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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현대 가톨릭 신학의 흐름25: 뉴에이지 운동에 대한 조직신학적 비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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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10-01 ㅣ No.351

[신앙의 해 · 창간 86주년 기획] 현대 가톨릭 신학의 흐름 (25) 뉴에이지 운동에 대한 조직신학적 비판 ①


‘우주적 그리스도’, 그리스도교 근본 신앙 위협



오늘날 그리스도교는 ‘신흥종교운동들’(New Religious Movements)과 ‘신영성운동’(New Spirituality Movement)의 출현과 발흥이라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뉴에이지’(New Age) 운동이 문제가 되는데, 이는 서구사회에서뿐 아니라 최근 아시아에서도 그리스도교 신앙에 대한 위협으로 등장하고 있다.

뉴에이지 운동은 일반적으로 밀교적이고 혼합주의적이며 영지주의적인 경향을 강하게 드러낸다. 그런데 뉴에이지를 하나의 ‘운동’이라고 규정할 때는, 그것이 하나의 통일된 조직체라기보다는,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며 접근하는 신봉자들의 느슨한 네트워크’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신앙의 해’를 보내면서, 이러한 현대 뉴에이지 운동의 흐름 중 어떤 주장과 이론들이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현혹시킬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고 예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뉴에이지는 ‘물고기자리’로부터 ‘물병자리’에로의 이동이라는 점성술적 전망에 기초하여, 인류 문명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고자 하는 시도를 세계적 차원에서 드러낸다. 많은 점성가들에게 있어 ‘물고기자리 시대의 종결’이란 곧 ‘그리스도교 시대의 종결’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이른바 ‘그리스도교 시대의 종결’을 뒤잇는 새로운 ‘물병자리 시대의 도래’를 주창하는 뉴에이지 운동은 한편으로 그리스도교적 내용들을 일부 수용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이를 신비주의적이며 밀교적인 요소들, 그리고 점성술과 동양 종교들의 여러 요소들과 혼합해 놓은 양상을 보인다.

뉴에이지의 여러 요소들이 그리스도교 신앙에 위협적으로 다가오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그 ‘우주적 그리스도’(Cosmic Christ)에 관한 개념과 전망은 근본적인 도전을 제기한다.

뉴에이지에 따르면, 그리스도는 역사적 인물의 범주로 제한할 수 없는 하나의 이상(理想)이다. 이러한 ‘이상적 그리스도’는 하나의 ‘우주적 정신’(Universal Spirit)이라고 할 수 있다. ‘우주적 그리스도의 정신’은 역사 안에서 다른 모양으로 여러 번 드러나는데, 부처나 마호멧, 그리고 조로아스터 같은 인물들이 그 구체적 경우라고 한다. 역사의 예수님 역시 이러한 범주의 한 인물일 뿐이라고 취급된다.

즉, 나자렛 예수님을 참 사람이 되신 참된 하느님의 아들로 고백하는 그리스도교 신앙과는 달리, 뉴에이지의 해석에서는 그저 여러 현자들 가운데 한 명으로 제시될 뿐이다.

우주적 그리스도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한 사랑의 힘을 드러내 보였으나 인간은 이를 곧 망각해버리기에, 그리스도 정신은 역사 안에서 연속적으로 거듭 자신을 드러내 보여야만 한다는 것이 뉴에이지의 주장이다.

여기에서는 ‘환생’(reincarnation) 이론이 뒷받침된다. 즉, ‘세계 교사’(World Teacher)로서의 ‘우주적 그리스도’는 모든 시대를 통하여 자유로이 현존하며, 영적 인격성의 고리 안에서 반복적으로 발현되어 드러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나아가 ‘우주적 그리스도’는 모든 인간 안에서 발견되는 내적 원리라고 규정된다. ‘모든 물병자리의 아들과 딸들’은 자신 안에서 ‘내적 그리스도’를 실현하고자 부름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내적 그리스도’는 더욱 계발되고 성장되어야 할 인간 내부의 신성한 불꽃에 비견된다. 의식의 확장 체험을 통해 변화되어 ‘자아를 실현한 인간’은, 스스로가 하나의 순수한 ‘불꽃’이 됨을 느끼며 신성한 내적 조명(照明)에 도달하게 된다고 말한다. 바로 이것이 자기 자신 안에서 ‘내적 그리스도’를 실현하는 순간이다.

뉴에이지에 따르면, 이 ‘내적 불꽃’은 우주적 최종 실재로서의 신적 본성에 속하며 ‘우주적 그리스도’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이러한 뉴에이지의 그릇된 그리스도론적 주장에 따르면, 나자렛 예수님은 유일한 그리스도가 아니라 ‘우주적 그리스도’의 여러 지상 발현들 중 하나일 뿐이다.
 
요르단 강에서의 세례 사건 때 나자렛 출신의 한 인간 안에 우주적 그리스도가 하강하여 발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므로 나자렛 예수님은 하느님도 아니고 그리스도도 아니며, 그저 자신 안에서 우주적 그리스도가 발현됨을 훌륭하게 보여준 역사적 인물이다. 따라서 인격적인 역사의 예수님은, 영원하고 비인격적이며 보편적인 그리스도와 구별되기에 이른다.

