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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현대 가톨릭 신학의 흐름1: 아시아의 토양에서 움트는 신학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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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3-30 ㅣ No.319

[신앙의 해 · 창간 86주년 기획] 현대 가톨릭 신학의 흐름

외형 키운 한국교회, 내적 · 사상적 성숙에 관심 절실


오늘날 한국천주교회의 실제에 대해서는 ‘외화내빈’(外華內貧)이라는 지적이 많다. 200여 년의 교회 역사 속에서 경이로운 성장을 이뤄낸 한국교회 모습에 전 세계교회가 주목하고 경탄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의 여러 통계 결과들을 살펴봤을 때 외적인 성장만큼 내적인 성숙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볼 수 있다.

차제에 가톨릭신문은 창간 86주년을 맞아 ‘현대 가톨릭 신학 사상’의 흐름을 소개하는 특별 학술 기획 연재를 시작한다.

지금 세계 가톨릭교회를 관통하는 신학 사상의 흐름이 무엇인지를 안다는 것은 이러한 우리 한국교회 현실에서 질적인 교회 발전 및 정신적 · 사상적 발전을 위해 매우 필요한 작업이라는 맥락에서다.

이를 위해 ‘신학’, ‘영성’, ‘철학’, ‘성서’ 등 분야에 걸쳐 박준양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의신학 교수), 전영준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영성신학 교수), 박승찬 교수(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 교의신학 교수), 안소근 수녀(대전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가 기획 및 주요 집필위원으로 위촉됐다. 이밖에도 백운철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성서신학 교수), 용진선 수녀(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간호대학 교수) 등이 필진으로 참여한다.

앞으로 특별 학술 기획에서는 현대 신학의 전체적인 맥락을 다루면서 그리스도론과 성령론, 아시아 신학과 토착화 신학 등 교의신학 분야, 그리고 성서 영성신학, 가톨릭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사상적 흐름과 최근 동향이 쉽고도 체계적으로 제시될 예정이다.


[기고] (1) 아시아의 토양에서 움트는 신학의 씨앗



- 아시아에 복음의 씨앗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 온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2012년 12월 10~16일 열린 제10차 정기총회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재위 1978~2005)가 1999년 권고 ‘아시아교회’를 통해 지적하는 것처럼, 아시아는 다른 대륙들과 구별되는 매우 뚜렷한 특성들을 지니고 있다. 우선, 아시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대륙이고, 세계 인구의 3분의 2 가량이 거주하고 있는 광활한 땅이다.

그러나 아시아 인구의 위압적인 광대함 외에도 ‘이 대륙의 가장 놀라운 특징은 고대 문화와 종교 그리고 고대 전통의 계승자인 그 민족들의 다양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인류 가족의 유산과 역사의 본질적 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문화, 언어, 믿음과 전통들의 서로 혼합되고 어우러진 복합성’(6항)이야말로 아시아 대륙의 특성을 가장 특징적으로 드러내는 실재이다.

이러한 종교-문화적 특성 외에 경제-사회적 현실에 있어서도 아시아 대륙은 매우 다양한 복합성을 보인다.

한편으로는 동북아시아의 몇몇 국가들처럼 고도의 경제 발전을 이룩한 나라들 혹은 그러한 발전을 향한 과정 중에 있는 나라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절망적인 가난의 상태에 머무는 나라들도 있다. 그리고 한 나라 안에서나 아시아 전체적으로 볼 때나 심각한 경제적 양극화를 통한 인간 소외 현상이 발견된다. ‘가난과 대중 착취의 지속적인 존재는 가장 절박한 관심의 대상입니다. 아시아에는 수백만 명의 억압받는 개인들이 여러 세기 동안 경제·문화·정치적으로 소외된 채 사회의 가장자리에 있어 왔습니다’(7항f).

나아가, 이러한 경제 발전 과정 중에 발생하는 정신문화적 황폐화 역시 매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개발 과정에서 물질주의와 세속주의가 확산되고 있는데, 특히 도시 지역들에서 그러합니다. 전통적·사회적·종교적 가치들을 손상시키는 이러한 이념 체계들은 아시아의 문화를 예상할 수 없을 만큼 손해를 끼치며 위협하고 있습니다’(7항a).

이렇듯 다양하고 다층적이며 복합적인 아시아의 현실 속에서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자라나게 하기 위해서는 매우 진지하고도 섬세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즉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동시에, 그 씨앗이 자라나는 토양 또한 잘 살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복음의 씨앗이 떨어져 자라나게 될 아시아적 토양에 대한 주의와 관심이 다른 대륙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아시아의 민족들 안에 담겨 있는 꿈과 희망은 무엇인지, 아시아인들의 고통과 절망, 그 비구원의 현실은 또한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그분을 통한 구원에로 인도하고 연결시킬 수 있는가를 찾기 위해 고민해야만 한다.

바로 이것이 모든 아시아 그리스도인들, 특히 아시아교회의 사목자들과 신학자들의 사명이며, 바로 그런 맥락에서 2012년 교황청 인준 40주년을 맞이한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Federation of Asian Bishops’ Conferences)의 가장 주된 역할이자 과제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FABC는 지난 40년간 아시아의 상황 속에서 복음의 씨앗이 자라나게 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방면에서 지속적으로 기울여왔다.

필자는 지난 몇 년 간 FABC 신학위원회의 신학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아시아 여러 지역 교회들의 현장을 체험하고 FABC의 기구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체험과 교류를 바탕으로 아시아 각국의 신학자들, 사목자들과 회의를 통해 만나 아시아교회의 당면 과제는 무엇인지, 그리고 아시아교회에서의 신앙 체험은 무엇인지에 대해 토론하고 고민하면서 FABC의 공식 신학 문헌들을 작성하는 일에 계속 참여해 왔다.

