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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공동체 갈등 상담: 화 내는 사람들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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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0-02 ㅣ No.155

[공동체 갈등 상담] 화 내는 사람들이 문제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에 ‘성격이 안 좋다’, ‘성질이 더럽다’는 말이 있습니다.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성질을 부리는 사람들이 이런 소리를 듣습니다. 미국 심리학자인 레드포드와 버지니아 윌리암스는 <화가 부르는 것>이라는 저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적대적 신드롬에 놓인 사람들은 강도 높은 예민한 자기방어라는 인식하에 다른 사람들에게 공격적으로 행동하려는 충동을 자주 느끼고, 언어적 · 실제적 태도에 있어 저돌적인 행동을 하고, 그러한 행동이 적대감을 강화시키고 충동에 대한 자제력을 잃게 하는 악순환으로 연결되며, 결국 대처능력을 상실하고 다른 사람들과 불화를 일으켜 스스로 소외당하는 지경에 이른다.” 불이 모든 것을 태우듯이 지속적인 분노는 자기 인생을 파괴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매사에 열을 내고 자주 화를 내는 사람들은 자기 분노를 잘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 분노 조절을 하는 첫 번째 방법은 세상사가 내 뜻대로 되지 않으며, 하느님의 뜻대로 되어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우리는 무슨 일이 잘못되면 짜증부터 냅니다. 심지어 하느님께 삿대질을 하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마다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지금 기도를 바치니 세상사가 다 내 뜻대로 되게 해달라고 빌기 때문입니다. 청개구리 심보로 기도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조금이라도 자기 뜻대로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하느님께 화를 내거나 심지어 냉담을 하기도 합니다. 가끔 행복지수가 낮은 나라와 높은 나라를 비교하는 기사가 나곤 합니다. 그런데 우리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행복지수가 더 높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모든 것을 신의 뜻으로 알고 마음을 내려놓은 가난한 사람들은 그만큼 스트레스를 덜 받는데 반하여, 우리나라 사람들은 의지가 강한 반면 자의식도 강해서 모든 일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안달복달 짜증을 내기 때문에 행복지수가 낮은 것입니다. 따라서 일이 안 풀리고 마음에 들지 않을 때일수록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찾고 그분께 의탁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적개심을 줄이는 길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유치하고 이기적인 자기 마음을 달래는 것입니다. 어른이건 아이이건 누구나 다 자기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는 마음이 약해집니다. ‘선물 앞에 장사없다’는 말처럼 아무리 원수 같은 자일지라도 나한테 잘해준다면 쌓였던 앙금이 순식간에 풀리는 것이 사람 마음입니다. 따라서 누군가가 죽도록 미울 때에는 그 사람이 나에게 잘해준 것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보야야 합니다. 혹은 앞으로 받을지도 모르는 것에 대해 미리 생각해보아도 한결 마음이 부드러워집니다. 어떤 본당 신부가 신자들이 속을 썩여도 늘 싱글벙글 하고 다녀서 비법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화가 날 때마다 영명축일에 받은 선물을 생각하고 그래도 화가 나거든 내년에 받을 선물까지 미리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고 하더랍니다. 한번 따라 해보시길 바랍니다.

 

세 번째 방법은 미국 뇌 과학자인 질 볼티 테일러 박사의 방법입니다. 테일러 박사의 실험에 의하면 사람의 마음 안에 분노가 일어나서 몸 안에서 맴돌다 밖으로 빠져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 30초, 즉 90초라고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어떤 분들은 ‘나는 화가 나면 하루 종일 가는데 무슨 소리냐’고 따질지도 모릅니다. 사실 우리는 한번 화가 나면 몇 분이 아니라 몇 시간 동안 때로는 며칠 동안 화가 안 풀어져서 힘들어하곤 합니다. 그러나 90초 이상 지속되는 화는 본래 화가 났던 주제가 아니라 연이어 떠오른 다른 생각들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즉 무엇인가 화가 나는 것을 생각하다보면 연이어 다른 것들이 줄줄이 떠올라서 90 곱하기 90 하는 식으로 화내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화가 났을 때에는 딱 90초만 시간을 보내면 웬만한 화는 사라진다고 합니다.

 

네 번째 방법은 화가 났을 때 음악이나 그림 혹은 사진을 감상하는 것입니다. 어린아이들이 울 때 엄마가 아이 눈 앞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킬만한 무엇인가를 보여주면 아이들은 울음을 그칩니다. 마찬가지로 어른들 역시 마음은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화가 난 자기 마음 앞에 보기 좋고 듣기 좋은 무엇인가를 갖다 놓아주면 순식간에 마음이 돌아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어떤 영감님은 화가 나면 금고를 열어본다고 합니다. 금고 안에 들어있는 돈 냄새를 맡으면 마음이 아주 편해진다는 것이지요. 혹 돈을 좋아하는 분들은 한번 따라 해볼 만하겠네요.

 

다섯 번째 방법은 평소에 즐겁게 노는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대개 적개심이 많은 분들은 잘 놀지를 못합니다. 적개심이 의심을 만들고 사람을 멀리하게 하기 때문인데 그럴수록 놀이판에 자주 끼어야 합니다. 물론 심한 돈 놀이판은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낄낄거리고 놀 수 있는 그런 놀이판에 함께 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길들이기 마련인지라 재미있는 놀이를 계속해서 하다보면 적개심의 길이 아니라 재미의 길이 만들어져서 화통한 마음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마지막 방법은 다른 사람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못된 마음을 억누르고 모든 사람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특히 내 마음을 힘들게 한 사람들을 위해, 마음이 가지 않더라도 주님께 그들을 봉헌하고 잘 이끌어 주십사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이타적인 기도 생활이 우리에게 평안한 마음을 가져다줍니다.

 

채근담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거센 바람 성난 비에는 새들도 조심하고, 갠 날씨와 따뜻한 바람에는 초목도 기뻐한다. 가히 알지로다. 천지에는 하루도 온화한 기운이 없어서는 안 되고, 사람의 마음에는 하루도 기쁜 정신이 없어서는 안 된다.’ 내가 화를 내면 새들도 개들도 사람들도 다 떠나서 외로운 처지가 되고, 내 마음이 화창하면 새도 개도 사람들도 다 나에게로 오기 마련입니다. 노년에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서 눈도 제대로 못 감고 한을 품은 채 이 세상을 하직하느냐 아니면 문턱이 닳도록 친구들이 드나들어서 외로울 시간 없이 사느냐 하는 선택은 우리가 마음 안의 적개심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12년 10월호, 홍성남 신부(서울대교구 가좌동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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