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 (수)
(백) 부활 제5주간 수요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가톨릭 교리

생활교리: 응답하자, 평신도 그리스도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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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7-10 ㅣ No.4242

[생활교리] 응답하자, 평신도 그리스도인이여!

 

 

“한국 땅에 닿게 된 그리스도교 신앙은 선교사들을 통해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 민족, 그들의 마음과 정신을 통해 이 땅에 그리스도교 신앙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 이러한 역사는 평신도 소명의 중요성, 그 존엄함과 아름다움에 대하여 많은 것을 말해 줍니다”(프란치스코 교황, 2014.08.16). 실제로 한국천주교는 세계 교회사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외국 선교사의 도움 없이 교리를 스스로 찾고 탐구하여 신앙공동체를 이뤄낸 ‘평신도로부터 시작된 교회’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한국교회의 평신도들은 그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교회 안에서 여전히 열정적이고 헌신적으로 신앙생활에 임하고 있다. 다만 그중 일부는 평신도의 고귀한 신원과 고유한 역할에 대해 의문을 갖기도 한다. 그래서 묻고 답해보자.

 

1. 평신도는 누구인가? 가톨릭교회의 근본 가르침이 담겨있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따르면 평신도는 “세례로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어 하느님 백성으로 구성되고, (…), 그리스도교 백성 전체의 사명 가운데에서 자기 몫을 교회와 세상 안에서 실천하는 그리스도인들을 말한다”(『교회헌장』 31). 한 마디로 평신도는 세례성사를 통해 하느님 백성의 한 구성원으로서,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이들’이다. 물론 평신도를 교회 안에서 신분의 명확한 구별이 필요할 때 ‘성직자와 수도자를 제외한 이들’(교회법 제207조)로 말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이 ‘구별’은 결코 하느님 백성 사이에서의 차별이나 위계질서를 뜻하는 않는다. 왜냐하면 평신도는 하느님 백성으로서(성직자와 수도자와 마찬가지로) 동등한 품위와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평신도는 교회의 변두리에 있는 부수적이거나 이차적인 것처럼 여겨질 수 없으며, 오히려 자신이 바로 교회로서, 주체적이며 능동적인 하느님 백성의 일원이다(『전국사목회의 의안집』 평신도 7-8 참조).

 

2. 평신도는 무엇하는 사람인가? 평신도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교회를 넘어 세상 안에서 현세의 일을 한다는 것인데, 이 세상은 그들이 “자신의 그리스도인 소명을 성취하는 자리”(『평신도 그리스도인』 15)이다. 실제로 평신도는 교회와 세상 안에서 세례와 견진을 통해(성직자로부터가 아니라) 주님께로부터 직접 받은 사제직, 예언직, 왕직에 자기 나름대로 참여하고 있다(『교회헌장』 31, 33 참조). 정말 얼마나 많은 평신도들이 자기의 시간을 쪼개고 삶을 봉헌하며 하느님 나라를 이 땅에 꽃피우고 있지 않은가!

 

특별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신도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며 자의교서 『주님의 성령』(2021.01.11)에서 독서직(전례에서 성경을 선포하는 직무)과 시종직(제대에서 봉사하고 사제와 부제를 돕는 직무)의 수여 대상을 기존의 ‘남자 평신도’에서 여성을 포함하는 ‘평신도’로 수정했다. 왜냐면 교황은 성별을 떠나 “세례 받은 모든 이의 공동책임, 특히 평신도의 사명을 재발견하는 것이”(95항) 오늘날 교회 내에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단연코 하느님 백성 가운데 그 누구도 교회의 사명 참여에 제외되는 이는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렇다면, 응답하자, 평신도 그리스도인이여! 

 

[2023년 7월 9일(가해) 연중 제14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8면, 윤태종 토마스 신부(전주가톨릭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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