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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가톨릭교회의 오늘과 내일: 발터 카스퍼 추기경(전 교황청 일치평의회 의장)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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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0-27 ㅣ No.318

가톨릭교회의 오늘과 내일 (상)

발터 카스퍼 추기경(전 교황청 일치평의회 의장)에게 듣는다


19일 수원가톨릭대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은 전 교황청 일치평의회 의장 발터 카스퍼 추기경은 "교회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위기에 처해 있으며, 세상 마지막 날까지도 위기상황 안에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동시에 수많은 갈등과 분쟁으로 얼룩진 세계 안에서 교회는 일치와 평화, 화해와 희망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카스퍼 추기경은 이날 '가톨릭교회의 상황'을 주제로 한 특강에서 가톨릭교회 현실을 심층 진단하고, 교회 사명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카스퍼 추기경 특강을 3회에 걸쳐 요약, 연재한다.
 

가톨릭교회가 현재 처해있는 상황을 간단하게 정리해 설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보편교회에 대한 신앙고백은 동방정교회와 개신교회 공동체 등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경을 자신들의 신앙으로 고백하는 모든 교회에 공통적으로 유효하다.

내가 언급하는 가톨릭교회는 비단 로마교회와 온전한 공동체를 이루며 라틴전례를 따르는 로마가톨릭뿐 아니라 23개의 가톨릭 동방교회들도 포함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전 세계 그리스도인은 22억 명(총 인구의 33%)이고, 그 중 가톨릭 신자는 11억 9000만 명으로 규모가 가장 크다. 개신교 신자는 8억 명, 동방정교회는 2억 6000만 명, 성공회는 8000만 명이다.

전체 가톨릭 신자의 절반가량(49%)이 남미에 살고 24%가 유럽에 산다. 아프리카에 15%, 아시아에 10%, 오세아니아에 0.8%가 살고 있다. 20세기 초만 해도 신자 수는 2억 6600만 명이었는데 현재 11억 90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서구의 몇몇 비판가들은 가톨릭이 축소되고 있고 심지어 소멸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가당치 않은 말이다. 가장 두드러지게 성장하는 지역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대륙이다.

20세기 초만 해도 전체 신자 중 유럽 밖 신자 비율은 25%에 그쳤지만 20세기 후반에는 2/3 이상을 차지했다. 20세기는 말 그대로 가톨릭교회를 거꾸로(북반구에서 남반구로) 뒤집어 놓았다.

가톨릭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새로운 방식으로 세계교회가 됐다. 반면 그리스도교 전통이 깊이 뿌리박혀 있던 유럽은 오늘날 교회의 근심거리가 됐다. 최근 300년 동안 유럽 대륙에는 세속화 물결이 휩쓸고 지나갔고, 그 흔적이 뚜렷하게 남았다.

전통적 가톨릭 국가였던 아일랜드는 지난 2세기 동안 극적으로 쇠퇴했고,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도 가톨릭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가 유럽의 '새 복음화'를 절박하게 촉구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미국은 아주 특별한 역할을 맡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미국은 유럽보다 신심이 훨씬 깊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프로테스탄트(개신교) 성향이 강했지만 오늘날에는 가톨릭 신자가 6300만 명(22%) 이상으로 미국에서 가장 큰 교회공동체가 됐다. 중남미 출신 이주민이 늘어나면서 신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예전 미국 가톨릭 신자 대부분은 유럽 출신 이주민이었지만 지금은 1/3이 남미 출신 이주민이다. 이것은 전 세계 가톨릭에서 남반구 비중이 현격하게 커졌다는 또 하나의 징후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남미 가톨릭교회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을 통해 남미를 초월한 하나의 학파를 형성하며 방향을 전환했다. 문제는 극심한 빈곤과 오순절주의의 도전이다.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교회는 폭발적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20세기 초 신자가 200만 명이 채 안 됐는데 100년이 지난 지금 신자는 1억 3000만 명에 달한다. 아프리카 교회는 빈곤, AIDS, 종족ㆍ종교 간 분쟁 등 큰 문제들이 있긴 하지만 젊고 생기 있는 교회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내게 "첫 번째 천년기에는 유럽 복음화, 두 번째 천년기에는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복음화가 있었다면 세 번째 천년기에는 아시아가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한국은 오랜 전통에 젖어 있고 과학기술이 발전한 나라에서도 복음의 씨앗이 싹을 틔워 열매 맺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을 바탕으로 현재 가톨릭교회가 처한 상황과 맞닥뜨리고 있는 도전들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평화신문, 2012년 10월 28일, 임영선 기자]