한편으로는, 아시아 대륙의 삶의 현장에서 들려오는 여러 다양한 목소리들에 귀 기울이며 지금 여기에서 발견되는 시대의 표징과 과제가 무엇인지를 깨닫기 위해 노력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아시아 대륙의 복합적 현실과 그 안에서 교회의 실재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복음적 식별 작업이 요구된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화시키고 변화시키며 마침내 완성시키는 복음의 역동적인 힘이 아시아 대륙의 비구원적 현실 안에서 지금 어떻게 침투하고 관통하며 활동하고 있는가를 발견하고 체험하면서 이를 언어화, 신학화하는 작업이 또한 필요하다.

결국 2012년 12월 베트남에서 개최된 제10차 FABC 총회의 최종 메시지에서 말하는 것처럼, 성령의 인도에 따라 아시아의 복잡·다양한 현실에 대응, 효과적으로 식별하고 새로운 복음화를 이루고자 진지하게 노력하며 헌신하는 것이야말로 FABC의 가장 주된 관심사이자 중요한 임무라고 할 수 있겠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FABC 신학위원회에서는 정기회의와 비정기모임 등을 통해 작업한 것을 바탕으로, 지난 1987년부터 2007년까지 발표한 공식 문헌들을 모아 「아시아의 토양에서 움트는 신학의 씨앗」(Sprouts of Theology from the Asian Soil)이라는 단행본을 출간하였다. 여기에는 신학 방법론에서부터 삼위일체론, 성령론, 교회론, 신학적 생명론, 그리고 종교 자유와 종교간 대화 등의 여러 신학 주제에 관한 아시아신학적 관점에서의 조명과 성찰들이 담겨 있다.

사실, 아시아신학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이다. 아시아의 땅, 그 아픈 현실 속에서 성령께서 어떻게 활동하시면서 복음의 씨앗이 자라나게 인도하고 촉구하시는지를 성찰하고 깨달아가는 과정 중에 있다. 그러므로 아시아신학 역시 아시아의 토양에서 지금 간신히 싹을 틔우며 발아하고 있는 과정 중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척박한 땅에서 지금 막 자라난 싹은 보기에 얼마나 아름답고 희망찬 것인가?

이는 FABC 신학위원회 주관으로 2004년 태국 방콕에서 열린 그리스도론 주제의 신학 심포지엄의 주제, 즉 ‘그리스도의 아시아적 얼굴들’(Asian Faces of Christ)을 찾는 것과도 연결된다.

십자가를 지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고난당하신 예수님께서 이제 부활을 통해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선사하신다는 신비를 아시아의 여러 지역 교회들의 현장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은 지금 과연 어떻게 체험하고 있는가? 그들의 그리스도론적 고백은 무엇이며, 그들의 부활 체험은 과연 무엇인가? 그들은 이러한 그리스도론적 체험과 성찰들을 어떻게 표현하고 언어화하는가? 바로 이것이 아시아신학이 묻고 찾아야 할 질문이며 과제들인 것이다.

지금 아시아교회는 여러 심각한 도전과 위협들에 직면해 있다. 우선, 서남아시아에서는 이슬람 근본주의와 마주하며 매우 어렵게 그리스도교 신앙생활을 해야만 한다. 2010년 8월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 가톨릭 평신도 대회’에 참가하였던 파키스탄 대표단은 그들이 얼마나 큰 위협 속에 가톨릭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지를 생생하게 증언한 바 있다.

그리고 FABC 신학위원회 주관으로 2012년 4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주교들의 신학 심포지엄에서는, 필리핀과 같은 동남아시아에서 대도시를 거점으로 근본주의적 성향의 신흥 그리스도교 단체들이 가톨릭교회에 파고 들어 많은 젊은이들을 빼앗아가는 현상이 보고되었다.

동북아시아는 어떠한가? 젊은이들과 지식인들에게 무신론적 성향의 과학적 근본주의, 혹은 과학기술 만능주의가 신봉되어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신앙의 가치를 상실하고 교회를 떠나게 된다. 또한 상대주의적 가치관이 만연하고, 그로 인해 세속주의적·물신주의적 사회 풍조가 널리 퍼져 많은 젊은이들이 정신적 방황과 혼란에 빠져 신앙을 잃고 교회를 등지게 된다.

아시아신학의 과제는 참으로 방대하다. 이러한 위기들 속에서 어떻게 그리스도 신앙의 가치를 굳건히 지키며 새로운 복음화에 임할 것인가, 그리고 아시아적 유산과 가치를 재조명하면서 어떻게 이를 그리스도교 신학화 할 수 있는가를 함께 고민해야만 한다.

필자는 한국교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아시아교회 전체적 차원에서의 복음화 사업이나 신학화 작업에 직접 혹은 간접으로 참여하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과 보람인지를 말하고 싶다. 지금 한국교회가 아시아교회 내에서 여러 가지 면으로 중요한 위상을 보여 주고 있는 만큼, 이제 아시아교회 전체를 위한 도움과 기여를 위해서도 보다 더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신앙체험으로, 하느님께서는 고난의 현실 속에 있는 아시아 백성들을 참 많이 사랑하시고 그들에게 자비로운 구원의 손길을 내미심을 느낀다. 그러기에 그분께서는 아시아교회를 위해 투신할 구원의 역군이 되라고 지금 우리 모두를 초대하고 계신다.

* 박준양 신부는 1992년 사제로 서품됐다. 로마 교황청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교의신학 전공으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신학대학) 및 생명대학원 교수로 봉직하고 있다. 신학과 사상학회 편집위원장 및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위원, FABC 신학위원회 전문신학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3년 3월 31일, 박준양 신부(가톨릭대학교 교의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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