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홍)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예화ㅣ우화

[사랑] 둘이 하나로 커지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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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0 ㅣ No.333

둘이 하나로 커지는 사랑

 

 

어떤 나그네가 어느 마을을 지나던 중 이상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한 남자가 다른 남자를 업고 밭고랑을 왔다갔다 하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그들은 씨를 뿌리고 있었다. 궁금해진 나그네가 밭둑에 서서 물었다.

 

"왜 업고서 일을 하십니까?"

 

밭 한가운데 서 있던 남자가 고개를 돌려 나그네를 쳐다보았다.

 

"예, 우린 보다시피 문둥병 환자들입니다."

 

짤막한 대답을 한 남자는 다른 남자를 업은 채로 고랑사이를 헤치고 다녔다. 의아해진 나그네가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병으로 손이 이지러진 남자는 다리는 쓰지 못하는 친구를 등에 업고 씨를 뿌리고 있었다.

 

즉, 등에 업힌 친구가 씨앗을 뿌리면 다시가 성한 그 남자가 발로 그 자리를 두둑 밟아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두 사람의 힘으로 넉근히 해결해 냈다.

 

나그네는 문둥병 환자들을 보며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사랑의 참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다시 길을 떠나는 나그네는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등에 업힌 남자가 친구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닦아주고 있었다.

 

[월간 좋은생각, 1994년 10월호,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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