가톨릭교회의 오늘과 내일 (중)


현재 교회는 획기적 전환점을 맞고 있다. 교회 중심이 유럽에서 전세계 가톨릭 신자의 2/3가 살고 있는 남반구로 옮겨졌고, 앞으로 이런 경향은 더 강해질 것이다.

독일의 경우 인구의 2/3 정도가 그리스도교회(가톨릭과 개신교)에 속해 있는데 10여 년 후에는 대략 절반 정도만 교회 구성원으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교회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 말을 인용해 말씀하셨듯이, ‘창조적인 소수 그룹’이 될 것이다. 이와 반대로 세계교회는 남반구 교회로 인해 계속해서 성장하며 젊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

젊은 교회들을 새로운 교회라고 할 수는 없다. 교회는 모든 시대와 장소에 걸쳐 있는 하나의 교회이고 같은 교회다. 또 새로운 사회 · 문화적 흐름 안에서 토착화는 전통과의 단절이 아닌 전통의 창조적 습득, 생생한 재현이 될 것이다.

나는 언어와 문화가 다른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같은 신앙을 고백하고 같은 전례에 참여할 수 있다. 다양함 안에서 일치를 이루는 보편성이 가톨릭의 강점이다.

세계화된 세상에는 공통적 도전들이 존재한다. 세속화와 신심생활 악화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계 곳곳에서 감지된다. 세속화가 심해지면 하느님에 대한 물음이 아예 제기되지 않으며 많은 이들이 마치 하느님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긴다. 새로운 선교의 자극이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하다. 세속화가 가져온 하나의 긍정적 결과는 세속과 영적 영역이 구별, 분리된 것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통합주의를 거부하고 종교 자유와 문화, 예술, 학문, 정치, 경제 같은 전문 분야들이 갖는 정당한 자율성을 인정했다. 교회는 복음선포 외에는 그 어떤 특혜도 요구하지 않는다. 평신도들에게는 특별하고 독립적인 의미가 부여된다. 그러므로 통합주의와 함께 성직자 중심 교권주의 역시 종결돼야 한다.

남반구 비중 증가는 교회 외형에 영향을 줄 것이고, 교회의 주요 의제도 바꿀 것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의제는 대화와 쇄신, 교회의 현대화 등이었다. 산아조절, 동성애, 임신중절 등 윤리적 문제에 대해 남반구는 대체로 교회 공식적 가르침을 따른다.

오늘날 전 세계 50여 개 나라에서 약 1억 명의 그리스도인이 박해를 받고 있다. 박해가 없는 곳이라 하더라도 교회는 전 세계적으로 디아스포라(고향을 떠나 흩어져 살고 있는 유다인 거주지)적인 상황으로 가고 있다. 거기에 사제부족 현상까지 겪고 있다.

유럽에서 사제서품이 급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제 수는 전체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사제부족 현상은 유럽보다 그 외 지역에서 더 심각하다. 현재 사제 대비 신자수는 유럽 외 지역이 유럽보다 2배나 많고 아프리카와 남미 지역은 4배에 달한다. 그러므로 유럽교회가 다른 지역 교회들보다 여전히 좋은 상황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비유럽 지역에서 유럽으로 사제를 파견하는 것이 과연 책임감 있는 행동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교회일치 문제도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대체로 평화롭고 정겹게 서로 협력하며 살아간다. 반면 동방정교회와 프로테스탄트 간 신학적 대화는 다소 정체돼 있다. 일치에 대한 견해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신학적 대화는 머지않은 미래에 비공식적 그룹들에 의해 주도될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주로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주제들과 인권보호, 평화를 위한 투신, 창조질서보존과 같은 분야에서 형제적 협력이 이뤄질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실천적 공동협력을 할 때 근본적 목적인 온전한 일치를 놓쳐서는 안 된다. [평화신문, 2012년 11월 4일, 정리=임영선 기자]


가톨릭교회의 오늘과 내일 (하)


오순절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교회일치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오순절운동 추종자들은 5억 명에 이르며 한국에도 상당히 많다.

