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목)
(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교의신학ㅣ교부학

[교부] 교부들의 명언: 나는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암브로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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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8-16 ㅣ No.344

[교부들의 명언] “나는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Putatis quia pacem veni dare in terram? Non, dico vobis, sed separationem). 이제부터는 한 집안의 다섯 식구가 서로 갈라져, 세 사람이 두 사람에게 맞서고, 두 사람이 세 사람에게 맞설 것이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맞서 갈라지게 될 것이다”(루카 12,51-53).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이 성경본문에 관하여 암브로시오 교부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루카 10,27)고 가르치신 주님께서 이제 마음이 변하시어 이웃 사랑이고 예의고 모조리 다 파괴하는 말씀을 하셨다고 믿어야 하겠습니까? 주님께서 당신의 사랑하는 자녀들의 분열을 명하셨다고 믿어야 하겠습니까?

그렇다면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의 몸으로 유다인과 이민족을 하나로 만드시고 이 둘을 가르는 장벽인 적개심을 허무셨습니다.’(에페 2,14)라는 말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겠습니까?

부모와 자녀 사이에 분열을 일으키고 친척 사이를 파괴시키러 오셨다면, 주님께서 어떻게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요한 14,27)라고 말씀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루카 복음 해설」, 7,135)


영육은 분리될 수 없는 하나

성 암브로시오 주교는 참행복에 대한 가르침 가운데 일곱 번째 행복, 곧 평화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위에 언급한 성경말씀을 인용하며 비유적으로 해석하였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인간은 하나의 집과 같다. 하느님을 위한 집인지 또는 마귀의 집이 되는지는 각자에게 달려있다. 이 집에 식구들이 있는데, 둘은 셋을 거스르고, 셋은 둘을 거슬러 살고 있다. 둘은 영혼과 육신을 의미하고, 셋은 영혼의 세 가지 기능을 뜻한다(「루카 복음 해설」, 7,138-139).

이와 같이 갈라져서 살고 있던 미련한 상태의 비지성적 인간을 구세주 그리스도께서 강생 구속하시어 변하게 해주셔서 지성적인 인간으로 만들어주시는 것이다(「루카 복음 해설」, 7,139).

“전에는 우리 인간이 동물과 비슷하여 지성을 모르고, 육적, 세속적인 존재였기에 성경에서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창세 3,19)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아들이 오시어 우리 마음속에 당신의 성령을 넣어주시고 우리를 영신적인 아들이 되게 하셨습니다”(「루카 복음 해설」, 7,139).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위에서 희생하심으로써 영혼과 육신 사이에 최종 평화를 이루어주셨다. 영육 간의 불목은 첫 인간인 아담과 하와의 범죄로 발생하였고, 그 결과 영육이 항상 분열을 일으켜, 함께 덕행의 길로 정진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의 평화’이신 주님께서 십자가의 은혜로 둘을 하나 되게 하셨고, 당신 몸을 바쳐 적개심을 없애주셨다. 평화의 주님께서는 과거의 인간을 새로운 인간으로 창조해 주셨다. 그 결과 외적 인간과 내적 인간이 하나가 되고, 또한 하느님과 화해하게 되었다(「루카 복음 해설」, 7,141).

그리스도 안에서 영육은 분리될 수 없는 하나로 결합되어, 이제는 육신이 더 고귀한 영혼에게 순명하여 따르고, 죄의 허물을 깨끗이 용서받고 천상의 길로 동행하게 된 것이다. 육신은 영혼을 감싸주며, 영혼의 동반자가 되었다(「루카 복음 해설」, 7,141).


육신의 죄악 없애고자 불과 칼을

그리스도 덕분에 인간의 영혼이 본래의 위치를 되찾아 돌아왔다. 바로 이 점을 들어 암브로시오 교부는 위에서 제기한 질문, 왜 그리스도께서 분열을 일으키러 오셨다고 말씀하셨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주님께서 일으키시는 분열은 그분이 주시려는 평화의 은혜와 상치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분열은 평화를 위하여 반드시 먼저 수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집안에 폭력배가 숨어 살 듯이 쾌락이 기거하면 악과 혼인한 것처럼 떼어놓을 수 없을 정도로 붙어살게 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불을 가져오셔서 육신의 죄악들을 불살라버리십니다. 그리고 칼을 가지고 오셔서 예리한 칼로 우리의 뼛속 생각까지도 꿰뚫으십니다.

그리하여 영혼과 육신이 새롭게 되고 젊어지게 됩니다. 영혼은 지금까지의 처지를 잊어버리고, 지금까지 못했던 생활을 이제부터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잘못되었던 인연을 다 끊어버리고 무성한 가지를 쳤던 그릇된 관계를 청산하게 됩니다”(「루카 복음 해설」, 7,145).

암브로시오 교부는 이와 같이 죄에 얽매여 있는 사람을 마귀의 은신처 노릇을 하는 거처로 비유하였다. 약하고 병든 영혼은 마귀와의 잘못된 결합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주님께서 지적하신 부모와 자녀 사이에 있을 분열은 바로 이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루카 복음 해설」, 7,143.145-146).

암브로시오 교부는 신자들에게 평화이신 그리스도를 사랑하며 따를 것을 권고하였다. 주님은 돌아가시면서 이 잘못된 결합을 풀어주셨으며(「루카 복음 해설」, 10,126), 영혼과 육신의 원수지간 담을 헐어버리시고 평화를 회복시켜 주신 분이시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영혼과 육신이 같은 것을 바라보고 느끼며, 둘이 협력하여 덕행으로 나아가게 된다(「루카 복음 해설」, 3,26).

그리스도께서는 이 평화를 당신 제자들에게 주시어 계속 나누어주게끔 하셨다(「루카 복음 해설」, 10,172). 주님께서 제자들 마음속에 심어주신 평화는 바로 그리스도 자신이시다(「서간집」, 11,6).

* 장인산 베르나르도 - 청주교구 신부. 독일 본대학교에서 교부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대구가톨릭대학교와 대전가톨릭대학교 교수를 지냈다. 지금은 강서동본당 주임으로 본당사목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3년 8월호, 장인산 베르나르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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