안은 제14차 정기총회가 끝난 뒤 교황권고를 통하여 지역교회들이 실천해야 할 사목적 대안으로 제시될 것이다. 각 지역교회가 과연 얼마나 이러한 논의와 대안에 공감하며 사목현장에서 실천하려는 노력을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 박영호 안드레아 - 「가톨릭신문」 취재1팀장. 가톨릭대학교 신학부와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올드도미니언대학교에서 인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가톨릭신문」 취재부장과 편집국장을 지냈다.

[경향잡지, 2015년 10월호, 박영호 안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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