나자렛 예수님이 육화된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유일한 역사적 인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저 평범한 사람들 중 하나도 아니었으며, 우주적 그리스도의 육화를 매우 탁월한 방식으로 이룩한 인물이었다고 뉴에이지는 평가한다.

나자렛 예수님에 관한 이러한 주장은 밀교적 전통과 역사 안에서 전해 내려오는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전설에 기초하고 있으며, 이는 고대와 현대의 영지주의적 ‘새 복음서들’ 안에서 제시되고 있다. 즉, 뉴에이지의 그리스도론은 외경들 중 일부를, 성서 정경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예수님 생애의 여러 측면에 대하여 알 수 있는 참된 출처로 간주한다.

이러한 바탕에서 전수되는 밀교적이며 영지주의적인 전설은, 신약성경의 4복음서에서 언급되지 않는 예수님의 유년 시절부터 공생활 시작 전까지의 이른바 ‘잃어버린 세월’에 대해서 언급한다. 이에 따르면, 예수님은 인도와 티벳, 그리고 일본 등지에서 교육받았으며, 이렇듯 자신이 동양적 환경에서 터득한 신비주의적 요소들이 담긴 비밀스런 가르침을, 기존의 그리스도교 전통과는 분리된 그 어떤 선별된 제자 그룹에게만 보다 늦은 시기에 전수하였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전설과 관련하여 가장 주목할 만한 뉴에이지 계열의 고전적 텍스트로는 ‘레비’(LEVI)의 저서(「The Aquarian Gospel of Jesus the Christ」)를 꼽을 수 있다. 이는 뉴에이지 추종자들에 의해 널리 무비판적으로 소개되면서 약간의 변형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레비는 어떻게 나자렛 예수님이 탁월한 방식으로 자신 안에 우주적 그리스도를 실현해 나가며, 인류를 영적 삶의 보다 높은 도정에로 이끌어 나가려 했는지를 설명한다.

동일한 맥락에서, 현대 뉴에이지 운동의 대표적 사상가 중 하나인 데이비드 스팽글러(David Spangler)는 부처(Buddha)야말로 우주적 그리스도의 반열에 오르도록 충만한 깨달음의 단계를 거친 인류 역사상 최초의 인물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러한 부처의 해탈과 득도가 나자렛 예수님의 교육 과정에서 모범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모든 사람 안에 불성(佛性)이 존재한다는 불교적 이론이 이제 뉴에이지의 우주적 그리스도론 안에서 혼합주의적으로 원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유대계 철학자인 제이콥 니들먼(Jacob Needleman)의 저서(「Lost Christianity」) 역시 뉴에이지의 추종자들에게 매우 영향력 있게 알려진 책이다. 여기에서 니들먼은 오랜 세월 동안 망각되었던 영지주의적 그리스도교의 사상을 다시 소개한다고 말하며, 그동안 간과되어 왔던 그리스도교의 진정한 의미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가리키는 초인간적 단계에 도달하는 이상과 방법을 제시하는 데에 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미래에 도래할 ‘우주적 스승’으로서의 그리스도론적 관점은 뉴에이지의 핵심 사상 중 하나에 해당된다. 즉 동일한 우주적 그리스도가 미래적 지평 속에 ‘물병자리’(Aquarius)로서 이 세상에 도래할 것이며, 바로 이것이 모든 존재의 충만함과 조화가 함께 이루어지는 인류 진화의 정점을 인도하는 우주적 스승 혹은 교육자로서의 구원자라고 뉴에이지는 설명한다. 이는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말하는 그리스도의 재림(再臨) 사상과 일견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역사적 예수님과의 필연적 연결성이 배제된 채, 새로운 시대의 실현을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하며 결정적 영향을 부여하는 우주적(세계적) 스승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점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우주적 그리스도의 도래’에 관한 사상은, 뉴에이지의 개념에 대해 처음으로 체계적인 종합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 앨리스 베일리(Alice Bailey)의 저서(「The Reappearance of the Christ」)에서 잘 제시된다. 이 책은 영적 단계의 최고봉으로서의 새로운 메시아의 출현과 물병자리 시대의 시작이 임박하였음을 강조하면서, 불교의 미래불(未來佛) 사상과 그리스도교의 종말론적 재림 사상을 결합시켜 ‘우주적 스승’의 도래에 대한 뉴에이지적 축원(祝願)을 제시한다.

※ 주요 참고문헌 : 박준양, 「뉴에이지(New Age)의 ‘우주적 그리스도’(Cosmic Christ) 개념과 전망에 대한 비판적 고찰-교의신학적 관점에서」, 「가톨릭신학」12(2008/여름), 한국가톨릭신학학회, 33~40쪽의 내용을 발췌, 요약 및 수정, 보완함.

* 박준양 신부는 1992년 사제로 서품, 로마 교황청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교의신학 전공으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신학과 사상학회 편집위원장 및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위원, FABC 신학위원회 전문신학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3년 9월 29일,
박준양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의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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