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백)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교육ㅣ심리ㅣ상담

[상담] 공동체 갈등 상담: 꼴통들이 문제야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8-19 ㅣ No.154

[공동체 갈등 상담] 꼴통들이 문제야


꼴통이란, 다른 사람의 말은 들은 척도 안하는 안하무인에다 고집불통인 사람들을 속되게 이르는 말입니다. 흔히 정치계를 비판하며 쓰기도 하지만, 사실 꼴통들이 가장 많은 곳은 종교계입니다. 우리 천주교회의 경우 꼴통들이 일으킨 사건들 때문에 아직까지도 욕을 듣는 일들이 있습니다. 조금 이상한 꿈을 꾼 것도 마귀의 자식이라서 그렇다며 수많은 사람들을 처형한 마녀재판, 십자가를 들고 전쟁을 치르면서 약탈을 자행하였던 십자군 전쟁, 무지와 무식의 극치를 보인 갈릴레오 갈릴레이 재판 등등 우리 교회 안의 꼴통들이 저지른 일들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우리 교회는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종교들은 멀쩡할까요? 천만의 말씀, 우리 교회 이상으로 만만치 않은 일들이 터지고 있음을 신문지상을 통하여 알 수 있습니다. 어떤 분은 자기 교회를 팔아먹는 목사들이나 수억 원대 노름판을 벌인 중들이 꼴통이 아니냐고 말씀하십니다. 그 사람들이 물의를 일으킨 것은 사실이나 꼴통은 아니고 찌질이라고 합니다. 꼴통과 찌질이는 수준이 다릅니다. 찌질이는 단순히 돈 욕심에 팔린 자들, 머리가 빈 사람들이지만 꼴통은 자기신념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자기신념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때문에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이 문제일 뿐입니다.

물론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에는 신념이 필요합니다. 신념이 없으면 줏대가 없고, 신념이 없으면 앞날에 대한 희망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신념이 지나칠 경우에는 병적인 신념으로 변질이 되어서 외곬수니 꼴통이니 하는 말들을 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영성심리에서는 꼴통의 특징에 대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변화에 직면했을 때 거부한다. 주변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개의치 않고 특정한 관점을 유지한다. 그래서 실제를 무시하고 환상에 빠져든다.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오해를 일으킨다.’ 한마디로, 경직된 신념체계를 가지고 사는 것이 꼴통들의 특징입니다.

어떤 본당에 아주 심한 꼴통 신부가 있었습니다. 이 신부는 성격이 괴팍한데다 옛날 교리에 너무 집착하여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끝난 지 한참 되었는데도 여전히 옛날 방식의 신앙생활을 고수하면서 새로운 신앙생활을 하려는 신부나 신자들을 믿음이 약한 것들이라고 비아냥거리는 고집쟁이였습니다. 신자들이 고해성사를 볼 때 기도문을 조금만 틀려도 법석을 떨고, 미사 때 성가대나 해설자가 작은 실수라도 하면 처음부터 다시 하라고 야단, 영성체 때 왼손 오른손 구분 못한다고 야단을 해대니 마음에 상처를 입은 신자들이 발길을 끊어서 신자수가 자꾸 줄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기처럼 훌륭한 신부를 몰라본다고 버럭버럭 거품을 물고 화를 내다가 죽어서 천당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천당문 앞에 있던 베드로 사도가 그 신부를 보더니 득달갈이 달려와서는 “오느라 고생했는데 미안하지만 천당에는 못 들어온다.”라고 말했습니다. 신부가 왜냐고 물으니 “네가 천당에 온다고 하니까 천당 주민들이 너한테 잔소리 들으면서 시달리고 사느니 차라리 연옥에 가서 사는 게 낫겠다고 집단 이주 신청을 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하느님께서 너만 천당에 못 들어오게 하라고 엄명을 내리셨다.”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다시 신부가 “그럼 저는 어디서 살아야 합니까” 하고 묻자 베드로 사도가 어떤 조그마한 숙소로 데려갔는데, 문패를 보니 골방이라고 적혀 있고 방 안에는 수염을 기르고 이상한 옷을 입은 사람이 하나 있었습니다. “골방은 뭐고 저 사람은 누구입니까” 하고 물었더니 “골방은 너 같은 꼴통들이 사는 방이란 뜻이고, 저 사람은 유대교 랍비인데 너만큼 성질이 꼴사나워서 자기 민족과 종교가 가장 우월하다고 자랑질을 해대니 천당 주민들한테 미움을 받아 쫓겨난 놈이다.” 하시더랍니다. 그래서 지금도 그 골방에서는 신부와 랍비가 서로 자랑 끝에 싸움질을 하면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가진 사고방식은 물처럼 융통성이 있고 열려 있어야 합니다. 이는 비단 일반적 사고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신앙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나치게 꽉 막힌 사람은 자기는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할지 몰라도 다른 사람 속을 뒤집어놓기 일쑤여서 결국 왕따를 자초합니다. 또 경직된 신념을 가진 꼴통들은 그 말로가 그리 좋지 않습니다. 강한 폭풍우가 지나고 나면 잡초들은 살아남는데, 천년만년 끄떡없을 것 같던 거목들은 부러져 내동댕이쳐지듯 그런 신세가 됩니다. 본당마다 소위 토박이 혹은 터줏대감 노릇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들 중에 성실하고 마음이 열린 분들은 새로 오는 신자들에게 안내인 혹은 쉼터 같은 역할을 해서 성당을 편하고 기분 좋은 곳으로 만듭니다. 그런데 간혹 꼴통 같은 신자들은 자기들이 토박이랍시고 소위 유세를 떠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렇게 닫힌 마음을 가진 분들이 나대는 본당은 신자들 간에 분열이 적지 않고 본당 신부들도 임기가 끝날 때까지 속이 썩습니다. 그래서 이런 분들 때문에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몰아낸다.’는 경제 이론인 그레샴의 법칙이 종교계에도 적용되는 것입니다. 성당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꼴통짓을 하는 사람들은 우리 교회가 가진 가장 큰 문제입니다.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12년 9월호, 홍성남 신부(서울대교구 가좌동 성당)]


3,785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