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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자] 미리 보는 한국 사제 양성 지침 개정판 주요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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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6-06 ㅣ No.1100

미리 보는 「한국 사제 양성 지침」 개정판 주요 흐름


신학생과 사제 모두 ‘지속적인 양성’ 이어가야

 

 

막바지 개정 작업 중인 「한국 사제 양성 지침」은 ‘신학생 양성’과 ‘사제평생교육’을 통합적으로 다룬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사진은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교정.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사제 양성은 평생 지속해야 할 여정이다. 다만 수동적인 교육의 과정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올바른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학생도 사제도 교육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지속 양성’의 주체로 나서 스스로 성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국교회도 이러한 교황청 지침에 따라 현재 「한국 사제 양성 지침」 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6월 8일 사제성화의 날에 앞서, 막바지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인 사제 양성 지침의 주요 흐름을 알아보고 올바른 양성과 성화의 방향을 짚어본다.

 

교황청 성직자성은 2016년 12월 8일 새로운 사제 양성 기본 지침인 「사제 성소의 선물」(The Gift of the Priestly Vocation)을 발표했다. 이와 맥을 같이해 한국교회도 2017년 2월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를 통해 「한국 사제 양성 지침」 개정 작업을 하기로 확정했다. 구체적으로 주교회의 성직주교위원회는 산하에 ‘한국 사제 양성 지침 개정 소위원회’(위원장 염수정 추기경, 이하 개정소위)를 두고 관련 연구 및 논의 작업을 진행했다. 특히 지난해 6월 전국가톨릭대학교 교수신부협의회에서는 새로운 지침에 따라 구체적인 개정 내용과 방안 등을 논의하고 세부 작업을 지속해왔다. 개정소위는 개정 작업에 이어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 인준을 거쳐 올해 안에 교황청에 개정판을 보낼 계획이다.

 

 

현대사회 흐름에 맞춘 변화

 

“교회는 미래의 사제들을 양성하는 일 뿐만 아니라,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직무를 수행하는 가운데 자신을 성화하고 늘 새로운 마음으로 열성을 다해 사목할 수 있도록 평생토록 도와주는 일이야말로 인류 복음화의 미래를 위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인 동시에 매우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92년에 발표한 사도적 권고 「현대의 사제 양성」(Pastores dabo vobis) 서론에서 밝힌 내용이다. 교황은 이 권고를 통해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사제의 신원이라는 문제에서 사제 양성 과정과 사제 생활의 질과 관련된 문제로 옮겨졌으며, 현대의 교회와 문화적 상황에 더 알맞은 새로운 시각에서 사제직을 재검토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복음화를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복음 전파자들이 필요하다”면서 “새로운 복음 전파자들이란 바로 사제직을 거룩함으로 나아가는 특별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사제직을 수행하는 사제들”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교회는 이러한 가르침에 따르고 급변하는 한국사회 시대 상황도 고려해 2001년 「한국 사제 양성 지침」을 발행했다. 이 지침은 한국의 사제 양성을 위한 기준으로 전국 모든 신학교의 학칙과 내규에도 적용됐으며, 수도사제 양성에도 활용돼왔다. 지침에서는 신학교 양성 과정을 크게 영성 수련, 인격 함양, 지적 교육, 사목 실습으로 나눠 제시하고 있다.

 

「한국 사제 양성 지침」의 개정판은 「사제 성소의 선물」에서 강조하는 내용을 충실히 반영해 만들고 있다. 「사제 성소의 선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신학생 양성’과 이른바 ‘사제평생교육’을 통합적으로 다뤘다는 점이다. 이미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도 교황청 가톨릭교육성이 신학생 양성을 담당하고 성직자성이 사제평생교육을 담당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성직자성에서 두 과정을 통합적으로 담당하는 원칙을 발표한 바 있다. 신학생 양성과 사제평생교육은 전체 사제 성화의 여정 안에서 통일된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통합적인 양성을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부분이 바로 신학교 안에서의 ‘동반’이라고 강조한다.

 

 

초기 양성과 지속 양성

 

「한국 사제 양성 지침」 개정판에서는 「사제 성소의 선물」에 근거해 사제 양성 과정을 크게 ‘초기 양성’과 ‘지속 양성’으로 나눈다.