오순절운동은 교회에 소속되지 않은 다수 단체들과 관련돼 있으며 일치를 이룰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 남미교회에서는 오순절운동이 큰 도전이 되고 있다.

매년 신자 1%를 잃고 있는 브라질 가톨릭교회는 20년 후에 신자가 2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신학적 대화나 논쟁을 통해 이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적다.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오순절주의에 직면한 지금, 우리 스스로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는 사목적으로 어떤 것을 소홀히 해 왔고 또 무엇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교회가 지나치게 제도화되고 관료주의적으로 경직돼 있지는 않은지, 영세자를 늘리는 데만 집중하고 복음화는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가난하고 박해받는 그리스도인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안정적이고 부유한 그리스도인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1970년대 이후 교회 안에 자리 잡기 시작한 카리스마운동이다. 전 세계적으로 신자 1억 2000여만 명(전체의 11%)이 카리스마운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이들은 미래 교회는 카리스마적ㆍ복음주의적 성향이 조금 더 강해질 것이라는 추측을 한다.

이러한 다원주의 상황에서 교회 일치는 압박을 받는다. 그래서 베드로 사도의 직무였던 일치의 봉사직은 새삼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교구ㆍ주교회의ㆍ국제 수도회 공동체들 간 수평적 친교가 확장돼야 한다. 우리는 다양함 안에서 일치를 통해 보편성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획일화와 무질서한 다원성을 뛰어 넘어 균형을 잡으면서 '가톨릭적인 것'의 이상과 실재를 새로이 발견하고 실현해야 할 것이다.

'가톨릭적'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가톨릭교회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정체성을 찾고 일치를 향해 나아간다.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으로부터, 그분을 향해 교회는 살아간다.

그러므로 쇄신은 일차적으로 영성적 과제다. 모든 제도개혁은 영적쇄신과 함께 시작돼야 한다. 영성심화 없이 이뤄지는 활동과 개혁은 공허함만을 가져올 뿐이다.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고백은 교회를 결속하게 하고 교회의 시선을 열어줘 가시적 경계선을 초월하게 해준다. 교회 본질은 선교다. 선교를 통해 교회는 모든 문화 안에서 하나의 말씀(Logos) 씨앗들과 흔적들을 알아볼 수 있다.

가톨릭교회는 하나의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기관인 동시에 영적이고 보편적인 실재다. 교회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위기에 처해 있었으며 세상 마지막 날까지 위기 상황에 놓여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 끝날까지 그리스도는 교회 곁에 계실 것이다. 그러므로 위기는 결단의 시간이기도 하다.

유럽교회를 중심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교회 위기는 성장을 위한 위기로 생각할 수도 있다. 오늘날 교회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출산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교회 외형은 변하지만 본질과 사명은 변하지 않는다.

수많은 갈등과 분쟁으로 주름진 세계 안에서 교회는 인류를 화해시키고 전인간적이고 우주적 의미의 세계화를 위해 투신할 수 있다. 그럴 때 교회는 일치와 평화, 그리고 화해의 상징이자 도구로서 극도로 불안해진 세상 속에서 희망의 상징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고, 설득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이 먼저 그것을 확신해야 하고 그 확신을 삶을 통해 드러내야 할 것이다.
 
오순절운동

20세기 초반 미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프로테스탄트교회 신앙운동. 기성 교단의 엄격한 교리와 신조(信條), 생명력 없는 의례를 배격하고, 성령의 직접적 체험(성령세례와 은사체험)에 더 의존한다. 신앙의 역동적 표현과 가난한 이들에게 다가가는 선교전략으로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에서 교세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특히 라틴아메리카에서의 성장은 가톨릭교회가 위협을 느낄 정도로 가시적이다. 국내에서는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대표적 오순절 교단이다. [평화신문, 2012년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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