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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 교부들의 명언: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대 바실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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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5-17 ㅣ No.328

[교부들의 명언]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


레오 성인과 그레고리오 성인은 이름 앞에 ‘위대하다’는 뜻의 경칭 ‘대(大)’가 붙는다. 두 분 모두 교종(敎宗)으로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서방 교부들인데, 동방에도 살아있을 때부터 이미 ‘위대한’ 사람이라고 불린 교부가 있다.

벗 나지안조의 그레고리오 성인과 아우 니사의 그레고리오 성인과 함께 카파도키아의 교부들로 유명한 대 바실리오 성인이다.

서기 330년에 태어나 379년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결코 길지 않은 생을 살면서 그는 동방수도제도의 아버지라 불릴 정도로 그리스도교의 수도승 영성에 크나큰 발자취를 남겼고, 니케아공의회(325년) 이후 교회에 큰 위협으로 떠오른 아리우스주의, 반(半)아리우스주의 이단에 맞서 정통교의를 수호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또한, 가난한 이들, 고아와 과부들을 돌보는 바실리아데스를 세움으로써 사회사업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대 바실리오의 가장 큰 염려는 황제를 등에 업고 교회를 분열시키려는 세력들에 대항하여 교회의 일치를 지키는 것이었다. 나지안조의 그레고리오는, 황제의 명을 받고 협박하는 총독 모데스토에게 담대하게 맞서는 대 바실리오 성인의 모습을 전해준다.

(총독) 바실리오, 그대는 황제의 종교를 따르지 않을 것인가?
(바실리오) 나의 황제 (곧, 하느님) 께서 그것을 금하신다.
(총독) 그대는 나의 힘이 두렵지 않으냐?
(바실리오) 그대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총독) 나는 그대의 재산을 몰수할 수도 있고 그대를 고문할 수도 있으며 죽일 수도 있다.
(바실리오) 그것뿐인가? 그런 것은 두렵지 않다.
(총독) 지금까지 내 앞에서 그대처럼 자유롭게 말한 사람은 없었다.
(바실리오) 그것은 그대가 아직 주교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372년 주님공현대축일에 있었다는 이 만남에서 오고간 대화는 하느님만 섬기는 바실리오의 깊은 믿음을 보여준다.

바실리오의 시대는 위기의 시대였다. 교회는 복음의 짠맛을 잃어버린 채 세상과 타협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었으며, 대토지소유제로 인해 가난한 이들의 삶은 더욱 비참한 지경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 앞에서 교회는 성자와 성령의 신성을 둘러싼 이견으로 분열되어 있었다.

“어른이 되어 자주 여행을 하고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나는 다른 기술과 학문에 종사하는 이들 사이에는 일치가 잘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았다. 하지만 교회를 위해 그리스도께서 돌아가시고, 또 성령이 풍성히 부어진 교회에서는 성경을 둘러싼 이견과, 사람들 사이에 크나큰 불화가 있음을 보았다.

판단과 견해가 서로 달라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계명에 대해서도 격렬하게 맞서있는 교회의 우두머리들이 아무런 자비 없이 양 떼를 혼란스럽게 하면서 하느님의 교회를 찢어놓는 것을 보는 것은 더욱 무서운 일이었다”(「하느님의 심판에 대하여」, PG31, 653A-653B).

이러한 분열의 참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바실리오는 그것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오랫동안 고통스러워하면서,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을 때 판관기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어떻게 각자가 제 눈에 옳다고 여기는 것을 행했는지, 그리고 그런 일이 일어난 이유를 말하는 구절이었다. ‘그 시대에는 이스라엘에 임금이 없었기 때문이다’”(「하느님의 심판에 대하여」, PG 31, 653C-656A).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 역시 대 바실리오 성인의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리스도인이라 자처하는 사람은 많지만 참으로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은 얼마나 될 것인가?

탐욕이 아니라 서로 나누며 돕고 살자고 하면 왼쪽으로 기울었다고 배척하고, 교회의 가르침인 사회교리조차 들으려 하지 않는 움직임이 엄존하는 교회의 현실을 바라보며, 우리가 하느님을 믿는 것인지 돈과 편리와 쾌락을 믿는 것인지 한 번 자문해 보아야 하겠다.

「도덕론 (Moralia) 」의 결미에서 대 바실리오는 이렇게 말한다.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Quid proprium Christiani?) … 그리스도의 몸을 먹고 그리스도의 피를 마시는 사람이다. … 주님의 빵을 먹고 주님의 잔을 마시는 이는 누구인가? 우리를 위해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분을 끊임없이 기억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기억을 간직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더 이상 자신을 위해 살지 않고, 그들을 위해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분을 위해 사는 사람들이다.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 주님의 복음이 가르치는 바에 따라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의 의로움보다 더 큰 의로움을 행하는 사람이다.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듯이 서로서로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 눈앞에서 항상 주님을 뵙는 사람이다.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 주님께서 언제 오실지 모른다는 것을 기억하여, 매일 매순간 하느님을 기쁘게 하는 일을 완전하게 수행할 준비를 갖추고 깨어있는 사람이다” (PG 31, 869B-869C).

* 황인수 이냐시오 - 성바오로수도회 수도자. 수원가톨릭대학교와 교황청 라테라노대학교 아우구스티노 교부학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2008년에 사제품을 받았으며, 수도회에서 말씀의 사도직을 수행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3년 5월호, 황인수 이냐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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