 

‘초기 양성’은 신학생들을 위한 과정으로, 예비과정을 비롯해 철학·신학·성소통합 과정을 포함한다. 또한 「사제 성소의 선물」에서는 신학교 입학 전에 1~2년간 함께 살면서 성경, 교리, 영성생활, 공동체성 등을 함양하는 예비과정을 권하지만, 군복무의 의무 등이 있는 한국에서는 현실적으로 실천하기 어려워 예비신학생 모임 등으로 이 과정을 대신하게 된다. 특히 ‘초기 양성’은 학교 강의실 안에서만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교수 및 양성 담당자, 선배 신학생 등이 보다 적극적으로 신학생과 ‘동반’해 유대관계를 맺고 공동체 안에서 소통하고 사제직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꾸준히 돕는 여정이다. 이에 따라 기존 지침에서 밝힌 영성·인성·지성·사목 등 양성의 4가지 차원의 개념의 폭을 더욱 넓히고 심화시켰다. 예를 들어 인성 양성 과정에서는 인간으로서의 예의범절과 인격 성숙에 관한 배움을 포괄적으로 습득하도록 이끈다. 지성 양성도 학문적인 배움만이 아니라 개개인이 지적 교육을 잘 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줄 뿐 아니라 지적 역량을 발전시키고 구체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부모 된 마음으로 동반하는 여정을 말한다.

 

그동안 ‘평생교육’이라고 표현해오던 여정은 ‘지속 양성’으로 바꾼다.

 

개정판에서는 ‘양성자’들에 대한 양성 과정의 중요성 또한 강조한다. 학문을 가르치는 교수로서의 역량을 발휘하는 것과 사제 성화의 연속 과정 안에서 양성의 동반자로 활동하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동시에 신학교가 지성 양성의 차원, 즉 가르치는데 좀 더 무게중심을 둬야했던 현실을 넘어서 영성·인성·지성·사목 양성에 골고루 힘을 실어야 한다고 권고한다. 올바른 ‘동반’을 위해서는 신학교가 교육 기관으로서만이 아니라 양성 기관으로서의 본연의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아울러 개정판에서는 새 사제 교육, 보좌 및 중견사제들을 위한 연수 등 구체적으로 사제들이 사목현장에서 ‘지속 양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내용도 강조할 계획이다.

 

 

‘한국 사제 양성 지침 개정소위원회’ 총무 전영준 신부 - 신학생들과 ‘동반’하며 사제 성화 노력 펼쳐야

 

- 전영준 신부. 사진 박원희 기자.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의 정신과 그분의 방법대로 살고 행동하기 위해 사제는 지속적으로 양성되어야 합니다.”

 

‘한국 사제 양성 지침 개정소위원회’ 총무로 개정 실무에 동참하고 있는 전영준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는 하지만 “많은 사제들이 서품을 받고 나면 양성 과정이 끝났다고 생각해 ‘지속 양성’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이 사제 성화의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사제품을 받기 위한 학위 교육은 신학교 졸업으로 완료되지만, 그것이 사제로서의 영적 성장도 완료 혹은 완성됐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말이다.

 

이와 관련해 전 신부는 “‘평생교육’이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 사제들을 수동적으로 이끌 수 있고, 사제들이 피교육자로서 또 다른 부담감을 느끼게도 한다”면서 개정판에서는 “신학생과 사제 스스로도 능동적으로 양성에 나서야 하는 주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성은 누군가가 시켜주는 것만이 아니라 스스로 능동적으로 실천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또한 새로운 사제 양성 지침에서는 “신학생 양성과 사제 양성을 하나의 통일된 관점에서 보고, 신학생 때부터 사제 성화 여정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동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 신부는 신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항상 동반할 수 있는 ‘양성자’의 양성 중요성도 강조했다. 한국교회의 신학교는 교육부 허가에 따라 고등교육기관의 하나인 신학대학으로 자리 잡으면서 지식 전달 교육에 일부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전 신부는 “「사제 성소의 선물」에서도 신학교에서 실천해야할 가장 중요한 기능은 사제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신학생들과 ‘동반’하면서 그들이 올바로 양성되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한다”면서 이를 위해 “양성자로서의 내·외적 자질을 잘 갖출 수 있는 별도의 양성 과정도 더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톨릭신문, 2018년 6월 3일, 주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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