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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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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 교부들의 명언: 이 빵은 죄를 용서해 준다(암브로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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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5-04 ㅣ No.326

[교부들의 명언] 이 빵은 죄를 용서해 준다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주위의 많은 신자들에게 질문해 보았다. “세례성사는 죄를 용서해 주는 성사인가? 고해성사도 죄를 용서해 주는 성사인가? 그렇다면 성체성사도 죄를 용서해 주는 성사인가?”

처음 두 질문에는 모두 “예.”라고 대답하였지만, 맨 나중의 질문에는 주저하고 망설였다. 과연 교부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였을까? 암브로시오 성인의 삶과 말씀에서 해답을 찾아보자.


암브로시오 성인의 삶과 당시 상황

니케아 공의회 (325년)이후에도 밀라노에서는 니케아 정통 신앙파와 아리우스파가 서로 맞섰고, 지역 책임자였던 암브로시오는 양쪽을 차별 없이 대함으로써 치안을 평온하게 유지하였다.

어느 날 신자들을 향하여 연설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한 어린이가 “암브로시오를 주교로 모시자.”고 외쳤는데, 정통 신앙파, 아리우스파 할 것 없이 여기에 동의하였다. 그때까지 세례를 받지 않았던 암브로시오는 주교직을 사양했지만, 하느님의 뜻에 더 이상 맞설 수 없음을 깨닫고 세례를 받은 지 여드레 만인 374년 12월 7일에 주교품을 받았다.

그는 끊임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수도승과 같은 수행의 삶을 살았으며, 가지고 있는 재산을 교회와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이렇게 한평생 가난한 사람들의 벗으로서 소박한 삶을 엮어간 암브로시오였지만, 부당한 권력 앞에서는 타협이나 양보를 몰랐다.

그는 원로원 의사당에 빅토리아 여신의 제단을 다시 세워 이교예식을 복원하려는 로마 원로원의 야심찬 계획을 좌절시켰고(383년), 아리우스파에게 밀라노의 대성당을 넘겨주라는 황실의 끈질긴 요구와 군사적 위협에 맞서 신자들과 더불어 성당을 지켜냈다(386년).

특히 390년 테살로니카에서 발생한 폭동에 대한 보복으로 민간인 대학살이 벌어지자, 암브로시오는 테오도시우스 황제에게 편지를 보내 살인죄에 대하여 교회의 규정에 따라 공개적으로 참회할 것을 요구하였고, 황제는 일정 기간 동안 교회에서 공적 참회를 하고 공동체 앞에서 죄를 고백한 뒤에 용서를 받고 교회에 다시 받아들여졌다.

대단한 웅변가였던 그는 강론을 통해 당시의 여러 가지 사회적 폐습, 특히 상류 계층의 퇴폐적인 생활을 신랄하게 지적하였고 신학적인 가르침을 적절하게 설파하였다. 나아가 암브로시오는 성모 공경과 순교자 공경 신심을 드높이는 데 열성적이었다. 그는 바쁜 활동 중에도 엄청난 양의 저서를 남겼는데, 그 가운데 많은 부분은 신자들에게 한 강론이다.


생명의 빵은 죄를 용서해 준다

“이 빵은 죄를 용서해 준다 (Panis hic remissio peccatorum).”는 391년 암브로시오가 창세기 49장에 나오는 ‘야곱의 마지막 축복’을 주석한 작품, 「성조」 9,39에 나오는 대목이다.

암브로시오는 창세기 49장 20절 “아세르는 양식이 넉넉하여 임금에게 진미를 올리리라.”를 주석하면서, 그리스도께서 베풀어주신 선물의 새로움과 절대적인 우위성을 강조한다.

영양이 가장 풍부한 음식인 그리스도 자신과 비교할 때 이전에 인간이 먹고 마신 음식은 영양이 풍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이 때문에 “그분께서는 부유하시면서도 우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시어, 우리가 그 가난으로 부유하게 되도록 하셨다”(2코린 8,9 참조).

정확히 이 음식은 그리스도 자신이 성체성사로 우리에게 베풀어주시는 선물, “하느님의 풍요와 지혜와 지식”(로마 11,33)이 감추어진 보물, 그분의 몸과 “(참된) 양식”(창세 49,20)의 성사, 곧 인간의 배고픔을 달래주고 생기를 돋우는 풍요로운 양식(요한 6,35 참조)인 것이다.

