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금)
(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수도 ㅣ 봉헌생활

성소주일 특집: 작은형제회 유기서원소 탐방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5-28 ㅣ No.343

[성소주일 특집] 작은형제회 유기서원소 탐방


“세상 한 가운데에서 복음 정신으로 삽니다”

 

 

유기서원소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수사들. 이곳에서 4년을 보내며 이들은 각자의 카리스마를 확인하는 시간을 갖는다.

 

 

“수확할 것은 많은 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마태 9,36-38)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성소주일 담화를 통해 “사제 성소와 봉헌 생활 성소는 무엇보다도 살아계신 하느님과 이루는 지속적인 만남의 열매”라며 “부름 받았다는 징표들을 뚜렷이 보여주는 이들을 독려하고 지원하는 것이 교회 모든 구성원들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가톨릭신문은 제48차 성소주일을 맞아 뚜렷한 부르심의 징표를 보여주는 젊은이들이 공동체 생활을 하는 작은형제회 유기서원소를 소개한다.

 

 

유기서원기는 세상 속에서 하느님과 그분의 뜻에 온전히 봉헌하고 투신하도록 준비하는 기간이다. 종신토록 수도자로서 살아가기로 한 이들이 꼭 거쳐야 하는 기간이다. 유기서원기의 수도자들이 머무는 곳이 바로 유기서원소다.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작은형제회 유기서원소(수호자 우영성 신부)에는 봉헌과 투신을 준비하는 수도자 10여 명이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청원기와 수련기를 보내고 종신서원을 앞둔 수도자들이 유기서원소로 온다.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수도자로서, 프란치스칸으로서 살아보고 스스로를 식별하는 시기다. 그런 이유 때문에 유기서원기는 청원기와 수련기에 비해 자유롭다. 하지만 그만큼 책임도 크다.

 

총 4년 동안 유기서원소에서 생활한다. 매년 서원을 갱신하면서, 연차별 양성단계를 거치게 돼 있다.

 

1년차는 수도자가 아니라 사회인으로 생활하는 체험을 한다. 사회경험을 쌓기 어려운 수도자들에게 진정한 노동의 의미와 세상의 어려움을 알게 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2년차 때에는 수도회 내부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3년차에는 소공동체 체험을 한다. 종신서원한 선배 수도자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삶의 방식을 배워간다. 4년차 때는 종신서원을 준비하며 인도와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외국에 파견되는 익스체인지 프로그램을 체험한다. 양성진과 상의해 영성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가 현지인들과 함께하면서 선교사로서 살아갈 체험을 한다. 이와 더불어 글로벌한 수도자가 되기 위한 노력으로 영어는 필수코스다.

 

인도네시아로 파견돼 익스체인지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는 박희전(루케치오) 수사의 모습(윗줄 가운데).

 

 

3년 째 유기서원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양우석(마태오) 수사는 “청원기와 수련기에 수동적인 교육을 받았다면 이곳은 성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연습하는 하는 곳”이라며 “자율적이지만 자기 생활에는 책임을 져야 하고, 하느님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충실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책임감을 갖고 살아가는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청원소와 수련소가 형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하면, 유기서원기는 연장으로 쓰기 바로 전 단계로 설명할 수 있다.

 

앞서의 두 곳도 중요하지만 수도생활에서 유기서원소 생활은 특히 중요하다. 개인의 카리스마를 확인하며 종신 후 풍요로운 봉헌 생활을 준비하는 곳인 만큼 수도자 스스로가 자신의 길을 찾아가야 하는 시기다.

 

작은형제회 유기서원소 수호자 우영성 신부는 “형제들이 자기 자신의 고유한 성소를 계속해서 확인하고 발견할 수 있도록 구체화하는 시기가 유기서원기”라며 “은둔과 기도만 하는 삶이 아니라 세상 한가운데에서 복음정신을 살아가는 수도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우 신부는 또 “교회에서는 수련소를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다양한 방법으로 하느님을 만나고 알게 되는 유기서원소도 중요하다”며 “여러 경험을 통해 소명을 확인하고 하느님의 부르심으로 여기에 와있음을 확인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유기서원소는 일반 신자들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공간이다. 하지만 봉헌 생활 성소를 꿈꾸는 젊은이들은 작은형제회 성소자 담당 조수만 신부를 통해 이곳 생활을 체험할 수 있다.

 

※ 문의 010-9890-8809

 

 

[인터뷰] 조수만 신부(한국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성소계발 전문연구팀장)


수도회 영성 알리는 데 관심 기울여야

 

 

“다양한 영성이 있을 때 교회에 아름다운 꽃도 피울 수 있습니다. 수도회는 하나의 영성을 가진 단체로서 다양한 신앙 영성과 여정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수도회가 많다는 것은 결국 교회가 풍요롭게 발전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돼 있다는 뜻이죠.”

 

한국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성소계발 전문연구팀장이자 작은형제회 성소자 담당 조수만 신부는 교회 쇄신에 큰 역할을 해온 수도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말은 곧 봉헌생활 성소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최근 봉헌생활 성소는 점차 줄어들고 있어 수도회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한국에 진출한 수도회가 늘어나 선택의 폭이 늘어나는 만큼 각 수도회에 입회하는 성소자가 분산된 것도 하나의 원인이지만 이보다 근본적으로 핵가족화 되면서 성소자들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수도회를 찾아오는 젊은이들이 12명이었는데 요즘에는 5~7명 정도로 줄었어요. 그나마 많은 편에 속하죠. 각 수도회마다 성소자가 줄어 고민하고 있습니다.”

 

조 신부는 봉헌생활 성소가 감소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 공동생활에 대한 어려움을 꼽았다. 수도회에 입회한 지 16년째인 조 신부는 자신도 공동생활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는 “수도생활을 하면서 상대방을 끊임없이 받아들여야 하는데 비우지 않으면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아무리 좋은 것도 다른 이들에게 강요를 한다면 하느님의 것이 아니라 내 개인의 욕심”이라고 말했다.

 

조 신부가 성소자들에게 가장 먼저 물어보는 질문도 이런 내용이다. “계기를 제일 먼저 물어봅니다. 그 다음이 공동생활에 자신이 있는지 확인 질문하죠. 수도생활은 공동체가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그만큼 어려움도 큽니다.”

 

하지만 이런 공동체 생활과 끊임없는 기도를 통해 수도자로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 조 신부의 설명이다. 자기를 수양하고 기도생활에 관심 있는 성소자들에게는 봉헌생활을 추천했다. 수도생활을 희망하는 이들은 각 수도회의 성소 담당 사제를 만나 면담하고, 6개월~1년 정도 성소자 모임에 참석하면서 자신의 성소를 식별하는 게 좋다고 했다. 이에 앞서 성소에 대해 고민하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충고의 말을 덧붙였다.

 

“성소를 느낀 젊은이들이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주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일도 잘 못 지키고, 교리고 모르고, 신앙심도 없는데 어떻게 수도자가 되고, 성직자가 되냐는 거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성소’를 느꼈다는 사실입니다. 앞서 나열한 소양들은 준비하면서 쌓기에 충분합니다.”

 

조 신부는 젊은이들 가운데 수도회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수도회 영성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수도회 자체의 노력도 절실하다고 했다.

 

“수도자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게 가장 큰 성소 계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도자답게 살 때 우리 자신이 ‘빛’이 되어 자연스럽게 알려지고, 다양한 영성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가톨릭신문, 2011년 5월 15일, 이지연 기자]



2,360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