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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일상 속 영화 이야기: 식스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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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3-09 ㅣ No.1087

[일상 속 영화 이야기] 식스 센스

 

 

요즘 영화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로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반전(Surprise ending)’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제는 그리 놀라운 것이 아니다. 그만큼 반전으로 결말을 맺는 영화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1999년에 제작된 ‘식스 센스(The Sixth Sense,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이전만 해도 충격적인 반전의 결말을 보여준 영화는 거의 없었다. 지금처럼 여러 종류의 영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없던 시절에 ‘식스 센스’를 보기 위해 줄을 길게 서 있던 사람들에게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이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야.’라고 외치고 도망가서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는 농담이 있을 만큼 당시에는 반전 결말로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 이후 제작된 수많은 반전 영화를 보았지만 아직까지 ‘식스 센스’에서 느꼈던 반전의 전율을 준 영화는 없었다.

 

그러나 영화는 유령들이 보인다는 아이의 상담 심리사였던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이었다는 반전으로 놀라움과 공포심만을 일으키려 했던 것이 아니라 ‘유령’이라는 캐릭터가 상징하는 존재가 우리 삶 안에도 있었다는 것을 우연한 계기를 통해 알게 되었다. 유령이 보인다는 아이 ‘콜 시어’(할리 조엘 오스먼트)는 유령에 대해 이렇게 묘사한다. “자꾸 유령이 보여요. 보통 사람처럼 걸어 다녀요. 자기들이 죽은 줄도 몰라요. 보고 싶은 것만 봐요. 자꾸 이것저것 부탁해요.” 영화 ‘식스 센스’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는 ‘유령’이다. 유령은 이야기의 모티브가 되고 내용을 전개시키며 놀라운 반전의 결말을 만들어낸다. 그러므로 주인공 아이가 했던 유령에 관한 묘사는 그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드러낸다. 『축척의 시간』을 쓴 서울대학교 이정동 교수는 한 방송사의 강연에 출연해서 이 영화에 드러난 유령의 이미지를 자신이 경험한 에피소드를 통해 소개했다. “어느 CEO가 자필로 간곡히 저에게 강연을 부탁해서 갔는데 정작 강연 자리에 CEO는 나타나지 않았고 알고 보니 본인 방에 있었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인사하러 방에 들어간 저에게 그 CEO가 ‘우리 직원들이 이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반성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저는 ‘아~바로 이 지점이 문제구나. 유령은 자신이 유령인지 모르는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즉 권위적 리더십만 강조하고 자기 인식이 부족한 리더가 바로 영화에서 말한 유령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경영진을 제외하고 모든 구성원 계층에서 경영진의 리더십을 글로벌 최하 수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권위적 리더십만 강하고 자기 인식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정동 교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내가 밖에 있는 유령 같은 리더들을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동시에 나 자신에게 물어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순이다. 회개(悔改)의 시간이다. 회개의 출발은 ‘자기 인식’에서 비롯된다. “너 어디 있느냐?”(창세 3,9)는 아담에 대한 하느님의 물음은 맹목적인 뉘우침과 고침이 아니라 지금 나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즉 삶과 세상을 보는 나의 시각을 스스로 되돌아보는 것이 진정한 회개의 출발임을 알려주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스스로를 되돌아 볼 수 있을까? 조용히 하느님과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삶이 곧 기도’라는 말은 하느님께서 우리 삶 안에서 말씀하신다는 뜻이다. 즉 타인에게 ‘물어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산업현장의 유령 같은 리더들은 물어보지 않는다고 한다. 이미 코앞에 있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준비한다고 하면서 그 시대를 살아 갈 세대와 그 시대를 이끌어 갈 사람들에게 물어보지 않는다. 그리고 산업화 세대의 방식으로 주문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라, 빨리, 실수 없이, 6개월 내에.’

 

거울을 보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듯이 타인에게 물어보지 않는 사람은 스스로를 되돌아 볼 수 없다. 그러므로 물어보지 않는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즉 ‘교만’이라는 죄에 갇힌 유령이 되고 만다. 하느님 앞에서,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냉정하게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부활의 삶을 준비하는 시간이 돌아왔다. 나는 가정에서, 직장에서, 교회 공동체에서 영화 ‘식스 센스’에 나오는 유령처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자꾸 이것저것 주문만 하는 것은 아닌가? 물어보라. 내가 ‘유령’은 아닌지.

 

[월간빛, 2018년 3월호, 한승훈 안드레아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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