암브로시오는 이렇게 강조하고 있다. “이 빵을 먹는 자는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이 빵을 제자들에게 주시어, 믿는 이들에게 이 빵을 나누어주도록 하셨고, 그리스도께서는 오늘우리에게 사제가 날마다 자신의 말로 축성하는 그 빵을 주신다”(「성조」, 9,38).

또한, 암브로시오는 요한 6,48-51을 인용하면서 성체성사가 죄의 용서를 위한 것임을 강조한다.

“‘나는 생명의 빵이다. 너희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고도 죽었다. 그러나 이 빵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요한 6,48-50)라고 그분께서 직접 말씀하신 대로 그분의 살을 우리에게 주시는 주님을 우리는 … 받아 모실 수 있다.

… 그분께서는 덧붙여 말씀하셨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요한 6,51). … 사실 자신을 돌이켜본 사람은 이 빵을 먹는다(1코린 11,28 참조). 또 이 빵은 죄를 용서해 주기 때문에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죄인으로 죽지 않을 것이다”(「성조」, 9,39).


성체성사는 죄를 용서해 준다

암브로시오는 빵과 포도주라는 물질적 요소와 예수님의 죽음에 대한 신비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내세우는 마르코 전통의 관점을 요한의 관점과 대조하면서, 예수님의 살과 피는 생명의 증여자인 그분의 인격을 표현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예수님 죽음의 사건은 여전히 현존하지만, 성체성사가 생명 안에서 차지하는 중요성과 부활의 축제 사건으로 극복되었다. 부활 사건은 그분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이들에게 ‘생명’을 내어주는 것이다.

성체성사는 죄를 용서해 준다. 이 때문에 암브로시오는 주님의 식탁에 참석하려는 모든 이에게 정결한 마음을 요구한다. 각자 자신을 돌아보고 난 뒤에 주님의 몸을 받아 모셔야 한다.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기 전에 갖추어야 할 이러한 신중한 태도를 고려할 때 성체성사가 죄를 용서해 준다는 문장은 우리를 놀라게 한다.

이런 의미에서 성찬의 빵을 죄의 용서로, 영원한 생명의 상징으로 소개하는 문장을 그의 여러 작품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나아가 그는 주님의 식탁에 신자들을 초대하여 죄의 용서를 기뻐하고, 이 세상에 대한 관심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염려를 버리도록 한다.

이러한 전망에서 성체성사는 단순한 용서 행위, 치유와 성화로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죄가 없는 순결한 상태에 대한 확증으로 드러난다.

이때 세례성사는 그리스도인을 이러한 무죄의 상태로 이끌고, 참회성사는 세례를 받은 이후, 죄의 상태에 빠진 그리스도인을 무죄의 상태로 다시 인도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암브로시오는 그리스도만이 생명의 빵을 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생명의 빵은 인간의 마음에 활기를 불어넣을 뿐만 아니라, 주님의 몸을 합당하게 받아 모시며 죄의 형벌에서 벗어나 하느님 나라의 기쁨을 미리 맛보면서 하느님과 이미 친교를 맺는 이들에게 영원한 구원을 보증해 주기 때문이다.

성체성사는 전례생활의 시작이며 정점이고 마침이다. 다른 교부들과 달리 암브로시오는 성체성사의 긍정적인 효과 가운데 하나가 곧 죄의 용서라고 명확하게 말한다.

모든 전례는 성체성사와 연결되었을 때에 비로소 올바로 이해될 수 있다. 그만큼 성체성사가 중요하기 때문에 성체를 모시기 전, 각자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우리는 전례시기에 따라 의무적으로 고해성사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미사 시간에 가까스로 도착하여 생각과 말과 행위로 지은 잘못과 실수 그리고 죄에 대해 참회할 시간도 없이 미사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자.

* 안봉환 스테파노 - 전주교구 신부. 교황청 라테라노대학교 아우구스티노 교부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성안셀모대학교에서 전례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전주가톨릭신학원 원장을 지냈다. 지금은 광주가톨릭대학교에서 전례학과 라틴어를 가르치고 있다.

[경향잡지, 2013년 4월호, 안봉환 스테파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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